지난 14일,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가 2010 1분기 세계 PC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7%의 PC가 더 선적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여전히 많은 PC가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분기에 선적된 PC대수는 모두 8천434만4천 대로 전년 6천622만 대보다 27.4%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제법 흥미운 내용이 많더군요. 좀 늦긴 했지만, 그 보고서를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죠.
선적량 늘었는데, 점유율은 떨어진 HP
여전히 HP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PC를 팔고 있고, 지난 1분기 PC 선적량도 지난 해보다 늘었습니다. HP의 이번 분기 선적량은 1천531만9천 대로 지난 해 1천277만3천 대보다 19.9%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게 주의를 끕니다. 지난 해 19.3%를 차지했던 점유율이 올해는 18.2%로 떨어진 것이죠. 감소폭이 1.1%에 이릅니다. 성장은 했는데, 지배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될까 우려되는 시점에 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HP의 성장을 주도했던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성장 효과를 지속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크호스에서 에이스가 되어가는 에이서
이러한 HP의 하락세를 이끈 것은 델이 아닙니다. 델도 지난해보다 선적량은 조금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점유율은 반대였습니다. 이번 분기 델 선적량은 1천20만9천 대. 지난해 840만6천 대보다 21.4% 늘어난 수치지만, 점유율은 12.7%에서 12.1%로 0.6% 떨어졌습니다.
HP와 델처럼 선적량이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떨어진 것과 다르게 둘 다 올라간 기업이 에이서입니다. 에이서는 같은 기간 1천200만3천 대로 전년에 기록했던 777만9천 대보다 54.3%나 증가했습니다. 점유율 역시 11.7%에서 14.2%로 2.5% 상승하면서 2위를 확고하게 다지는 분위기입니다.
최고 성장률은 아수스, 레노버도 늘어
가장 많은 선적량 즐가를 보인 기업은 아수스입니다. 비록 대수는 적지만, 아수스는 무려 114.8%라는 높은 선적 증가량을 보이면서 이번 분기 글로벌 PC 업체 순위도 도시바를 제치고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작년 216만4천 대를 선적했던 아수스는 올해 464만7천 대 내보내 시장 점유율 5.5%를 차지 했습니다. 도시바 역시 아수스와 같은 5.5%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선적대수가 462만3천 대로 아수스에 근소한 차로 뒤쳐져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지난 해에 4위 자리를 차지했던 레노버는 올해도 4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6.6%에서 8.3%로 올랐고, 선적된 PC도 438만4천 대에서 697만7천대였습니다.
HP와 델 주춤, 후발 주자 추격 무서운 북미 시장
북미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HP와 델이 이번 분기 성적표는 나쁘지는 않은 데 왠지 찝찝합니다. HP와 델은 각각 436만7천 대와 408만2천 대를 선적해 지난해보다 7% 정도 선적량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판매 대수가 적은 에이서나 도시바, 애플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272만8천 대를 선적한 에이서가 50.9%, 150만6천 대의 도시바가 50%, 139만8천 대를 내놓은 애플이 34%라는 증가량을 보이면서 이전 사업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전히 HP와 델의 시장 점유율(48.4%)이 미국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지난해 절반을 훌쩍 넘긴 점유율(54.3%)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에이서와 아수스의 성장 발판이 된 유럽
세계 PC 시장에서 에이서와 아수스의 약진이 돋보인 이유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묶은 EMEA(Euroup, Middle East, Africa) 시장입니다.
에이서는 지난 해 HP를 제치고 이 지역의 선두 업체가 되었는데요. 올해도 이 기세를 계속 몰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HP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조금씩 늘릴 태세입니다. 에이서는 이번 분기 578만9천 대의 PC를 선적, 지난 해 376만9천 대보다 53.6%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21.3%로 늘렸습니다. 이에 비해 HP는 553만2천 대로 지난 해 453만7천 대보다는 선적량이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20.9%에서 20.4%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이 지역의 가장 높은 약진을 보인 것은 아수스인데요. 지난 해 고작 94만 대를 선적했던 아수스가 이번 분기에만 218만6천 대를 뿌리면서 4.3%의 시장 점유율을 두 배 가까운 8.1%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아수스가 에이서의 성장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럽을 통해 세계 PC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나설 지 주목해야 할 듯 합니다.
힘빠진 전통의 강자와 매서운 후발주자의 추격전
지난 해까지는 경기 불황에 따라 PC 제조사들이 현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이번 분기는 코어 i3나 i5와 같은 제법 값싼 멀티 코어 프로세서와 윈도 7으로 오래된 PC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덕분에 예상보다 선적된 PC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의 결과가 이번 보고서에 반영된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HP나 델 등 전통적 PC의 강자들이 이번 분기에 못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에이서와 아수스 등 대만의 PC 제조사들이 가격과 제품력을 무기로 상당한 물량 공세로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지요. 특히 탄력을 받은 에이서에 비해 HP는 추진력을 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 HP에는 또다른 동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슬레이트 같은 태블릿 PC나 터치스마트 같은 제품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몇 달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HP에게는 HP slate라는 카드가 남아있는데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다시 잃어버린 점유율을 되찾을수도 오히려
쪽박을 찰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슬레이트만으로는 잃어버린 점유율을 찾기는 어렵지요. 다만 잃어버린 지배력을 찾는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
지금 iPad 진행상황을 봐서 슬레이트가 나와도 기존에 iPad를 갖고있는사람들을 대체시키는 못하죠…
저같은경우 HP제품들을 은근히 좋아해서 살듯… 노트북,프린터,무선키보드,마우스가 HP꺼…
저보다 먼저 HP 슬레이트 사시걸랑 인증샷 좀.. ^^
이제 일체형 컴퓨터랑 타블렛 pc 에서 각자 전략을 선보일때가 됬는데 말이죠 ~_~. 전 앞으로가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ㅋ
아마 이런 제품들이 꽃피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겁니다. 완성도도 더 높여야 하구요. ^^
지난 14일,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가 2010 1분기 세계 PC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제법 흥미운 내용이 많더군요. 좀 늦긴 했지만, 그 보고서를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죠. <1분기 PC 시장, 힘빠진 전통의 강자와 매서운 후발주자의 추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