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을 위한 올레 온에어의 문제와 제안

0.1 한 2년 전쯤에 어떤 행사를 생중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노트북을 이용한 인터넷 생중계가 아주 어려운 때는 아니었지만, 노트북의 내장 카메라가 아닌 외부 카메라를 이용하려면 꽤 복잡한 연결 작업이 필요했고, 빠른 인터넷 망이 필수여서 방송을 위해 준비하는 데 여간 애를 먹었던 게 아니었지요. 이 생중계를 끝내면서 다시는 이처럼 복잡한 방송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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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잠시 나마 몇 편의 생중계를 했습니다. 다시는 안 하겠다던 생중계를 다시 했던 데에는 노트북도, 빠른 인터넷도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저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생중계를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완비되는 상황에서 생중계의 가능성을 실험해 봤던 것입니다.

0.5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럿 있지만, 지난 두어달 동안 생중계를 했던 서비스는 올레 온에어(http://onair.olleh.com)였습니다. 신제품 발표회나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제품에 대한 소개를 올레 온에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보내면서 현장에 참석하기 어렵거나 제품에 관심 있을 이들을 위해 서둘러 설명을 했었지요. 여섯 번이나 방송을 했음에도 할 때마다 어색하고 녹화 방송이 아닌 실시간 중계여서 어떤 말을 할지, 실수는 안 할 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는 실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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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송을 하면서 가장 의미가 있던 것은 다른 매체의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제가 전하려는 정보를 필요한 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체계를 갖춘 방송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좀더 고급스럽게 정돈된 컨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만, 담당자와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고 촬영 날짜와 스튜디오 일정을 잡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주제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거든요. 특히 IT 관련 흐름이나 제품 관련 소식은 시기를 놓치면 방송 자체를 내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요. 올레 온에어 같은 개인 방송은 비록 방송 시스템을 잘 갖춘 것도 아니고 영상이나 촬영 방식이 투박할지라도 그런 시기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방송할 수 있던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것도 3G로 연결된 스마트폰만 갖고 말이지요.

1.0 그런데 처음 올레 온에어를 소개 받았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방송용(올레 온에어 방송하기)과 시청용(올레 온에어 방송보기) 앱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별도의 앱으로 나눈 것은 오히려 낫긴 하더군요. 방송을 내보내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을 분리한 것이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다만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것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분리해 놓고 보니 서비스가 분리된 올레 온에어라는 전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초점이 흐트러진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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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온에어의 방송 보기 앱

1.1 일단 올레 온에어 방송하기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먼저 깔았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소셜 ID를 이용해 로그인 할 수 있고, 굳이 개인 정보를 일일이 넣어 계정을 만들 필요도 없어 접근이 쉽습니다. 방송을 시작하는 과정도 꽤 짧더군요.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고 제목을 입력한 뒤 공개 여부와 트위터/페이스북 공유 여부만 설정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물론 설정에 들어가면 CCL 사용 여부나 3G에서 고화질 방송하기 등 옵션도 있지만, 그 옵션도 많지 않지요. 때문에 방송을 시작하는 것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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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입력한 뒤 공개여부와 보내기 설정을 끝내고 방송하기 버튼만 누르면 방송을 시작한다.


2.0
하지만 방송의 시작이 편한 것과 별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방송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겁니다. 특히 끊어짐은 없지만 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선 랜보다 움직이는 3G 환경에서 제대로 볼만한 품질의 방송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생각보다는 괜찮은 결과를 보여주긴 합니다. 지금까지 모든 방송을 3G 상태에서 중계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영상이 전송되더군요. 물론 아주 선명하진 않고 깍두기 현상도 적지 않지만, 현장의 분위기 또는 촬영하고 있는 제품의 외형을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마 작은 화면으로 압축해 보면 좀 더 선명하게 보이겠지만, 그만큼 불편이 따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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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버튼만 누르면 바로 방송을 할 수 있다.

2.1 그렇다고 3G 중계를 마냥 환영할 만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계가 끊어지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지요. 지금까지 했던 여섯 번의 방송 가운데 딱 한번 중간에 중계가 끊어진 상황이 있었습니다. 10분 넘게 했던 방송했는데, 5분 쯤 지나 중계가 끊어졌더군요. 하지만 화면에서는 계속 방송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것을 모르고 계속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 방송했던 킨들 파이어 개봉기. 5분쯤 지나 방송이 중단됐다.

2.2 3G 중계였으므로 중간에 전송이 끊길 수 있는 문제를 감안하고 방송을 할 수밖에 없으나 이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방송이 잘 전송되는 상황인지 알려주는 표시 기능과 중간에 방송이 끊긴 이후부터 계속 방송을 이어 볼 수 있도록 관련 영상을 묶어 주는 기능입니다. 중계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표시 기능은 방송을 하는 이를 위해, 영상을 이어주는 기능은 시청자를 위해서 필요한 기능이므로 꼭 개선해 주길 바랍니다.

2.3 또한 방송 품질을 높이기 위한 영상 설정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노출 설정이 급하더군요. 야외든 실내든 제멋대로 노출이 고정되는 바람에 영상이 너무 밝은 영상이 촬영될 때는 좀 곤혹스러웠습니다. 일단 방송을 시작한 상황에서는 마음대로 중계를 차단하고 제대로 노출을 다시 잡은 뒤 방송을 재개할 수 없으니까요. 테스트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바로 방송을 내보내는 올레 온에어의 특성상 방송을 하는 사람이 상황을 체크해 노출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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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설정된 노출이 지나쳐 이대로 방송을 내보내면 영상이 제대로 안보일 수 있다

2.4 무엇보다 올레 온에어에서 방송을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보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제대로 송출한 여섯 개 방송의 시청자수는 오락가락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영상들이 방송 중일 때 실시간으로 보는 분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아직 올레 온에어를 아는 분들이 없어서 그럴 수는 있지만, 이는 실시간 방송의 의미를 약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나중에 따로 볼 수 있는 영상을 굳이 시간 지켜 가면서 볼 이유가 없다면 실시간 방송보다는 녹화 중계를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거든요. 때문에 방송 예고제와 예고에 따른 시청 예약 기능을 이용해 실시간 방송을 보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2.5 더불어 채널 분류와 전문 방송 육성도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 올레 온에어 사이트를 보면 방송 특성에 따른 분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시청자 입장에서 원하는 방송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한 채널의 특성을 알려줄 수 없으니 방송하는 이의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중계를 할 이유도 없을 듯 싶더군요. 비록 아마추어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 채널로 인지할 수 있도록 사이트와 방송 보기 앱을 꾸민다면 방송하는 이도 좀더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고 좀더 좋은 방송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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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이든 녹화 방송이든 분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직관성이 떨어진다.

2.6 그런데 실제 방송을 해보면 이런 저런 고민보다 더 앞서는 고민이 방송을 시작하는 그 순간의 뻘쭘합입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현장 화면이 중계되고 바로 그 화면에 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무척 당황스럽더라고요. 때문에 이미지든 짧은 소리든 간에 방송 오프닝을 넣어주는 기능은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넣어 놓은 타이틀 이미지를 2~3초 정도 먼저 보여준 뒤 실제 영상 화면으로 부드럽게 전환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조금 여유있는 오프닝을 했던 영상. 앞에 타이틀 이미지라도 나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0 올레 온에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이러한 방송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종전 매체를 통하지 않고 무엇보다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박원순 서울 시장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1인 방송을 하는 것처럼 올드미디어가 가진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좋은 의도를 가진 플랫폼이어도 시청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 아직까지는 파급력이 약하고 컨텐츠의 질이 높지 않은 점이 약점일 수는 있지만, 이는 끈기를 갖고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일 듯 합니다. 무엇보다 투박하고 실수가 있더라도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내보내는, ‘솔직함’이라는 인터넷 생중계의 가장 큰 장점을 많인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다양한 경로를 여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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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울 시장도 이러한 인터넷 방송을 이용해 1인 방송을 시작했다.
 

3.1 방송이었다면 “지금까지 ‘1인 방송을 위한 올레 온에어의 문제와 제안’을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로 마무리 했을 텐데요. 아무튼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글에서 또 뵙도록 하지요. 아, 저의 올레 온에어 채널은 http://onair.olleh.com/ch/chitsol 입니다. 가끔이라도 들러봐 주시길…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7 Comments

  1. 2011년 11월 26일
    Reply

    아직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군요.

    • 칫솔
      2011년 11월 30일
      Reply

      아무래도 서비스다 보니 일단 써보면서 문제점을 찾는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그래도 좋은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크라우드 소싱’ 이라는 개념이 있죠. 예전에는 정보를 획득하는 소스와 그것들의 유통체계를 특정 세력이 반독점했었습니다. 기성 미디어들이 대표적인 예이죠. 뉴스나 방송꺼리가 될만한 소스를 취재와 제보를 통해 점유하게 되고 그것을 방송을 통해 송출하여 미디어 파워를 갖는 모습, 기성 미디어들의 전형적인 모델입니다. 일반인들은 방송꺼리가 될만한 소스에 맞닥뜨린다고 해도 그것을 방송이라는 매개체에 태울 방법도,..

  3. 2011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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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디어 좋네요 ^^
    그나저나 트랙백이 왜 여기만 안걸릴까요…

    • 칫솔
      2011년 11월 30일
      Reply

      인트로 기능과 더불어 워터마크 기능도 있으면 더 좋겠죠. ^^

  4. ㅇㅇ
    2011년 11월 26일
    Reply

    아프리카 어플도 방송하기 가 있더군용

    • 칫솔
      2011년 11월 30일
      Reply

      네. 아프리카도 실시간 중계를 해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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