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했지만 희망은 내려둔 2012년의 PC시장

지난 1월 10일과 1월 14일에 IDC가트너가 2012년 4분기와 전체 PC 시장 공급량에 관한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2012년의 PC 시장은 세계적 경기 불황,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새로운 개인화 장치의 거센 도전, 그리고 PC 업체의 강력한 구조조정 등 예년보다 훨씬 PC 시장을 뒤흔드는 수많은 변수가 많았던 한해였고 그 결과가 이번 보고서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한 인상이었다.


도망자 ‘HP’와 추격자 ‘레노버’의 구도는 여전


일단 지난 3분기 실적 관련 글에서 언급했던 한 가지 잘못된 전망에 대해서 먼저 사과한다. 지난 3분기 보고서를 정리하면서 레노버가 앞으로 PC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번 보고서는 예상 밖으로 HP가 1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레노버가 전년(2011년) 동기 대비 공급량이 8.2% 늘어나기는 했지만, 연말에 강한 HP의 공급량에 근접하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DC에서 공개한 2012년 세계 PC 공급량
그런데 레노버는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것은 확실한 사실인데,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크게 증가된 게 아니다. 이에 비해 HP는 전분기에 까먹은 실적을 4분기에 만회함과 동시에 전년 동기 대비 -0.6%(IDC 기준)라는 수준에서 점유율 하락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가을에 부임한 HP CEO 멕 휘트먼이 지난 해 PC 사업부와 프린터 사업부를 통합하고 새로운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이후 줄곧 가파른 공급량 하락을 보인 것에 비하면 가장 안정된 성적을 보인 셈이다. 좋을 때 만큼의 실적은 아니긴 해도 적어도 HP의 혼란을 어느 정도 수습되어 가는 듯한 인상을 남기는 결과다. 물론 진짜 그런 것인가에 대해선 올해 1분기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시장은 감소, 중국 시장은 성장


2012년 세계 PC 시장은 -3.2%의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이 중에서도 미국 시장은 평균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보였다. 2012년 세계 PC 판매량은 모두 3억5천242만1천 대였고 미국 시장에 공급된 PC는 모두 6천652만4천대(IDC 데이터 참조)였다. 2011년 7천155만대를 공급한 것에 비해 분명 현저히 줄었는데, 레노버를 뺀 나머지 업체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HP와 애플은 2011년과 비슷한 공급량을 유지한 반면 델은 공급량은 많으나 수량 감소가 뚜렷하고 보이고 도시바는 미국 시장에서 TOP5 순위에 위협을 받을 만큼 공급량이 줄어들었다.


2012년 PC시장 분석, 2012년 PC 점유율, 2013년 태블릿 시장 예측, Gartner, HP, IDC, IHS 아이서플라이, PC, 가트너, 노트북, 디스플레이서치, 레노버, 태블릿
2012년 미국 PC 선적량
반면 중국은 비록 성장률이 한자리수로 내려오긴 했지만, 역성장한 세계 PC 시장과 달리 올해도 8.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IHS 아이서플라이는 2011년 7천390만 대를 보급했던 중국에서 2012년 7천990만 대의 PC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중국 시장에서 1위는 레노버로 2천930만 대를 공급, 37%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갔고, 에이서도 두자릿로 성장하며 11%의 점유율을 갖게 됐다. 그 뒤를 델, HP, 에이수스 순으로 따르고 있으며 이들은 6~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은 미국 시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단일 PC시장이 되었고, 앞으로 중국 시장이 세계 PC 시장의 떠받치는 대들보가 되었음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킨 한 해다.


태블릿이 노트북을 제친다는 2013년 전망


PC 시장 감소와 대비되어 더욱 돋보이는 시장이 태블릿 시장이다. 일단 올해 태블릿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올해 태블릿 판매량은 2억4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디스플레이서치에서 예상했는데, 이는 올해 노트북 공급량인 2억7백 만 대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5.6~13.3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면을 가진 태블릿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지금까지 애플 아이패드가 구축한 9.7인치 태블릿이 크게 감소하는 대신 올해는 7~8인치 스크린의 태블릿이 45%를 차지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디스플레이서치는 내다봤다. 또한 PC 공급량이 줄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은 35%의 태블릿을 공급하고 중국도 소규모 업체 중심으로 27%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두 지역에서 2012년 노트북 공급량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2년 PC시장 분석, 2012년 PC 점유율, 2013년 태블릿 시장 예측, Gartner, HP, IDC, IHS 아이서플라이, PC, 가트너, 노트북, 디스플레이서치, 레노버, 태블릿
디스플레이서치는 화면 크기별 분포를 통해 태블릿 시장을 예측했다.
이처럼 태블릿이 수요가 노트북 공급량을 넘어설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전체 PC 시장을 넘어선다는 뜻은 아니다. 2012년 세계 PC 공급량이 3억 5천대가 넘었고, 올해 시장 감소가 예상되지만 갑작스런 판매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징조는 어디에도 없어서다. 단지 태블릿 판매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PC 수요가 감소하는 보이는 착시 현상이 워낙 강해 PC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은 분명하지만, 태블릿이 PC 수요를 완전히 대체한다고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찾기에도 아직 이른 시점이다. 늘어난 태블릿의 판매량만큼 PC 판매량이 감소된 것은 아닌 데다, 여전히 당장 태블릿으로 대체할 수 없는 기업 시장이 너무 커서 PC의 죽음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접어둬도 될 듯하다. 그런데 연초부터 상장 폐지를 전제로 매각설에 휘말린 델의 처지를 보면 접어두자는 말이 무색하기는 하다.


덧붙임 #


1. 예전에 썼던 윈텔에 관한 이야기 중에 새로운 버전의 윈도가 PC의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윈도8이 PC 시장의 기대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기를 바라며 한번 더 이야기를 정리한다.


“과거 윈도가 인텔 프로세서의 판매를 늘렸고, 또한 반대의 현상을 낳으면서 업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윈텔입니다. 하지만 윈도 98 이후 새로운 운영체제가 프로세서의 판매율을 높이지 못했고, 새로운 프로세서 역시 운영체제의 확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미 PC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2. 하지만 윈도8은 PC의 형태를 바꾸고 있으며, 여기에 인텔도 화답하고 있는 중이다. 윈텔은 가깝고도 어색한 관계에서 다시 어색하지만 가까운 관계로 돌아서고 있는 지도…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2013년 1월 16일
    Reply

    안녕하세요. Daum view 담당자입니다.
    Daum view에서는 블로거분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을 담은 초대 메일을 Daum메일로 발송하였으니
    확인하시고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칫솔
      2013년 1월 20일
      Reply

      메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2. 2013년 1월 16일
    Reply

    과연 PC시장은 2013년에 어떤 양상을 보일지… 조금 희망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 칫솔
      2013년 1월 20일
      Reply

      아마 PC라는 색채가 더 약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그냥 BYOD의 세상인거지요. ^^

  3. 2013년 1월 23일
    Reply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14인치 급 이하 노트북은 작아서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는데
    14는 이제 너무 크고 10~12인치 급이 대세가 된걸 보면 참 아이러니 하군요 ㅋㅋ

    • 칫솔
      2013년 1월 30일
      Reply

      화면 크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아시아권은 작은 화면, 서양은 조금 큰 화면을 좋아하죠. 체형의 차이가 노트북의 선택에서 영향을 미친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