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태블릿은 앞으로 몇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만큼 PC 업체들이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다만 PC 업체들은 기존 시장을 얼마나 유지한 채 갈지, 새로운 시장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고, 이제 결정의 시기에 이르고 있다.
어제 에이수스도 서울 플라자 호텔 4층에서 이런 고민을 풀고자 개발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We Transform’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발표한 신제품은 태블릿 겸용 제품인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스포머북과 울트라북인 젠북, 그리고 풀HD 안드로이드 태블릿 등 모두 4가지.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너무 목적성이 뚜렷한 제품보다 상황에 따라 제품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쪽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그 변태스러움의 중심에는 트랜스포머북 트리오가 있다. 키보드 도크에 꽂아 가벼운 노트북으로 쓸 수 있고 도크에서 떼어 내 태블릿으로 쓰는 10인치 태블릿인 트랜스포머북 T100이나, 고릴라 글래스3로 칭칭 휘감아 못처럼 날카로운 것으로 긁더라도 흠집 ‘0’에 도전하는 젠북 UX301 더 쉽고 대중적으로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을 제치고 관심이 가는 것은 트랜스포머북 트리오일 수밖에 없다.
트랜스포머북 트리오의 키보드 도크는 코어 i5 또는 i7 프로세서를 포함한 노트북 부품이 들어 있고, 화면부에는 아톰 프로세서를 포함한 태블릿 부품이 들어 있다. 때문에 태블릿과 키보드 도크를 각각 낸 뒤에도 키보드 도크를 다른 모니터에 붙여 쓸 수 있고 태블릿을 꽂았을 때도 쓸 수 있다. 키보드 도크에는 윈도 8.1을, 태블릿에는 안드로이드를 얹어 두 운영체제의 응용 프로그램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데다, 키보드 도크에 태블릿을 꽂은 상태에서 하드웨어 버튼을 눌러 두 운영체제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북 트리오 한 대만 있으면 노트북과 태블릿은 물론 데스크탑까지 한꺼번에 갖추는 셈이다.
물론 단순히 제품의 수준이나 기능만으로 제조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꾸준하게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노력, 특히 국내 PC 제조사에게 발견하기 힘든 이런 노력에 대해선 지지를 보내야 마땅하나 오래된 컴퓨팅의 고정 관념을 바꿀 만한 파괴력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아직은 경험을 바꾸는 것보다 기존 경헙의 어떻게든 유지시키는 쪽에 가까운 제품으로 보여서다. 그래도 이러한 제품을 내놓다 보면 언젠가 혁신적 파괴가 가능한 제품도 내놓을 거라는 기대는 가져볼 만한 게 아닐지… 그 때에 가면 에이수스의 이 신제품들에 대한 평가도 또 달라지지 않을까?
덧붙임 #
1. 이번에 발표된 모든 제품은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태블릿까지도. 에이수스가 10인치급 태블릿과 노트북에서 전격적으로 ARM을 배제하고 인텔 프로세서만 채택한 것이 어떤 나타날지 모르지만, 인텔이 에이수스를 비롯해 기존 PC 업체들과 함께 시장 회복에 나설 것인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2. 트랜스포머북 트리오의 국내 출시는 2014년 1월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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