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익스피리언스 포럼 2019 (1)] 실패를 가속하는 디지털이 필요한 오늘…

솔직히 말하면 기술 기업이 주관하는 대규모 포럼에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힘들다. 이따금씩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놀라운 발표 덕분에 반짝 관심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업계의 이야기가 가득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흔치는 않으나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고민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포럼들이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기술 생태계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포럼은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만든다.

3D 설계를 비롯해 다쏘시스템가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3D 익스피리언스 포럼도 그러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포럼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 포럼은 3D 설계 및 제조, 자동화 등 다쏘시스템의 수많은 기술과 솔루션이 업계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기업 안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의 해소나 앞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를 예방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일반적으로 기술 포럼에서 기술이나 해법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는가에 대한 수치를 확인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기술을 도입해 더 나은 성과를 올렸는지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이 이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3D 익스피리언스 포럼은 기술의 진화로 인한 사회의 변화로 인한 문제, 또는 향후 기술 전망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의 운영 방식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예상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견을 모으는 기회로 활용해 왔다. 디지털 사회로 진화가 불가피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압박을 받는 분위기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생존의 방법을 탐구하도록 지난 몇 년 동안 주제를 공유했던 것이다.

2010년 이전 부가가치, 생산, 수출 등 제조업 주요 지표는 매우 높았으나 2010년 이후의 제조업의 주요 수치가 모두 하락했다. 새로운 제도와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로 이전의 방법으로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절실하다.

지난 6월 5일 있었던 3D 익스피리언스 포럼 2019도 그 이전의 포럼이 갖고 있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올해의 주제는 ‘디지털 트윈, 디지털 혁신의 DNA를 깨운다’였지만, 이 포럼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라는 좀더 직접적인 질문이 행사의 기조 연설부터 마무리 말까지 관통했다. 사회를 지배하는 디지털 혁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키워드가 갖고 있는 변화의 요구에 대응하는 길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이 이날 기조 연설을 맡은 다쏘시스템 코리아 조영빈 대표의 기조 연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고민을 담고 있던 듯했다. 많은 시간 동안 일했던 과거와 달리 주 52시간 근무처럼 더 적은 시간 동안 일을 하는 제도의 도입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제조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던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성공 사례 대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만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흐름을 변화의 매개로 삼아 과거의 자산을 남겨둔 채 디지털 자산을 더하는 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할 수 있다는 경계의 의미가 실려 있다. 그렇다 해도 실패해보지 않은 이상 실패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실패를 겪지 않는 법을 알기 위해 일부러 실패하는 것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다.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길은 디지털에 있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현실과 다르게 디지털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실패하고 다시 복구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로 구축된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시도를 통해 실패를 거듭하며 수정함으로써 실제 실제 현실에서 실행할 때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메타바이오메드 수술용 실을 비롯해 수많은 의료 용품과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다쏘시스템의 플랫폼을 도입해 디지털 환경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토한 제조 혁신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 자산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환경으로 바꿔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전의 주장과 조금 다르다. 디지털화의 목적이 맹목적인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가상의 실패를 통해 현실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제품의 개발 및 생산, 또는 기업 운영이나 사회 제도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측정하는 데 있어 일단 진행해본 뒤 보완해 왔던 기존 방식을 디지털 세계로 옮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실패의 영향을 현실에 미치지 않을 뿐인 것이다.

이처럼 실패를 위한 디지털 환경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제조 분야에서 어쩌면 꼭 필요한 변화의 열쇠일 지도 모른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단 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제조 현장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는 필연적이라서다. 2010년 전후로 5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제조 및 수출 경쟁력을 끌어 올려 미래 가치로 연결해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디지털에 기반한 가상 환경을 통해 미리 실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3D 익스피리언스 포럼 2019 기조 연설의 맥락이었고, 그 손을 잡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크고 작은 기업들의 이야기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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