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다”
얼마 전 CES를 참관하다 만난 국내 기자들에게 무엇이 볼만했냐고 물었을 때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한마디였다. 비단 기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참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새 달력을 걸고 처음 열리는 가전 전시회, 그것도 그 해의 흐름을 미리 짚는 전시회에서 의외의 반응일 지도 모르지만, 상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약해진 메시지
우리가 CES에 주목했던 것은 왜 일까? 우리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면 IT 업계에 몸 담았거나 몸 담고 있는 이들이 CES를 주목했던 이유부터 돌아 보자. 우리는 과거 CES를 통해 IT의 미래를 봤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IT 기술,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방향성이 제시된 것은 다름 아닌 CES였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북미 지역의 특수성에 기인하지 않고 세계 IT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쏟아지던 전시회가 CES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그 메시지는 점점 줄어 들었고, 올해는 더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IT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의 힘이 너무 약해진 것이다.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까지 찾아가 새로운 메시지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너무 허탈한 일이었다. 그 배경에는 IT 업계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 기업의 실종되었거나 힘이 약해진 것이 있을 게다.
더구나 ICT 기업들의 관심은 CES가 아니다. 여전히 많은 IT 기업들이 CES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보다 좀더 관심 받기를 원하는 행사는 따로 있다. 모바일 기업들은 2월 말에 열리는 MWC를 겨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드, 구글은 I/O, 인텔은 인텔 개발자 포럼(IDF)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내놓는다. 각 기업의 개발자 행사에서 더 굵직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이들에겐 관심을 높이는 데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CES를 끝으로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미래를 보여 주던 그들은 모두 어디 갔나?
ICT 기업들이 던진 메시지가 약해졌다고 해서 CES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CES의 무대는 또 다른 기업들이 잘 채우고 있다. 이번 CES에서 그 무대를 채운 것은 가전 기업과 자동차였다. 가전 업체들. 정말 전시 잘했다. 차세대 가전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들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미지도 잘 쌓았다. 자동차도 미래를 겨냥한 커넥티드 카로 주목을 끌었다.
이번 CES는 외형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흥미가 떨어진 원인은 너무 현실적인 전시회라서다. 좋은 제품은 많이 전시됐지만, 대부분은 이미 판매되고 있거나 머지 않아 판매할 제품들이다. 제품 판매를 위한 상품을 보여주는 전시회라는 특성이 변한 것은 없지만, 너무 현실적이라는 게 이상하다.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CES에 참여하는 목적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두 현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만을 들고 나왔다는 공통점이 큰 실망을 안겼다. IT 관련 매체 뿐만 아니라 일부러 이곳을 찾아 미래를 보고자 했던 이들이 그다지 재미 없게 본 이유는 이 때문이다. PC 산업을 대신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다른 산업이 더 흥미로운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 중요성을 알아채지 못하니 메시지를 던질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다.
하긴 그럴 능력이 되는 가전 기업이 있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제품 홍보 만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서 CES를 이용하는 국내외 기업들. 아마도 이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한 내년에도 “볼 게 없다”는 볼멘 목소리를 또 들을 게 뻔하다.
이유야 뻔하죠!
기술통제…
경제 위기로 인해서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현실안주로 돌아선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지금 당장 팔아야 할 제품 위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전시회의 주인공이 바뀌어서 그러는 것이 더 클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