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LG 스마트폰의 한 발 느린 업그레이드는 늘 불만이었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 LG가 안드로이드 5.0 롤리팝 만큼은 단단히 벼르고 있었나 보다. 비록 G3 한 모델만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을 먹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레퍼런스 제품인 구글 넥서스 시리즈를 빼고 가장 빨리 롤리팝을 얹고 있는 제조사로 이름을 올리기 위한 자격은 갖춘 듯 보인다.
그러나 모처럼 빠른 업그레이드에 대한 반가운 마음도 잠시 뿐. 정작 G3에 롤리팝을 얹어 이리저리 둘러본 이후 정말 롤리팝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분명 설정에서 확인한 안드로이드 버전은 5.0이며 롤리팝 사탕이 뜨는 이스터 에그도 틀림 없음에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G3는 안드로이드 5.0의 프로그램 실행 엔진과 일부 주요 기능은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제대로 구현하진 못했지만) 잠금 화면의 알림을 포함해 문서 형식으로 바뀐 최근 앱, 물결 모양의 스크롤 애니메이션, 알림 막대의 스크롤과 위치가 바뀌는 지우기 버튼, 상황별 음량 조절 옵션, 취소와 확인을 선택하는 창, 다른 이가 잠시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제한하는 게스트 모드 같은 기능과 효과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각 기능들이 안드로이드 5.0의 기본 형태가 아니라 G3에 맞춰 일부는 커스터마이징된 부분도 있다. 레퍼런스의 기본 글꼴로 쓰고 있는 본고딕은 G3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롤리팝을 먹인 G3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뭔가가 결핍된 인상이다. 나는 G3가 롤리팝으로 올라가는 순간 훨씬 간결하고 깔끔해질 거라는 기대와 반대다. 그모습 그대로다. 기대와 다른 이유는 하나, 머티리얼 디자인 때문이다. 머티리얼 디자인은 안드로이드 5.0에서 으뜸으로 꼽는 변화다. 단순하게 보이는 UI 구조지만 마치 종이를 여러 단 쌓아 올린 듯한 공간감과 절제된 채색을 통해 더 아름다운 안드로이드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이다. 구글은 정식으로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을 공개한 직후부터 머티리얼 디자인으로 바꾼 구글 앱을 준비하고, 머티리얼 디자인을 반영한 런처를 담은 새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에 대비했다.
그렇다면 LG G3는 머티리얼 디자인을 얼마나 담아냈을까? 솔직히 그리 많은 양을 섞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런처 뿐만 아니라 전화나 연락처, 문자와 같은 기본 앱도 머티리얼 디자인과 아주 먼 거리감을 갖고 있다. 시스템 런처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일은 매우 벅찬 일이지만, 롤리팝에서 종전과 확 달라진 UI 디자인을 강조한 것에 비하면 이를 맞추려는 정성과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시간이 모자란 것은 충분히 핑계가 될 수 있다. 고유의 버튼이나 메뉴 구조를 유지하고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볼 수는 있어서다. 단지 LG는 그 시간을 갖고 더 나은 머티리얼 디자인의 시스템 런처를 고민하기보다 새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만 집착한 듯하다.
시간이 더 필요한 런처는 그렇더라도 기본 앱조차 머티리얼 디자인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사실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기존의 이용 경험을 유지하는 새로운 머티리얼 디자인의 런처로 송두리째 바꿀 수 없다고 해도 새 운영체제의 조화와 변화를 고려한 최소한의 변화를 담아야 하는 상황이면 몇몇 기본 앱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기본 앱도 롤리팝에 맞는 새로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LG는 롤리팝의 프로그램 실행 엔진과 몇 가지 기능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업그레이드를 서두른 듯하다. 하지만 운영체제를 올리더라도 그 운영체제의 핵심 요소를 고려해 변화를 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업그레이드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 G3처럼 새로운 운영체제를 담기에 부족한 그릇이 아니라면 업그레이드로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운영체제를 올렸으니 할일은 끝났다고 마음 놓지 마시라. 제대로 된 업그레이드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은 여전히 ‘업그레이드는 진행 중’이라 믿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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