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개를 위로 올리는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의 순서를 따지면 지난 해 발표하고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모토롤라 레이저 폴더블을 기록상으로 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곳에서 첫 경험을 안겨 줄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은 레이저 폴더블이 아니다.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주문서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갤럭시 Z 플립이 수많은 이들에게 첫 플립형 스마트폰으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아마도 조금 서둘러 발품을 팔았던 이들은 출시일에 맞춰 갤럭시 Z 플립을 손에 쥐고 요리조리 둘러보았을 것이다. 그랬던 수많은 무리 속에는 나도 들어 있다. 지난 CES에서 잠시나마 플립형 폴더블의 첫 모델이었던 레이저 폴더블을 이미 맛본 터라 또 다른 제품에 슬쩍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갤럭시 Z 플립은 삼성이라는 제조사 관점에서 볼 때 두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수평을 기준으로 접는 플립형에 앞서 수직을 기준으로 접는 갤럭시 폴드를 먼저 출시한 경험으로 이전에 확인됐던 약점을 제조사가 어떤 해결책을 담았을지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이라서다.
다만 갤럭시 Z 플립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좀더 시간을 갖고 살펴본 뒤에 담기로 하고, 이 글은 짧은 첫인상만 정리한다. 아직 하루도 채 써보지 않은 채 이 제품을 평가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서다. 충분한 결론을 얻는 순간이 지나면 이 글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단 패키지는 딱히 특별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값어치 있는 제품처럼 보이도록 꾸몄거나 놀라움을 주려는 의도가 단 1도 스며들지 않은 평범한 패키지다. 하긴, 최고가 아이폰11 프로 맥스보다 싼 데 그보다 비싼 패키지처럼 보이길 바라다니… 그런 욕심이 샘솟는 것을 보니 역시 난 이 제품의 팬으로써 자격을 갖추지 못한 모양이다.
Z 로고가 있는 슬라이드 상자를 빼고 상자를 열면 안내문과 몸을 편채 누워 있는 갤럭시 Z 플립 본체가 있다. 본체를 들어 올리니 충전을 위한 어댑터와 USB 케이블, AKG USC-C 이어폰이 보이고, USB A to C 젠더도 전원 어댑터 안쪽 작은 포장재에 씌어 있다. 무엇보다 비닐을 단 하나도 쓰지 않는 점에선 다행이고 환영이다. 단지 투명 보호 케이스를 담은 상자가 포장재 덮개 쪽에 들어 있는데, 뭔가 하나라도 더 있나 뒤적이길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잘 찾아보라는 제조사의 배려가 느껴진다. 젠장.
어쨌거나 이제 갤럭시 Z 플립에 집중할 때다. 갤럭시 Z 플립을 감싼 비닐을 벗기니 쭉 뻗은 화면이 나타난다. 냉큼 반으로 접어보려다 먼저 빛을 비춰 화면을 살펴봤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긴 하나 경첩 부분의 화면은 일자로 곧게 펴진 상태가 아니라 안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상태다. 그 이외의 부분은 전반적으로 평평하고 약간 고르지 못한 전면 카메라 부분만 눈에 살짝 거슬릴 뿐이다.
화면 상태를 확인한 뒤 갤럭시 Z 플립이 본분에 충실하도록 반으로 접었다. 아직 경첩이 부드럽게 길들여 진 것 아니어서 접는 순간 약간 힘을 줘야 한다. 그런데 반으로 접은 갤럭시 Z 플립을 옆에서 보니 생각보다는 좀더 놀랍긴 하다. 사실 앞서 갤럭시 폴드를 본 이들은 접히는 부분의 공간이 넓어 불만이었던 반면, 갤럭시 Z 플립의 그 공간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틈이 있으므로 그 사이로 기어 들어간 먼지들의 안식처가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히는 부분을 최소화한 것에 놀란 이유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초박막글래스(Ultra Thin Glass)를 씌운 상태에서 이렇게 좁혀 놓았기 때문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폴리이미드 필름을 붙였던 갤럭시 폴드가 경첩 부분의 공간을 크게 만든 것을 감안할 때 이는 큰 진전이다.
그래도 경첩 부분이 약간 벌어진 틈으로 인해 갤럭시 Z 폴드를 평평한 곳에 올려두면 아주 미세한 기울기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기울기는 폰만 쓸 때는 별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단지 갤럭시 Z 플립 위에 무선 충전용 장치를 올려놓으면 바깥을 보호하는 유리의 낮은 마찰력과 어울리며 미끄러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기본 투명 케이스라도 씌우면 그나마 나은데, ‘생’폰으로 쓰는 이들은 참고할 부분이다.
갤럭시 Z 플립을 접었을 때 확실히 두텁지만, 그래도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로 줄어든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움켜 잡을 수 있는 정도다. 본체를 길게 폈을 때 두께는 V50 같은 스마트폰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좌우 폭은 갤럭시 Z 플립이 좀더 좁기 때문에 접었을 때나 폈을 때 안정감은 좋은 편이다.
갤럭시 Z 플립을 켰을 때 화면 가운데에 로고가 뜬다. 딱 접히는 부분에 쓰는데, 로고 모양이나 위치에 썩 신경 쓴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그 자리에 표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고로 바깥쪽의 작은 창에도 갤럭시 Z 플립이라는 표시가 뜨는 데 그게 더 마음에 든다.
기본 설정을 끝낸 뒤 곧바로 여러 앱을 실행하고 화면의 느낌을 살폈다. 갤럭시 Z 플립을 폈을 때 22대 9 화면비라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훨씬 길다. 때문에 긴 화면에 유리한 콘텐츠나 앱 활용은 유리하다. 이를 테면 웹툰이나 두 개의 앱을 멀티 윈도우로 실행하는 것 등이다. 반면 화면을 펼친 상태에서 브라우저를 띄워 긴 웹 사이트를 스크롤을 할 때 경첩 부분이 평평하지 않다보니 손가락 끝 느낌이 좋지는 않다.
긴 화면비의 화면이므로 16대 9 비율 영상을 재생하면 좌우의 두꺼운 레터 박스가 생긴다. 오히려 21대 9 비율의 영상이 최적이다. 유튜브에서 21대 9 화면비 영상을 재생하면 기본적으로 상하좌우에 모두 레터박스가 생기지만 화면을 확대하면 레터박스 없이 꽉찬 화면으로 영상을 경험할 수 있다. 참고로 스피커는 수직으로 세웠을 때 하단부만 있으므로 이어폰 없이 영상을 볼 때 모노 사운드로 들어야 한다.
갤럭시 Z 플립은 화면을 꺾는 각도를 제법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100도 이상 뒤로 젖힐 수도 있지만, 90도만 꺾어 바닥에 놓고 쓰는 일이 많을 듯하다. 문제라면 셀카를 찍는 것 외에 다른 활용도를 아직 못 찾았다는 것이다. 유튜브나 구글 듀오 화상 통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확인하기 전이어서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
외부 디스플레이는 너무 작아서 편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저 시간을 확인하고 알림 여부를 확인하거나 짧은 단문을 볼 수 있을 뿐, 결국 화면을 열지 않고 마무리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큰 불편은 측면의 지문 센서를 겸한 전원 버튼이다. 이 버튼은 갤럭시 Z 플립의 전원을 켤 때 쓰지만, 전원을 끌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면 빅스비가 작동해서다. 대신 전원을 끄거나 다시 시작할 때는 알림 막대의 전원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버튼에 있는 지문 센서는 너무 가늘어서 인식 오류가 적지 않다. 아직 적응이 덜 되어 그럴 지도 모르나 적어도 지금까지 경험은 인디스플레이 지문 센서나 후면 지문 센서보다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일단 갤럭시 Z 플립 첫 날의 이용 경험은 여기까지다. 갤럭시 Z 플립은 몇몇 단점이 눈에 보이긴 해도 하드웨어 완성도는 앞서 소개했던 모토롤라 레이저 폴더블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그러나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느끼고 싶었던 감성을 채웠다는 결론까지 도달한 것은 없다. 한 손에 쥔 플립 폰에 엄지를 쑥 밀어 넣어 위로 들어 올렸을 때 시원하게 덮개가 넘어가는 쾌감도 없을 뿐더러 화면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분을 손댈 때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에 적응도 덜 됐다. 아직 손대지 못한 기능도 많다. 그 나머지 이야기를 남기려면 지금 이 글을 끝내야 한다. 갤럭시 Z 플립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리뷰가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