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완성도에도 여전히 껄끄러운 갤럭시Z 폴드2 첫인상

어쩌면 오늘 쓰는 이 글의 주제는 갤럭시Z 폴드2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듀오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어쩌면 그랬을 것이다. 1년 전 엇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폴더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과 듀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은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나를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세웠지만, 1년 동안 발전을 가늠할 수 없는 스마트폰이 가진 위험을 직감하고 그 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갤럭시Z 폴드2를 선택했다. 발표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 데 벌써 폴더블 스마트폰이 두 번째 세대로 진화했고, 이번에는 그 모습을 좀더 가까운 곳에서 자세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여러 곳에서 스치듯 만났던 갤럭시 폴드가 가능성의 산물이라면 갤럭시Z 폴더2는 무엇의 산물일지 궁금했던 터다.

갤럭시Z 폴드2의 구성품

그런데 늘 그렇듯이 이 글은 갤럭시Z 폴드2의 리뷰가 아니다. 갤럭시Z 폴드2를 쓴지 만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숙성된 리뷰가 아닌 겉저리 첫인상이다. 아마도 갤럭시Z 폴드2를 몇 주 써봐야 해야 할 말도 생길 듯하다.

지난 번 갤럭시Z 플립도 그랬지만, 갤럭시Z 폴드2도 첫 인상은 조금 껄끄럽다. 실제 판매되는 폴더블 제품이 많은 상황은 아니지만, 케이스에서 제품을 꺼냈을 때마다 이 느낌은 반복되는 듯하다. 이는 제품을 잘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갤럭시Z 폴드2도 이전 폴더블 제품과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서 그럴 뿐이다.

경첩의 접힘 부분이 평평하지 않은 것은 갤럭시Z 폴드2도 여전하다.

케이스에서 조심스레 꺼내어 본체를 휘감고 있던 임시 보호 필름을 벗겨내자마자 드러난 폴더블 화면의 움푹 들어간 접힘 부분은 이번에도 그대로다. 사실 앞서 갤럭시 폴드나 갤럭시 Z 플립 등 접했던 터라 지금쯤은 익숙해 질 거라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이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모양이다. 접힘 부분을 완벽하게 펴는 것은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자들에게 남겨진 일생일대의 숙제겠지만, 적어도 갤럭시Z 폴드2는 과제를 풀어내진 못한 상태다.

더불어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이전 폴드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유리처럼 매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갤럭시Z 플립부터 도입한 초박막 유리를 갤럭시Z 폴드2도 쓰고 있지만, 그 위에 덧바른 보호 필름이 유리처럼 외부 빛을 일관되게 반사하지 못해 생긴 문제다. 그래도 필름보다 유리막을 이용해 균일성을 높인 데다 몇 겹의 필름 재질을 썼던 갤럭시 폴드에 비하면 물렁한 기운도 거의 없앴다.

완전히 편 상태의 두께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접었을 때 경첩 사이 틈도 아직 남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위에 바른 필름에 손을 댄 흔적이 너무 쉽게 남는다는 점이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화면에 손가락을 댄 곳마다 지문이나 손가락이 움직인 흔적이 남는데, 밝은 곳에서 검은 배경의 앱을 켜면 지저분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때문에 어지간하면 이를 닦아낼 수 있는 작은 천을 갖고 다니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폴드에 비하면 갤럭시Z 폴드2의 디스플레이를 보는 느낌은 훨씬 좋다. 오른쪽 모서리 쪽으로 카메라를 배치하면서 사각형이 아닌 기형적인 디스플레이 형태를 썼던 이전 폴드와 달리 카메라를 대폭 정리하고 그 부분까지 디스플레이를 넓힌 갤럭시Z 폴드2는 더 안정감 있고 널직하게 보인다. 물론 전면 카메라 부분에 구멍을 뚫어 놓은 탓에 가끔 콘텐츠에 따라 화면 회전을 하면 그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는 점은 애석하지만, 차기 제품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외부 디스플레이는 폭은 좁지만 바깥 면을 거의 채워 이 자체로도 스마트폰처럼 쓰는 데 무리가 없다.

폴더블 화면의 탐색을 끝내고 갤럭시Z 폴드2를 접어 손에 쥐었다. 폈을 때의 두께는 여느 스마트폰과 비슷하나 접은 만큼 두 배의 두께가 된다. 그나마 두꺼워지더라도 상대적으로 폭이 좁다보니 쥐었을 때 손으로 편하게 감쌀 수 있어 부담은 덜한 편이다.

이처럼 좁은 바깥 한 면을 길죽한 디스플레이로 꽉 채웠는데 정말 시원하다. 비록 폭이 넓은 스마트폰에 비할 바는 아니라해도 중간만 채웠던 폴드에 비하면 훨씬 긴 데다, 바깥 쪽 한 면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쓰는 터라 보기도 좋다. 물론 폭이 좁은 만큼 표시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고 스크린 키보드를 띄웠을 때 키보드 폭이 좁아 글자 입력 때 불편한 점은 어쩔 수 없다. 그렇더라도 보조 디스플레이에 가까운 이전 폴드에 비하면 갤럭시Z 폴드의 외부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알림 확인 같은 가벼운 작업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접은 상태에서 바깥 화면을 위로 향하게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갤럭시Z 폴드2의 후면 카메라. 이 카메라를 이용해 셀카를 찍는 모드가 추가됐다.

접은 상태에서 뒤로 돌려보니 3개의 카메라가 큼지막한 눈을 부라리고 있다. 갤럭시 S20 울트라부터 채택해 온 ‘카툭튀’ 디자인이나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더구나 이 카툭튀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는 폴드를 편 채 바닥에 내려놨을 때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후면에 전용 케이스를 씌우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는 있으나 화면 쪽은 케이스를 씌우기 어려운 터라 편 상태에서는 단차로 인한 균형이 맞지 않는다.

때문에 제조사도 화상 통화나 유튜브를 편하게 보기 위해서 폴드를 살짝 꺾어 바닥에 놓을 때 후면 카메라가 있는 쪽을 아래로 두도록 설계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갤럭시Z 폴드2를 바닥에 놓고 쓸 때는 외부 화면 쪽이 바닥 쪽으로 향하도록 되어 있다. 폴드2 안쪽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후면 카메라를 아래 방향에 두면 전면 카메라가 하늘로 향하는 모양이 돼 화상 통화를 할 수 없어서다.

갤럭시Z 폴드2는 내외부 디스플레이에 모두 보호 필름이 부착되어 있다.

바깥 화면부를 바닥에 내려놔야 하니 당연히 흠집이 날까 걱정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갤럭시Z 폴드2는 바깥 화면 위에 보호 필름을 씌워서 출고하고 있어 화면에 직접 흠집이 생기는 문제는 막았다는 부분이다. 물론 이 필름에 흠집이 늘어 헤지면 보기에 좋지 않을 텐데 화면부를 바닥에 놓도록 설계한 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적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하다. 더불어 무거운 카메라 부분이 위에 있어 바닥에 놓았을 때 화면 각도에 따라 뒤로 넘어갈 수도 있다.

갤럭시Z 폴드2를 접어서 옆에서 보니 화면이 접히는 경첩 부분은 여전히 벌어져 있다. 그 사이로 먼지나 이물질이 안쪽 폴더블 화면 쪽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많다. 그나마 경첩 사이로 먼지가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기구를 보강한 것은 발표때 강조된 부분으로 이는 다른 테스트로 확인해야 할 듯하다.

지문 센서는 오른쪽 측면에 있다. 인식 속도는 제법 빠르다.

지문 센서는 폴더블 화면을 폈을 때 오른쪽 측면에 있다. 지문 센서 위치는 접은 상태로 오른손으로 잡았을 때 엄지를 대기 좋은 높이에 있고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잘 작동한다. 다만 지문 센서가 한쪽에만 있다보니 왼손으로 잡을 때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왼손 중지가 그 위치에 닿는 만큼 지문만 잘 등록해 놓으면 어려운 없이 한손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갤럭시Z 폴드2의 생김새와 만듦새를 이리저리 둘러본 뒤 전원을 켜고 기본 설정을 끝낸 다음, 앱을 설치하고 홈 화면을 설정하다보니 은근한 불편이 생겼다. 이는 갤럭시Z 폴드2 역시 안과 밖에 각각 다른 화면을 가진 듀얼 스크린 폰이라는 점에서 생기는 문제다. 안팎에 서로 다른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쓰다보니 홈 화면은 따로 설정해야 한다. 즉, 폴드 바깥 화면에 위젯을 배치해도 안쪽 디스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가 일일이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앱을 모아놓는 폴더는 물론 앱의 배치도 따로 해야 한다. 때문에 위젯이나 앱, 폴더 등을 한쪽 디스플레이의 홈 화면에 배치할 때 또 하나의 홈 화면에도 배치할 것인지 물어보면 좋을 텐데, 갤럭시Z 폴드2는 여기까지 고민하진 않은 상황이다.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카메라쪽을 바닥에 놓으면 이처럼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일단 갤럭시Z 폴드2에 여러 앱을 깔아서 실행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좀더 써본 뒤에 정리하려 한다. 화면 분할을 통한 앱 실행 경험이라던가, 폴더블 화면에서 즐기는 게임, 영상, e북 같은 콘텐츠를 통한 경험은 종전 폴드도 가능했던 부분이라 다른 특징을 찾아야 해서다.

아, 갤럭시Z 폴드2가 이전 폴드와 다른 기능 중 하나는 3개의 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깥 디스플레이에서 카메라를 실행한 뒤 오른쪽 상단의 셀피 모드 스위치를 켜면 후면 카메라가 작동하는데 이 때 화면을 펼치면 안쪽 폴더블 화면은 꺼진 상태로 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아주 특별한 기능은 아닐 수 있어도 안쪽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바깥쪽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활용하는 경험은 제법 독특했다.

갤럭시 폴드처럼 최대 4개의 앱(3개의 화면분할과 1개의 팝업)을 한 화면에 띄울 수 있다.

갤럭시Z 폴드2를 쓴지 만 이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평가를 내릴 시점은 아니다. 다만 첫 인상은 이것저것 다 채우려는 넘치는 욕심 탓에 복잡했던 폴드에 비하면 갤럭시Z 폴드2는 많은 것을 덜어냈고, 더 좋은 만듦새를 갖출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남긴 숙제는 여전히 껄끄러워 보였다. 그 껄끄러움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당분간 갤럭시Z 폴드2 이용자들도 적응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그 껄끄러운 문제에 대한 나의 적응 수준은 다음 글에 남기기로 한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9월 17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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