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소니가 머리에 쓰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ead Mount Display, 이하 HMD)를 내놨을 때 그 의외성에 깜짝 놀랐더랬다. 감귤 상자만큼 큼지막하고 무거운 장치를 머리에 써야 했던 초창기 HMD에 비하면 가볍고 매우 세련된 형태로 내놨던 덕분이다. 소니 HMZ-T1은 머리에 쓰고 보는 극장의 컨셉에 맞게 충분한 화면 크기를 눈앞에 펼쳐놨지만, 금세 영상 품질과 편의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그 뒤 단점을 개선한 HMZ-T2를 지난 해 출시한 소니는 지난 9월 IFA에서 3세대 HMD인 HMZ-T3를 공개했다. 소니 코리아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지스타의 대규모 전시 부스를 구축, 3세대 T3에서 영화와 게임 컨텐츠를 다양한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데, 종전 모델과 비교해 3세대 T3가 올바른 진화를 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다.
배가 쏙 들어간 듯 홀쭉해진 본체
지난 IFA와 이번 지스타에서 HMZ-T3를 보자마자 직감할 수 있던 한 가지가 있다. 더 작아지고 가벼워졌다는 게 눈에 바로 보였다는 점이다. 이 점은 HMZ-T1과 T2를 쓰던 이용자들이 T3에서 가장 부러워할 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사실 T2(330g)와 비교하면 고작 10g 더 가벼워졌을 뿐이지만, 가로세로 길이가 210x196mm이었던 T2와 비교했을 때 189x148mm의 T3는 확실하게 배가 쏙 들어가 홀쭉하게 보인다. 앞으로 툭 돌출된 부위가 쏙 들어간 덕분에 이전보다 덜 과격하고 색상도 좀더 어둡게 바꿔 지나치게 세련된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정숙해졌다.
모바일 경험을 더하다
HMZ-T3의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꿨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결해 시청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HMD를 집이 아닌 밖에서도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니 HMZ-T1과 T2는 영상 신호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유닛에 연결해야만 쓸 수 있는 데, 이 장치가 셋톱박스와 거의 같은 크기인데다 가정용 전원을 쓰는 장치여서 휴대할 수 없었다.
짧아진 신호선과 나아진 편의성
HMZ-T3가 프로세서 유닛과 배터리 유닛으로 분리되면서 좋아진 점이 하나 더 있다. 프로세서 유닛과 직접 연결해야만 했던 T1, T2와 달리 배터리 유닛에 연결함으로써 영상 신호를 수신하는 데 필요한 신호선의 연결 길이가 매우 짧아졌다는 점이다. 신호선이 짧아짐으로써 이용자는 걸리적 대는 두터운 케이블에 의한 불편을 더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 유닛은 따로 외부 전원을 쓸 수 있고 이전보다 훨씬 쉽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무선 스트리밍으로 댁내 이동성 향상
대형 화면은 그대로, 화질은 좀더 향상
안경 쓴 사람에겐 여전히 불리
T1과 T2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단점 중 하나는 안경을 쓴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T3는 이 점을 조금 개선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경을 쓰는 이들에게 편하진 않다. HMZ-T 시리즈는 안경을 벗고 썼을 때 초점을 맞추기 매우 힘든 탓에 반드시 안경을 써야만 하지만, 안경 위에 쓰고 T3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했을 때 갑갑함은 여전했다. 렌즈 초점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나, 안경을 쓰는 이들을 위한 대안이 들어가야 한다고 또 한번 말해야 할 듯하다.
HMD의 실질적인 이용 형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운전 하거나 주행 중에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그렇게 되려면 휴대성 외에도 사용성이 좋아야할테니까요 ^^
아무튼 기대가 되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아마도 구글 글래스 같은 타입을 말씀하신 듯 싶네요. 사실 정보형 디스플레이와 미디어형 디스플레이는 조금 다른 관점에 있는 제품이라서 같은 경험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정보형 디스플레이도 좀더 가볍고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되고 있으니 기다려보면 언젠가 일상에서 쓸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
이번 허큘러스와 애플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안경 쓴 사람들을 위해 망막을 통한 초점 보정으로 안경 안쓰고도 안경 쓴 것처럼 잘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기술로 특허 싸움을 벌여 애플이 이겼던데, 소니가 진작 이런 기술을 적용했다면 HMD를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안경을 쓰고 HMD를 본다는 건 제가 보기엔 의미가 없는 행동 같아서;
동감입니다. 정말 초점 문제는 심각한데 개선이 되질 않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