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홀로그램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도와줘요. 오비완 캐노비. 당신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기능 이상으로 R2-D2에 담겨 있는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을 본 순간 이것이 단순히 영화적 상상에 머물지 않고 정말 현실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했더랬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홀로그램 영상 통화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홀로그래픽 홈 비디오 등 SF 영화마다 허공에 그려내는 3D 홀로그램들이 흔한 일상이라면 얼마나 멋질 지 궁금했으니 말이다.

그런 상상의 즐거움을 갖게 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4가 상영된지 40년이 지났건만 지금 영화 속 홀로그램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비록 영화처럼 허공에 영상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와 다른 방식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통해 우리 주변을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어서다. 그리고 이제 홀로그램 장치는 우리 일상 속으로 조금씩 파고들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홀로그램, 모든 정보를 담다
사실 처음 개발할 때의 의도와 다르게 일상으로 보편화된 기술이 있다. 이를 테면 음향 기술 기업이었던 DTS(현 엑스페리)가 2012년에 인수했던 인수한 SRS는 시끄러운 헬기 조종석에 있는 조종사의 음성을 헤드폰으로 듣기 위해서 만든 음향 기술이었는데, 훗날 공간감을 살리는 음장 효과로 발전했다. 홀로그램도 이와 비슷하다. 1947년 헝가리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 박사가 해상도를 향상시킨 새로운 전자 현미경의 원리였으니까.

그런데 홀로그램은 그 용어에 기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홀로그램은 그리스어 ‘Holos’와 ‘Gramma’를 조합한 단어로 각각 ‘완전한’과 ‘메시지’라는 뜻이라서다. 단순하게 조합하면 ‘완전한 메시지’라는 간단한 말에 불과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해석하면 3차원의 정보를 모두 기록하고 표시할 수 있는 ‘전체 데이터’를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실제 홀로그램은 이러한 의미에 충실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다. 빛의 특성으로 물체가 갖고 있는 정보를 입체적으로 저장하고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물체에 반사되어 나온 빛을 렌즈로 모아 기록하고 인화하면 볼 수 있는 사진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사진이 평면 정보라면 홀로그램은 입체적인 3D 정보라는 점에서 다르다.

같은 광원을 통해 사물의 반사 빛과 거울을 통해 반사한 빛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간섭 무늬로 인해 위상과 진폭 정보가 기록된다.(이미지 출처 | Physics Girl’s How 3D holograms work 유투브 영상 캡쳐)

홀로그램은 빛이 구부러지는 회절과 여러 빛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간섭을 이용한다. 물웅덩이에 돌을 하나 던져 둥근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그 옆에 다른 돌을 던지면 앞서 던진 돌의 물결과 새로 던진 돌의 물결이 부딪치면서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이때 둥근 물결을 빛의 회절, 겹치는 부분을 빛의 간섭으로 이해하면 된다. 단 물결과 달리 빛은 한 방향으로 회절을 만들고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데, 물체에서 반사되어 불규칙해진 빛과 균일하게 회절된 빛이 사로 다른 각도에서 교차되면 두 빛이 간섭되는 위치가 달라진다. 이때 간섭으로 생긴 밝고 어두운 간섭 무늬 안에 물체의 진폭과 위상 정보를 담게 되고 이를 특수한 판에 기록하고 볼 수 있는 것이 홀로그래피다.

결과적으로 홀로그램은 3차원 정보를 기록하고 다시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홀로그램 기술과 사진 기술을 결합해 물체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홀로그래피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보르 박사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연구 도중 포기한다. 전자 현미경에 적용될 때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없고 홀로그램의 재구성 단계가 불완전했던 터라 그를 돕던 동료들을 붙잡을 수 없었다. 가보르 박사는 광원이 문제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시대의 광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기에 연구를 포기했다. 그리고 10년 뒤 레이저 광원의 등장 이후 홀로그래피는 다시 발전이 길을 걷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홀로그램 찾기
우리가 영화에서 화려한 홀로그램 관련 장면을 너무 많이 봤기에 사실 눈이 높아진 면이 없진 않지만, 사실 홀로그램 상품을 우리 일상에서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홀로그램 스티커도 그 중 하나다. 흔히 상품의 정품 여부를 알려주는 위조 방지용으로 쓰이는 홀로그램 스티커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3차원 정보를 얇은 필름에 기록한 것이다. 홀로그램 스티커는 레이저 광원을 통해 안쪽에 기록된 3D 정보를 확인함으로써 위조 문서나 가짜 서명을 쉽게 판별할 수 있어 다양한 상품이나 지폐에까지 응용되고 있다.

정품임을 확인시켜 주는 홀로그램 마크. 위조 홀로그램도 적지 않으나 정품 홀로그램은 빛을 비출 때 입체적으로 추가 정보가 표시된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역시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홀로그램이다. 평면 디스플레이에 갇혀 있지도 않고, 3D 안경을 써야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입체 영상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홀로그램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록 전통적인 홀로그램 방식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기술이 있어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이 플로팅 홀로그램이다. 플로팅 홀로그램은 반사 거울과 반투과형 스크린을 이용해 마치 영상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 수 있다. 고해상도 프로젝터에서 내보낸 영상을 바닥의 거울을 통해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반투과형 디스플레이에 비치게 만들면 정면에서 그 영상을 보는 이들은 마치 영상이 허공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플로팅 홀로그램을 집에서 해볼 수 있다.(이미지 출처 | 유튜브 Home Science 캡쳐)

이러한 플로팅 홀로그램은 대형 콘서트나 전시회에서 자주 이용되고 있다. 마이클 잭슨 사망 5년 뒤에 있던 신곡 발표와 가수 싸이의 홀로그램 콘서트에서 쓰이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플로팅 홀로그램을 이용한 다채로운 전시 디스플레이 상품도 만들어지고 있다. 흔히 전시장에 있는 피라미드 모형의 투명한 상자 안에 영상이나 그래픽이 떠 있는 것도 플로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방법이다. 이처럼 플로팅 디스플레이는 구현하기 쉬운 구조여서 스마트폰 위에 피라미드 모양의 반사판을 올려 놓은 뒤 4면으로 된 평면 영상을 재생해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플로팅 홀로그램은 착시 효과일 뿐 진짜 홀로그램은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앞서 홀로그램은 입체 정보를 기록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원리라 기록된 정보에 진폭과 위상 등 정보를 담고 있다. 이에 비해 플로팅 홀로그램 방식은 이러한 정보가 전혀 없이 평면 영상 만으로 입체처럼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어서 진짜 홀로그램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홀로그램을 좀더 쉽게 접하고 상업적인 쓰임새 측면에서는 효과적이고 역시 이를 활용하는 연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새로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와 머지 않아 만날 홀로그램 비서
디지털 시대를 거치며 홀로그램을 위한 3D 데이터는 이전보다 늘어난 상태다. 볼류메트릭 캡처 같은 실사 모델링이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든 3D 렌더링 이미지 등 입체화된 데이터는 점점 늘고 있고 증강 현실이나 가상 현실을 통해 입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 없이 입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홀로그램을 표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소니가 시그라프 2019에서 공개한 원통형 플로팅 홀로그램. 기존 플로팅 홀로그램과 달리 이용자가 다른 위치에서도 입체적으로 홀로그램을 볼 수 있다.(이미지 출처 | 시그라프 2019 소니 논문)

홀로그램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아날로그식 거울이나 반사판을 이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처럼 보일 뿐이다. 이는 표시할 입체 이미지를 정한 뒤 이를 수학적으로 역 계산해 디스플레이 패널의 픽셀을 조절하면서 빛의 회절과 간섭을 만들어 홀로그램을 표시한다. 다만 밝은 공간에서는 아직 표시가 제한되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

LCD와 광학 렌즈, 그리고 여러 광학 필름을 이용해 네모난 액자 형태의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스타트업의 제품도 있다. 마치 커다란 유리 패널처럼 보이는 디스플레이 안에 3D로 캡쳐된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장치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알려졌다. 이 디스플레이는 작은 유리 상자 안에 45개의 광학 뷰포인트을 만들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3D 입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원하는 홀로그램 비서가 집에 있다면?(이미지 출처 | 게이트박스)

머지 않아 밝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래픽 장치도 볼 듯하다. 컴퓨터 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기술에 관한 국제 컴퓨팅 기계 협회(ACM Siggraph)가 해마다 개최하는 학술 행사인 시그라프 2019에 플로팅 홀로그램을 개선한 방식이 등장했다. 소니가 공개한 투명 홀로그램 장치는 원통형의 플로팅 디스플레이 장치로 사실 2D 이미지의 입체감을 살리면서 이용자 위치에 따라 원통 중앙에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빛의 입사각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젝션과 거울을 이용해 고해상도 표현이 가능한데 360도 투명한 배경에서 2D와 3D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어 좀더 쉽게 활용할 수 상업용 홀로그램 장치를 개발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홀로그램 기술과 장치가 개발되는 지금 한 가지 궁금증이 남는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홀로그램은 우리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려면 여전히 고민할 부분이 많다. 특히 활용도에 대한 더 많은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연구해야 한다. 영화처럼 폼 나는 활용을 하려면 그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가능성 중 하나가 홀로그램 비서다. 가정마다 한 대씩 놓이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처럼 인공 지능과 캐릭터를 조합한 가상의 홀로그램 비서가 집이나 책상 위에 놓여 있다면 어떨까? SK텔레콤의 홀로박스에서 만나는 레드벨벳의 웬디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K팝 스타나 배우와 매일 대화할 수 있다면? 적어도 얼굴 없는 스피커보다 홀로그램 비서를 통한 수많은 상호 작용은 더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홀로그램 비서가 TV 채널을 돌리고, 음악을 선곡하고, 집안 관리를 하는 그날이 그냥 상상만으로 끝날 일은 아닐 듯하다.

덧붙임 #

이 글은 SK브로드밴드 블로그에 기고한 글의 원본으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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