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HP 카트리지 빨리 받고 싶은가? 그러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끔 업체가 한 서비스를 두고 두 가지 정책을 쓰는 것을 이해 못할 때가 있다. 특히 소비자가 얻는 결과가 다르게 나올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한국 HP가 잉크젯 프린터나 레이저 프린터 카트리지를 집까지 빠르게 배송하는 OAC(order a cartridge) 정책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제도 중에 하나다.


OAC는 HP가 지난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주문 배송 서비스다. 소비자가 주문한 프린팅 전산 용품을 집이든 사무실이든 빠른 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되고 있는 배송 제도다. 특히 서울에서는 주문 후 4~6시간의 업무시간 이내에 퀵서비스로 배송된다고 눈길을 끈다. OAC로 카트리지를 주문한 소비자가 원한다면 배송 기사가 직접 카트리지를 설치해 주고 폐카트리지까지 회수해 가므로 이용자는 카트리지 교환에 따른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폐카트리지를 버리는 데 따른 환경 오염도 피하는 이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만 원 이상 카트리지를 주문하면 공짜로 퀵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는데, HP 카트리지 가격으로 봐서는 거의 공짜라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2만 원 미만으로 주문하면 2천500원(또는 3천 원)의 배송료를 내야 한다. 서울이라면 집이든 사무실이든 가리지 않고 퀵으로 배송된다.

HP 카트리지를 주문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전화를 걸어서 주문하는 DAC(dial a cartridge)와 HP의 인터넷 주문 페이지를 거치는 CLC(click a cartridge)인데, 둘다 OAC에 속하는 주문 방법이다. 인터넷이든 전화든 주문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위에 밑줄 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HP는 4~6시간 이내에 퀵으로 배송하는 이 서비스를 통상적인 업무 시간 이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오후 6시까지를 뜻한다. 당연하지만 업무 시간이 지나면 내일로 배송을 미룬다. 그런데 여기서 업무 시간을 누구에게 적용하는 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6시까지 배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는 주문자의 업무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주문/배송 업체의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즉, 이 서비스는 업무 시간 종료(오후 6시) 전까지 주문을 받고 그 날 안에 배송하는 게 아니라 업무 시간 종료 전에 배송을 하는 것이라 4시간 이전인 오후 2시까지의 주문에 대해서만 서울 지역에 한해 당일 퀵 배송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HP는 관련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이 같은 사실을 주지시키지 않았다. 단지 업무 시간 안에 배송된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업무 시간의 기준을 주문자에 두느냐, 배송 업체에 두드냐는 매우 큰 차이다. 다급히 카트리지를 보충해야 하는 소비자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2시 이후에 주문을 했다면 이 소비자는 다음날 도착한 물건을 받고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배송에 당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운 좋게 당일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도 있지만, 늘 그런 운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6시 이전 주문에 대해 당일 배송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당일 배송 시각을 넘겨서 카트리지를 사야 한다면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판단은 분명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4시간의 배송 처리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2시 이전에 주문한 것에 대해서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면 소비자는 직접 토너를 구하러 가거나 다른 구매 경로를 알아보려 했을 것이다. ‘업무 시간’이라는 문제를 흐리는 애매한 표현 탓에 소비자가 제2, 제3의 방법을 찾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면서 주문한 물건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매체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야후!코리아에서 찾아낸 관련 뉴스는 4개 매체의 단신으로만 다뤄진 것들 뿐이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여기저기 전파가 된 터라 카트리지 정보를 접한 이들이면 이 사실을 한번쯤 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튼 그 뉴스 중에 배송 관련 부분만 발췌해 옮겨 본다. 아래 각 매체의 보도 내용을 보고 과연 2시 이내에 주문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지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기 바란다.

중**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무시간 중엔 주문한 지 4∼6시간 만에 퀵 서비스로 주문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머***이
“서울 지역의 경우 주문한 뒤 4~6시간의 업무시간 이내에 퀵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배달받을 수 있다.”

아***제
“이에 따라 서울 지역 고객의 경우, 4~6시간 안팎의 업무시간 이내에 해당 전산용품을 퀵서비스를 통해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

디****즈
“한국HP의 OAC 서비스는 주문 이후 서울 지역의 경우 업무시간 중에는 4∼6시간만에 퀵 서비스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사실 OAC 제도는 HP가 운영하는 여러 제도 중에 개인적으로 그 취지만큼은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질이야 어떻든 간에 HP 정품 카트리지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빠르게 고객에게 배달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 말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받을 수 있다‘는 짧고 쉬운 말 대신 ‘업무 시간 안에’ 라든가 ‘4~6시간 배송’처럼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둘째치고라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서비스가 그 본질을 다하지 못한 것에 따른 실망이 지금은 더 크다.

이 서비스는 비록 시기를 예정해 놓지 않았지만 앞으로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시로도 확대해 운영된다고 한국HP는 밝히고 있다. 지방 확대 이전에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그 본질에 대한 점검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24시간 내내 퀵 배송을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업무 시간에 주문한 상품의 빠른 배송을 위한 조치부터 먼저 취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말이다. 진정으로 ‘HP 정품 카트리지는 비싸도 그 서비스만큼은 제값한다’ 같은 칭찬이 고객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면 어려운 말장난부터 이제 그만하자.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7 Comments

  1. 2007년 10월 25일
    Reply

    사업체 입장에선 그래도 참 좋은 정책이군요. 설명을 자세히 해 주었으면 금상첨화긴 하겠네요;

    • 2007년 10월 26일
      Reply

      저도 직장은 물론 집에서도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제도랍니다. 단지 그 내용을 풀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는… ^^

    • 2007년 10월 26일
      Reply

      공상플러스님도 주문 한 번 해보시죠? ^^

  2. 2007년 11월 10일
    Reply

    제도 자체는 좋은데 겉치레 식의 마케팅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네요..

    뜬금없지만, HP의 매력은 뭘까요? ^^;;

    • 2007년 11월 11일
      Reply

      일단 시도해보고 더 많은 요구가 있다면 확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없앨 수도 있겠죠.
      HP 매력은.. 글쎄요. ‘AS의 삼성’처럼 딱히 하나만 말하기는 어려운 듯… -.ㅡㅋ

  3. 노네임
    2009년 4월 3일
    Reply

    전화로 문의하니까 지방은 1~2일 걸린답니다. 금요일 지금(오후2시이후) 주문하면 최대 4일까지(금,토,일,월 -> 화요일 도착) 걸리는데 4~6시간? 이게 무슨 당일배송;;? 차라리 가까운 마트나 가서 사고 말지. 소비자 현혹하는 허접한 광고. HP이미지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거 보니 기분더럽네요. 삼성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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