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 애플 M1으로 투인원의 퍼즐을 완성하다

애플 제품에 그다지 우호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지난 해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2세대를 들이게 된 건 궁금한 게 있어서였다. 사실 애플 제품군 중 가장 애매하게 여겼던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 애플이 그 성격을 좀더 명확하게 한 때문이었다. 지난 해 ‘아이패드 프로 4세대, 미지의 컴퓨팅 세대를 향한 항해의 첫 신호탄‘ 글에도 썼 듯 아이패드 프로가 애플 진영의 유일한 투인원 컴퓨팅 제품이라는 색깔을 확실히 하는 움직임이 흥미로웠던 것이다.

사실 지난 해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성격을 바꾸기 전까지 이미지는 좀더 나은 성능을 가진 아이패드였다. 그러니까, 기존 아이패드의 쓰임새를 유지한 채 좀더 나은 성능의 프로세서 및 좀더 풍부한 램과 저장 공간을 가진 태블릿 쯤 정도였다. 여기에 터치 스크린 입력이 없는 맥을 위한 컴패니언 입력 디바이스로도 쓸 수 있던 것을 고려하면 아이패드 프로는 독자적인 제품이라는 성격보다 맥과 아이폰과 아이패드 중간에 끼인 제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전 세대 매직 키보드와 호환되는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2021)

때문에 지난 해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정의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었다.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는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한 줄 명제는 지금 PC로 하는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컴퓨팅 장치를 의미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아이패드 프로는 현재 데이터를 만드는 스마트폰과 이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PC를 분리하지 않는 두 개념을 통합한다. 즉, 컴퓨팅 작업에 필요한 이미지나 영상, 문자 등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터치와 펜, 키보드 같은 여러 방법으로 손쉽게 편집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갖춘 하나의 장치로써 말이다.

그래서 지난 해 아이패드 프로는 생산적인 카메라 시스템과 라이더 센서를 보강했고,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키보드를 정비하고, 기존의 터치 및 펜 입력 환경을 아울렀다. 아이패드 프로라는 제품의 성격을 정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의미에 맞는 기능과 환경을 보완함으로써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맥의 중간에 어중간하게 다리를 걸치고 보완하는 제품에서 벗어나 애플 생태계의 투인원 컴퓨팅 제품이라는 독자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 11 2세대를 통해 실제 그럴 만한 제품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의 생김새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이를 지켜봤던 결론을 이제야 말하자면 아이패드 프로 11 2세대는 그 절반의 가능성은 보여줬다는 정도다. 애플 장치 생태계 안에서 터치든, 펜이든, 키보드든 다양한 작업에 대응할 수 있는 투인원 장치로써 역할은 모자라지 않았다. 여러 창을 띄워야 하는 데스크톱 유형의 작업에서 다소 불편한 부분은 있었으나 아이패드OS의 화면 분할 및 플로팅 앱 모드로 부족한 부분을 조금은 채웠다.

문제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나타난 나머지 절반의 부족함이다. 지난 해 아이패드 프로 발표할 당시 가장 성능 좋은 A12Z를 탑재했음에도 성능에 놀라진 않았다.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나 작업의 처리 속도는 물론 비교적 가볍게 즐기는 게임의 GPU 가속 성능도 다르다고 느낄 만큼은 아니었다. 아이패드 프로가 온갖 컴퓨팅 작업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긴 했으나 이를 능숙하게 처리할 만한 힘은 충분치 않아 보였던 건 어쩌면 착각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 긱벤치 테스트 결과. 이전 세대 대비 측정 값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애플 M1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3세대를 쓰기 시작한 직후다. 앞서 맥 미니와 맥북, 맥북 프로 등에 실렸던 애플 M1이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3세대와 12.9인치 5세대에 쓰인다는 사실은 제품 발표 때 알려진 사실이라 새삼스럽진 않았다. 다만, M1으로 바뀐 아이패드 프로가 이전 세대와 어느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낼 지 감이 없던 터라, 실제 M1을 실은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에서 더 큰 차이를 느꼈을 수도 있다.

256GB 저장 공간과 5G 연결 옵션을 가진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는 8코어 CPU와 8코어 GPU, 8GB 램을 한 다이에 올린 M1 프로세서를 쓴다. 8GB 램은 CPU와 GPU가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로, CPU와 GPU가 쓰는 램을 엄격하게 격리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할당한다. 무엇보다 저장소에서 데이터를 읽어 담아 놓는 램을 코어와 가장 가까이 붙여 놓는 것으로 CPU나 GPU에서 처리한 데이터를 읽고 쓸 때의 전송 시간과 지연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아주 꼭 들어맞는 조건은 아니긴 하지만, 소비자용 프로세서에서 니어 메모리 컴퓨팅 아키텍처 개념을 보여 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 M1을 탑재하면서 이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에서 했던 작업들을 더 수월하게 처리된다.

물론 M1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나 12.9 5세대의 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기는 하다. 이 지적에 대한 해결책은 애플이 내놓아야 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성능 저하를 느끼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긱벤치 같은 벤치마크를 돌려보면 지난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보다 얼마나 성능이 높아졌는지 쉽게 확인된다. CPU의 싱글 코어, 멀티 코어 점수는 지난 세대에 비해 모두 50% 이상 높아졌고, 연산 점수는 거의 두 배 가깝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벤치마크의 결과가 그냥 점수를 받는 것에서 그친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M1 아이패드 프로의 활용에도 달라진 성능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어서다. 특히 동영상 편집 및 변환, 게임 같은 몇 가지 작업을 M1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에서 실행했을 때 이전 아이패드 프로에서 느껴지는 턱에 걸린 듯한 답답함이 전혀 없던 것은 M1 프로세서가 가져온 결과다.

3D마크 와일드 라이프 테스트 결과.

또한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USB-C 단자의 역할이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가 좋은 성능을 가졌다고 해도 맥이나 PC만큼 연결성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나 뿐인 단자에 대한 제한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연결도 USB로 한정되어 있었다.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는 그 문제도 해결했다. 썬더볼트 규격을 지원해 모니터를 비롯한 고속 저장 장치 같은 주변 장치를 좀더 폭 넓게 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는 성능과 연결성이란 보완을 통해 이전 세대와 확실하게 차별을 둔다. 생김새나 듀얼 후면 카메라 및 라이다 구성, 전면 카메라와 페이스 ID 센서는 놀랍도록 이전 세대로 똑같은 데다, 배터리 시간도 별 차이가 없는 점은 마치 변화가 없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M1 프로세서가 가져온 변화를 체험하고 나면 결코 이전 세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아이패드OS에 대한 변화도 더 필요해졌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아이폰과 맥을 쓰지 않으면서 그 중간 쯤에 발을 걸쳐야 하는 나 같은 이용자들에게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나 12.9 5세대는 유용한 컴퓨팅 제품이다. 아이폰부터 맥, 그 밖의 액세서리 등 모든 것을 애플의 생태계 제품으로 꾸밀 생각은 없으면서 필요에 의해 하나의 제품을 선택해야 할 때 좋은 답안지를 내놓은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움직이는 아이패드OS에서 실행하는 앱 UI 환경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화면 분할과 플로팅 방식으로 여러 앱을 띄운다고 해도 작업 전환이나 동시 앱 실행 방식은 맥OS 만큼 편하다 말하긴 어렵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붙여도, 기본 앱 환경이 터치 기반이다보니 일부 작업은 자연스럽진 않다. 그렇다고 맥처럼 창 모드를 띄우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 11 3세대가 M1 프로세서로 놀랄 만한 성능의 진전을 가져온 만큼, 이제 그 능력을 쉽게 쓸 수 있는 UI가 보완된 아이패드OS의 진화를 보고 싶다.

덧붙임 #

1. 아이패드 프로 라인과 아이패드 라인은 아마도 프로세서와 램의 차이를 통해 두 제품군을 하드웨어적으로 구별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당분간 아이패드 프로 라인은 M 계열로, 그 이하 아이패드는 A 계열로. 이에 따라 8GB 이상 램이나 썬더볼트도 프로 라인만 적용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2.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6월 6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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