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어 정식 서비스될 IPTV를 얼마나 보게 될까요? ETRI와 GRI 리서치 코리아에 따르면 2012년까지 낙관적으로 약 500만 가구, 보수적으로 330만 가구를 예상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는 모두 1천276만여 가구. 2012년까지 얼마나 가구 수가 더 늘지는 모르지만, 현재 가구수가 2012년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많으면 39%, 적어도 26% 정도가 IPTV를 본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어쩌면 더 많거나 적을 수도 있을 테고요.
이처럼 많은 이들이 접하게 될 IPTV의 특징은 크게 다채널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 양방향 인터넷 서비스로 꼽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가입자는 다채널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에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IPTV 업체들이 컨텐츠 모으기에 주력하는 것도 그 이유겠지요. 방송을 즐길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컨텐츠 창고와 같은 IPTV는 큰 매력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도 별로 없고 그저 TV만 보려는 이들이나 더 값싸게 디지털 방송과 컨텐츠를 즐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IPTV의 다채로운 컨텐츠와 서비스는 구매력을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IPTV 서비스마다 볼만한 컨텐츠를 독점 공급 계약되면 이용자는 자신이 가입한 IPTV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컨텐츠를 볼 수 없는 것에 실망할 일도 생길 테고, 해당 IPTV 서비스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망에 동시에 가입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조항도 IPTV를 이용하는 데 발목을 잡을지 모릅니다.)
물론 IPTV의 다채널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가 필요 없다고 해서 TV에서 다른 정보마저 보기 싫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있는 다채로운 컨텐츠나 정보를 디지털 TV에서 즐길 수 있는 것도 IPTV의 한 매력입니다. 그런데 IPTV 없이 인터넷에 있는 다채로운 컨텐츠와 정보를 직접 즐기는 TV가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뉴스, 날씨, 주가, 인터넷 동영상 등을 직접 즐기는 TV 말입니다.
지난 주 일요일 삼성전자 파브 신제품 간담회가 있어 들렀다가 이런 기능을 가진 TV를 보았습니다. 요즘 랜 단자를 갖춘 디지털 TV가 나오고 있지만, 파워 인포링크라는 기능을 가진 파브 보르도 750은 인터넷 서버로부터 서비스 데이터를 전송받아 이용자에게 보여줍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뉴스, 날씨, 주가, 인터넷 동영상 입니다. 뉴스와 날씨, 주가 정보는 네이버, 인터넷 동영상은 유투브 컨텐츠를 가져옵니다. 리모컨만 갖고 다룰 수 있게 UI를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만 느리지 않다면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겠더군요. 전에 가전 업체가 인터넷을 이용해 컨텐츠 배달에 나선 사례가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소니의 인터넷 비디오 링크를 빼면 드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무튼 파워 인포링크라는 기능을 보며 좀 묘한 생각이 들더군요. 가전 업체는 인터넷 업체와 직접 컨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서버를 만들고 UI를 설계했습니다. 네이버와 유투브는 쉽게 TV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소비자는 디지털 TV만 사면 추가 비용 없이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습니다. 가전 업체가 플랫폼 사업자가 되고, 포털과 인터넷 동영상 업체가 CP가 되고, TV 구매자가 곧바로 이용자가 되는 삼각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으로 가전 업체의 플랫폼이 TV마다 들어가면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날테고, 하드웨어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다른 컨텐츠 공급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금 TV포털처럼 특별히 방송만 안하면 방송법의 제재를 받지도 않을 테지요. 영화 배급사와 제휴를 맺고 영화나 드라마 대여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결제 방법을 해결한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이렇게 되면 인터넷 업체가 팔짱 끼고 지켜보지는 않을 겁니다. 노발대발하겠죠. 긴장은 안하더라도 신경은 쓰일 테고요. 물론 가전 업체도 당장 인터넷 업체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난감한 일을 벌이진 않겠지만, 내심 욕심을 가져 볼만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업계 정황상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이긴 하나, 다른 플랫폼 없이 자기가 산 디지털 TV에 랜 선만 꽂으면 (공짜로) 데이터 정보도 받고, (유료) 영화도 빌려 볼 수 있다면 IPTV를 안 보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듯 보입니다. 비록 가전 업체들이 IPTV의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가 원하는 IPTV의 일부 기능만을 수용하는 디지털 TV를 내놓는 것만으로 IPTV의 보급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때문에 가전 업체가 IPTV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보다 이처럼 자사 제품의 소비자를 통해 이익을 찾아가려는 일을 점점 크게 벌일 수록 IPTV 시장의 적은 다름 아닌 디지털 TV가 될지도 모릅니다.
덧붙임 #
1. 이날 Q&A에서 신형 보르도 TV에 인터넷 브라우저를 넣을 수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기능을 뺀 이유는 컨트롤러 문제였다고 합니다. 리모컨으로는 조작이 어려워 키보드를 넣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TV와 키보드는 아직 어색한 사이라고 하더군요.
2. 네이버나 유투브와 손을 잡은 이유는 다음이 오픈 IPTV에 참여했기 때문일까요?
3. 보르도 750은 라이브러리 TV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갤러리, 요리, 운동, 어린이와 관련된 컨텐츠 라이브러리를 TV 안에 내장했더군요. 정말 IPTV 필요 없겠어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하시길.
표준화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듯 기존TV로 인터넷을 끌어오느냐
기존 인터넷이 TV를 흡수하느냐 정도인 듯 합니다.
한 업체에서는 PC에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多채널의 tv 방송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이고 이는 또다른 경쟁력을 갖게 되니까요..
시간이 흘러 그들의 장벽이 점점 무너지게되면 뭔가 답이 나오겠죠.
네. 인터넷이 TV를 흡수하던지, TV가 인터넷을 흡수하던지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점이 아닐까 해요. ^^
에이.. 진짜 그렇네용..
공플님이 TV를 살 때는 아마 PC도 흡수하지 않을까요? ^^
파워 인포링크라고 해서 별거 있겠어 하고 생각했던 모델인데,
유튜브 동영상을 볼수 있다니;;
아무튼 이래저래 국내에서 IPTV는 어렵네요.
많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누가 먼저 값싸게 주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 같아요. IPTV가 이용자가 바라는 걸 더 많이 준다면 인기를 끌지 않을까요? ^^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IPTV에 대항하기 위해 양방향이 가능한 닷TV를 구상하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브로도 750에서 보여주는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지금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것이지요. KBS, SBS, 엘지, 삼성 전자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데 브로도 750은 여기에 대한 사전모델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방송사들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변화가 불가피할텐데, 그런 움직임이 있다니 바람직해 보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TV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되네요. ^^
케이블TV, 위성방송에 이어서 IPTV도 유료TV시장에 뛰어듭니다. 치열한 경쟁상황이 벌어질테죠. 게다가 칫솔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최종 단말인 TV를 만드는 가전업체와 콘텐츠 소유 업체도 숨은 경쟁자입니다. 오히려, 종국에는 콘텐츠 업체와 가전업체가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도 있구요. 과연 IPTV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글쎄요. 저도 전문가가 아니기에 의미 있는 답을 드리기가 어렵겠군요. 단지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면 컨텐츠 자체가 IPTV의 킬러 앱이라는 의견에는 별로 동의하진 않고요. 컨텐츠의 유통을 위한 접근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탄탄한 컨텐츠 유통망의 구축 또는 확보가 하나의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놀라운 인사이트시네요..ㅎㅎ
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늘 오픈IPTV에 대한 기사가 났지요. 증자를 하는데, 다음은 빠지고 셀런만 참여했다고 합니다. 동사에서는 한쪽만 참여하는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양사간 문제가 있는 듯한 확대해석은 경계..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결국 기술은 존재하고, 수요도 있는 부분이라 매우 변화무쌍하게 전개될 분야지요.
지켜보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저야 IPTV 산업을 깊숙히 모르지만, 예정된 이혼이라던 오픈 IPTV 이야기를 inuit님의 포스트에서 읽고 참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inuit님의 다음 전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UCC (User Created Contents) :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UGC (User Generated Contents) 라고도 함. UCC가 인터넷에서뿐만이 아닌 일반 생활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치 집단이나 일반 기업 등에서도 홍보나 이슈를 위해 UCC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정말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의 UCC는 글과 사진 형태의 콘텐츠 였으나,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동영상 콘텐츠가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