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라게 할 이런 휴대폰을 원한다’
이 문장은 지난 11월 초에 있었던 LG전자 더블로거들 정기 모임의 토론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낯선 느낌입니다. 정기 모임에서 이 같은 토론 주제를 본 적이 없었거든요. 매달 한번씩 모였던 더블로거 정기 모임은 새로 출시할 제품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한마디로 제품 정보를 미리 블로거들에게 전하고 제품이 출시할 때 그 정보를 널리 알리기를 바라는 사전 발표 행사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죠. 물론 제품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했지만, 제품을 놓고 블로거와 기업이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보니 조금은 회의가 들더군요.
하지만 이번 모임은 많이 달랐습니다. 비록 첫 시도여서 어색한 점이 있었을지라도 멀리 보면 매우 긍정적인 시도였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블로거들을 기업의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접하고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아 둔 블로거들의 다양한 경험을 제품 개발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에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개성 강한 블로거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영감과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모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무엇보다 나은 기업 소셜 미디어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것입니다.
변화된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리만 거창하게 꾸며 놓고 정작 그 이야기를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이들과 대화를 한다면 의미는 줄어들겠죠. 그런데 이번 모임에 참석한 LG전자 실무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과 휴대폰, 그밖의 모바일 제품을 개발하는 MC 연구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모두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외부에 절대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LG전자의 핵심 인사들이었는데, 파격적인 임원진의 등장은 LG전자가 이 모임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블로거들과 MC 연구소 임원들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3시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토론 주제에 근접한 대화보다 지금까지 LG 스마트폰에서 느낀 실망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LG 스마트폰을 만져봤던 블로거들의 불편했던 시각, 지금 불안한 위치에 따른 미래에 대한 우려, 전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LG가 무엇을 해야 하고 나아가야 할 지 모르는 전략의 부재, LG 스마트폰에서 느껴지지 않는 개발자의 철학과 자긍심 등을 성토했습니다. 예상보다 발언 강도가 높았던 터라 분위기가 가라 앉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아마도 보고서를 통해서 외부의 비판을 정제된 언어로 들었던 MC연구소 임원진들은 블로거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고 난 뒤 더 충격이 컸을 듯 싶습니다.
물론 블로거들은 LG 스마트폰과 그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자신있게 꺼내 놓을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선 저녁 늦게까지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 자리에 있던 블로거들에게도 거북한 이야기들을 당사자들 앞에서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블로거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이들보다 더 큰 위기 의식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LG 제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반증이겠지요.
이 자리에 참석한 블로거들에게는 세상을 놀라게 할 휴대폰의 제원이나 기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했던 게 아닙니다. 지금의 LG 스마트폰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출시될 몇몇 단말기 정보를 들으며 희망의 빛이 아직은 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반가운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냥 잘 만든 단말기보다 LG가 그려나갈 스마트폰의 꿈이 있는 미래를 기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미래에서 볼 수 있는 스마트폰. 그것이면 우리를 놀라게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입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런 휴대폰이 나오면 이미 놀랄 만한 휴대폰이 아니지요. 하지만 LG의 꿈을 담으면 분명 놀랄만한 스마트폰은 나올 겁니다. 아니,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블로거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앞으로도 계속 될테니까요.
다만 토론을 마치고 연구소를 나오면서 그 위기감을 걷어낼 첫 발걸음을 막 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희망을 봤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LG의 경우 스마트폰에 상당히 늦게 대응한 편이지만 전혀 하지 않은건 아니지요. 아이폰이 처음 나올즈음에 풀터치폰을 만들면서 상당히 시도는 했었죠. 그 시점에서의 폰의 Quality의 측면에서는 꽤 괜찮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액정이나 디자인이나 UI의 측면에서도 말이지요. 하지만 진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찡하게 파고든건 아니었구요. 적어도 디자인 역량만큼은 삼성보다는 한 수 위에 있죠. LG의 분발이 기대됩니다.
초콜릿이나 프라다2 같은 폰들은 디자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역시 전체적인 성능과 품질은 많은 비판을 받았었죠. 이미 그 때부터 위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효LG 핸드폰 화이팅입니다.
네, 화이팅… 하고 있을 겁니다. ^^
지난 11월 3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하는 서울 가산동 MC연구소에는 어떤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MC연구소는 전 세계로 판매되는 LG전자의 휴대폰의 제품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이곳은 2,4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근무하는 이곳에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연구소라는 특성상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이곳에서 오늘은 LG전자의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는 더 블로거(The BLOGe..
처음이라 서로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임원분들도 ‘낯뜨겁고 불편했지만 참으로 뜻깊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 원하셨구요. LG를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시는 더 블로거 여러분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정말로 LG의 혼을 담은 그런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희망을 보셨다면 잘 보신것입니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주세요~
그럴 거라 믿어요. ^^
옵원도 조용한걸 보니 그닥 효과가 없었나봐요~ 이제 어쩔~
나름 잘 팔리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거에 도취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ㅡㅋ
자긍심. 킁. S던 L이던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런걸 기대하기는 무리죠. 어차피 회사와는 계약관계고, IT근로자도 결국 노동자일 뿐인걸요. 개발철학, 뭐 그런거 사실 없는게 정상. 다들 결국 드는것은 한번씩은 느껴질만한것은 겉에서보는 화려함과 다른 무기력한 회의감이고..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고, 기업이란게 여러사람의 힘싸움에서 움직임이 결정되니까..
그런점에서는 뭐 A나 G도 그다지 자유롭지는 않을지 모르긴하지만요. 그다지 좋은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S나 A의 경우에는 힘싸움이 적은 독재방식이라 좀 달라보일까요? 이경우에는 오히려 자유발상을 제한받는 개발자의 회의감은 더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시리 마이너스 적여지네요.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숲속얘기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도 제가 기대를 거는 것은 개발자로서 지키고 싶은, 지켜야 하는 자긍심이죠. 저는 그것을 모두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것을 되살리기를 바란답니다. ^^
세상을 놀라게 할 핸드폰은 우리의 상상력의 제약부터 깨야겠죠.
이러한 회의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빼내지 못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누군가가 “그건 다른데 있어요”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런 식으로 김을 빼기 때문이죠.
망상이던 공상이던 말도 안되는 영화속의 이야기라던가 이런것들 까지도 포용을 하면서
진행을 한다면 정말 현실에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환상적인 폰이 나올텐데 말이죠 ^^;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단말기면 놀라지 않겠죠. 이 분들이 의지를 갖고 그런 폰을 만들어내길 바랄 뿐입니다. ^^
말씀하신대로 사실 의미없는 토론장이었네요. CEO 보좌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경청했으면 몰라도. 개발자들에게 뭐 큰 의미가있었을까싶네요
의미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CEO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이런 이야기도 안했겠죠. -.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