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WC가 끝나면서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자주 들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두 회사는 화웨이와 ZTE. 이들은 올해 만이 아니라 지난 해에도 MWC에 부스를 차리고 스마트폰과 여러 모바일 관련 기술과 부품을 공개한 회사들이다. 하지만 지난 해 이 두 업체가 전시한 스마트폰은 썩 흥미롭지는 않았다. 분명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단말기, 품질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제품들을 전시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화웨이와 ZTE가 의외의 단말기를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것이다. 지난 해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서인지 올해는 싱글코어부터 쿼드코어까지 모든 부문의 제품을 갖춘 것이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만든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넣은 어센드 D 쿼드를 내놓으면서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참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MWC에서 테그라3를 넣은 대부분의 쿼드코어 스마트폰과 다른 칩셋을 쓴 업체로는 화웨이가 유일하다.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이 업체들이 북미 지역에 내놓은 스마트폰을 보았을 때 이번 MWC에서 이들의 선전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MWC의 중국 업체들의 행보는 그 기대를 조금 더 넘어서는 것이긴 했다.
확실히 이번 MWC에 전시된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소식만 모아 보면 위협을 느낄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해 거의 절망적이었던 두 회사가 단 1년 만에 이미지를 바꿀 만한 제품을 전시하면서 우호적인 평을 끌어낸 것은 이제 단순한 후발 주자라는 편견으로만 봐서는 안 되며 실질적 경쟁자로서 더 가까워졌다는 경계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 아주 좋은 소재가 될 만하다.
하지만 경계의 의미 이상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너무 후한 평가일 수도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역량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단지 이들이 MWC에서 보여준 제품의 수준까지 감안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전시되어 있는지, 어떤 제품을 내놓았는지 꼼꼼히 보았다면 좀더 냉정한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엔비디아 테그라3를 넣은 ZTE의 쿼드코어폰 ‘ERA’는 전시장에 단 한 대만 진열되어 있었고, 그것 마저도 이틀 째 되던 날 작동을 멈췄다. 더구나 제품은 부분적으로 파손되어 있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전시라 할 수 있는가? 여러 대를 전시한 화웨이의 어센드 D 쿼드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하드웨어만 완성했을 뿐 이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인터페이스나 기능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이 MWC에 껍데기만 올려 놓고 진짜를 숨겨 놓았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MWC에 부스를 차린 다른 업체도 다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껍데기만 봤을 때 놀라운 점은 하나도 없었던 게 솔직한 느낌이다. 그들이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내놓았어도 그 하드웨어를 진정 빛나게 만드는 이용자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총알이 없는 무기만 전시하고 그 무기의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누군가 위협적인 무기를 내놨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이다.
물론 좋은 하드웨어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좋은 하드웨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사도 지금 중국 업체가 서 있는 자리를 거쳐 왔지만, 그 자리를 떠난 지 오래 됐다. 한 때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관습에서 벗어나 이용자 경험을 담기 위한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차별화된 클라우드와 플랫폼 서비스를 담으려 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특허전을 치르면서 단련해 왔고, 그 같은 전쟁에서 이길 무기, 방어할 방패를 개발해 오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관점이 다른 상황에서 이들 스마트폰이 정말 위협일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은 너무 앞서 나간 평가다. 물론 언젠가 위협이 될 때가 오겠지만, 이번 MWC에서 좀더 냉철하게 제품을 보고 분석했다면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너무 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계를 늦추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올해 위협적인 무기가 없다는 말이지 내년에도 없을 거라는 말은 아니니까.
덧붙임 #
J매체에서 쓴 기사를 보니 지난 해 8관에 RIM과 소니가 있었다고 썼다. 차라리 전년도에 MWC를 안 가봤다고 말을 하지. 지난 해에 소니와 RIM은 각각 6관과 7관에 있었고 올해도 부스 위치는 변함이 없었다. 올해 8관에서 떨어져 나간게 아니다.
세계 유수의 모바일 분야 기업들의 잔치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2년의 Mobile Wireless Congress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성공과 무선 데이터 서비스의 발달로 네트워크의 중심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나날이 위상이 높아져가는 MWC인 만큼 이번 MWC에서도 2012년 이동통신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지금부터 MWC 2..
휴대폰 사업 4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6위(판매량 기준). 통신장비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이어 휴대폰의 머리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까지 만드는 회사.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이미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기업. 바로 중국에 본사를 둔 화웨이다.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역별 작년 4분기 제조사별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전 세계 시장에서 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팽창하는 전략과 자체 브랜드 성장 …
중국업체, 특히 화웨이와 ZTE는 작년부터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진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렇지만 낮게 평가되기에는 이들의 저가 시장의 장악력을 통한 무서움을 잘 알아야 할테니 국내 업체들, 특히 삼성이나 LG 등은 경계를 할 필요는 있을 듯 싶어요.
작년과 올해의 차이를 직접 본 저는 그 속도를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데요. 문제는 낮게 평가하거나 높게 평가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 수준을 얼마나 냉정하게 보고 대응하느냐는 겁니다. 어떤 분이 제가 중국의 성장력을 간과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성장력을 간과한 게 아니라 지금 전시된 제품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고 더불어 하드웨어를 추격하는 것보다 이용자 경험, 플랫폼, 서비스로 추격하는 것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단계지만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었지요.
그리고 중국을 저가 시장으로 우습게 보는 경향들이 많은데, 지난 해 중국에 가서 직접 보니 그쪽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하나를 고르는 데 있어 훨씬 까다롭고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르려는 경향이 더 강하더군요. 컴플레인도 훨씬 심하고요. 화웨이와 ZTE가 중국 기업이므로 시장적 특성을 감안해 유리한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에 까다로운 중국의 저가 시장에서 잘 될 것이라는 것도 너무 막연한 예상일 듯 싶습니다.
흠…애매한 내용이네요
어떤 면에서 애매한가요?
뭔가…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겠달까..뭐 별뜻없는 댓글이었습니다ㅋ
중국 업체에 대해 평가한 기사를 보지 못했다면 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겁니다.
화웨이, ZTE… 위에서 열거한 두 업체는 이번에 MWC 2012에서 쿼드코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은 회사들이다. 물론 여기에 LG와 HTC까지 합세해야겠지만 특별히 저렇게 화웨이와 ZTE를 얘기한 이유는 저 회사들이 중국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다. ZTE는 ZTE Era, 화웨이는 어센드D 쿼드라는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ZTE Era는 nVidia의 테그라3를 사용했지만 어센드D 쿼드는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만든 K3V2라는 쿼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