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책상이 넓어지고 있다

요즘 사무실이나 서재에 놓아 둔 책상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실제로 넓어진 건 맞을 것이다. 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니까. 재미있는 점은 이런 현상은 더 넓은 책상으로 바꾼 뒤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과 똑같은 책상이더라도 지금 더 넓게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넓어진 특징을 보이는 책상의 공통점은 커다란 PC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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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PC를 완전히 없앴다는 말은 아니다. PC는 여전히 책상 위에 있다. 단지 종전의 크고 두껍고 무거운 모니터와 PC의 형태를 더욱 세분화되고 다채롭게 바뀐 것일 뿐이다. 크고 두꺼운 브라운관 모니터를 대신해 얇고 기품이 넘치는 LCD 모니터와 세련미를 한껏 뽐내는 작은 PC로 바꾸거나, 모니터와 PC를 한 몸 안에 넣은 일체형 터치 PC만 하나 올려 놓거나, 언제라도 이동하면서 쓸 수 있는 노트북 또는 손바닥으로 받친 뒤 화면을 터치하는 태블릿 PC 등 여러 형태로 분화한 것이다. 복잡한 작업을 좀더 빨리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데스크탑 PC도 이들 무리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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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PC가 세분화된 것은 이용자의 PC 이용 환경이 달라진 때문이다. 종전 PC는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능 장치였다.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그래픽을 처리했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했다. 정보량이 많지 않던 시절 PC는 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만능 기계였던 셈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접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이 정보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거나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났다. 인터넷에 들어가 정보를 찾거나 인터넷에 널려 있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면서 지금은 매 순간 인터넷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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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휴대할 수 없는 데스크탑 PC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와 컨텐츠를 즐기는 데 걸림돌이다. 더구나 3D 온라인 게임을 빼면 지나치게 좋은 성능의 비싼 부품을 쓸 이유가 없는 터라, 결국 데스크탑 PC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컴퓨팅 장치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어떤 형태의 장치여야 하느냐는 게 관건일 뿐이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 이동성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고 굳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서 전달되는 다채로운 컨텐츠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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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 컴퓨팅 장치들은 이런 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 노트북은 이동성과 성능이 더 보완되었고, 태블릿 PC 형태의 장치에 스마트폰과 MID(Mobile Internet Device)까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데스크탑 PC만큼의 성능은 아니지만, 어디에서나 인터넷 컨텐츠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장치가 쏟아지고 있는 것. 결국 이러한 장치들의 출현 덕분에 우리는 점점 더 넓고 자유로운 책상을 쓰게 된 것이다. 먼 훗날에는 그 책상마저도 사라질 날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책상을 되찾아 준 휴대 컴퓨팅 장치를 반길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덧붙임 #

이 글은 모 매체에 기고한 글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1 Comments

  1. 2010년 3월 24일
    Reply

    어쩌면 미래에는 스피어(맞나요?) 가 책상과 식탁을 대체하지 않을까요 ㅎ
    SixSense 처럼 목에 프로젝터를 달고 카메라와 함께
    증강현실을 넘어서 현실과 컴퓨터를 연결하고 말이죠.

    • 칫솔
      2010년 3월 26일
      Reply

      뭐 집안 전체가 컴퓨터가 될 수 있겠죠. 그때의 컴퓨터는 지금처럼 수동적인 게 아니라 AI일 듯 싶습니다. ^^

  2. 2010년 3월 24일
    Reply

    나중에는 PC라는 형체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어디서든지 레이저 홀로그램 등으로 화면이 보이고 인식도 되는 -.-;

    • 칫솔
      2010년 3월 26일
      Reply

      현재에 있는 것들 중에 사람말고 미래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

  3. 2010년 3월 24일
    Reply

    정말로 요즘 책상이 넓어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이런 글을 보게 되니 백배 공감하게 되네요. ^^

    • 칫솔
      2010년 3월 26일
      Reply

      그렇군요. 사실 저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 넷북과 노트북 좀 정리해야겠어요. ㅜ.ㅜ

    • 2010년 3월 26일
      Reply

      음, 다른 분들에게는 염장 댓글이 될수도… ^^;

  4. 양화소록
    2010년 3월 26일
    Reply

    많은 부분이 공감됩니다..

    • 칫솔
      2010년 3월 29일
      Reply

      ^^

  5. 2010년 3월 26일
    Reply

    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어요 ㅇㅅㅇ;;
    필요없는 스피커에. 휴지. 화분. 달력. 쓰래기 ( 엥?! ). 드라이버 등
    참 잡다한게 있어서 게다가 모니터만 커서 쓰겠나요 😀
    노트북으로 바꾸던가 해야지요 뭐

    • 칫솔
      2010년 3월 29일
      Reply

      봄도 왔으니 잡다한 것은 날 잡아서 한번에 정리하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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