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 소니 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플레이스테이션3 발표회장에 다녀왔습니다. 에효.. 한숨이 아니라 지쳐서 내는 소리입니다. 약간 김이 빠지기도 했고요. 일이 많아서 회사에서 자다깨다 하면서 대충 일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직행한터라 무척 의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업계 뉴스이고 관심이 많은 일이다보니 나몰라라 하기는 어려워서 기운을 내 용산 아이파크몰 이벤트 스테이지로 갔습니다.
행사 시각은 9시30분인데 8시 40분 전후로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혹시나 우리나라에서도 줄서서 기다리는 사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간 상상이었나 봅니다. 줄을 서는 분위기는 고사하고 생각보다 사람이 적게 와 SCEK PR 매니저보다 제가 더 당황스럽더군요. 사실 토요일이라는 날짜와 9시30분이라는 애매한 시각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럴거라는 예상은 했습니다만 행사 시작까지 겨우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리가 너무 많이 비어 걱정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리가 채워지긴 했습니다만 끝내 다 채워지진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맨 뒤에 보충하겠습니다.)
출시 행사는 9시45분에 시작해 10시에 출시 카운트다운을 한 뒤 곧바로 현장 판매를 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아시아 총괄 책임자인 야스다 데스히코 씨가 찾아와 세계 최초 80GB 하드디스크를 넣은 PS3 한국 발매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의 많은 컨텐츠를 우리나라의 발전한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80GB를 세계에서 맨 처음 출시했다는 것이고요. 이후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을 너무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비록 서비스 멘트이긴 해도 지금은 그 한 마디가 필요한 때임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더군요. 그 뒤 새로 부임한 이성욱 지사장도 인터넷 환경에 대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 한 가지.. PS3를 이용한 고해상도 영화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을 끝내 국내 업체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힌 부분은 뉴스가 되겠군요. 전에 하나TV와 이야기를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만, 오늘 말한 것이 하나TV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뒤에 이어진 행사는 PS3 국내 최초 구매자와 포토타임을 가진 것 외에는 대부분 인터뷰라 생략하겠습니다.
오늘 이벤트 내용 자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행사 시작전에 레크레이션 이벤트로 흥미를 돋웠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끝난 행사에 속합니다. 단지 누구나 쉬고 싶은 토요일이라는 날짜와 이른 오전이라는 시각이 나빴고, 너무나 좋았던 날씨가 문제였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창창하다보니 구매자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만 해가 바로 들어서 행사를 시작할 때쯤엔 꽤 무덥더군요. 더구나 콘크리트 바닥이라 열도 금세 올라오고… 저도 중간중간 촬영 때문에 무대 앞쪽으로 나갔다가 바로 그늘진 뒤쪽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신 분들은 아마도 많이 짜증났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또한 뒤쪽에 PS3를 즐길 수 있는 데모 시스템은 왜 가져다 둔 건지… 행사를 시작할 때도, 진행 중에도, 끝난 뒤에도 끝내 켜지 않더군요. (그냥 전시품이었을까요?-.ㅡㅋ자정부터 아침 8시30분까지 켜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늘 현장 판매는 333대(최대 777대)였지만, 끝내 333대를 다 팔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품 행사를 끝으로 폐장하는 순간에 확인해보니 행사를 위해 준비했던 PS3가 완전히 빠지지 않고 좀 남았더군요. 앞서 자리가 다 채워지지 않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최대 777대까지 준비했다는 이야기인데, SCEK가 긍정적으로 예상했던 모양입니다.)
이번 행사는 절반의 성공도 실패도 아닌 좀 모호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단 SCEK 같은 대형 업체가 진행한 행사에서 많은 이용자의 참여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은 절반 이상 실패한 것이고, 촉박하게 준비한 행사 일정과 애매한 시각에 진행해야 했던 SCEK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이만하면 ‘선방’했고 절반 이상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른 오전보다는 행사 끝무렵에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 채우지 못한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SCEK 담당자들의 노력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 행사는 PS3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최초의 기회였던 터라 자리를 많은 이들이 자리를 채우는 것은 PS3의 관심도에 대한 반응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결과가 다행스러웠을지는 몰라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운 행사였습니다.
아마도 PS3를 싫어하는 이들 중에는 “거봐~ 그렇게 비싸게 파는 데 누가 사냐?”고 비아냥 댈지도 모릅니다. 아마 많은 매체들도 PS3 판매가 순조롭지 않으면 이것을 꼬투리 잡을 겁니다. “첫 발매 행사 판매 미달 때부터 순조롭지 않았던 PS3는 결국…”과 같은 한 줄 기사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같은 연쇄 반응을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 뒤에 PS3가 조금이라도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비틀어 버려지게 되겠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 행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입니다.
(참고로 전 PS3라는 기계 자체의 불만은 발열이 심하다는 것 빼고는 없습니다. 돈을 떠나 기계만 놓고 보면 전 만족하는 그룹쪽에 속할 것 같네요)
PS3… 참으로 갈길 멀어 보입니다. 어찌할까요? 무엇보다 사전에 일반인의 인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하게 했어야 하는데 지난 수요일에야 첫 수입물량이 도매상에 공급되었으니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야스다 상도 인터뷰 중에 앞으로 PS3를 일반인이 쉽게 접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한만큼 얼마나 다양한 준비를 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여담인데.. 현장에 몇몇 일본인들이 나타나 PS3를 사가더군요. 음… 세금 면제 혜택을 받으면 그들은 정말 40만 원대에 PS3를 사가는 셈이었네요. -.ㅡㅋ)
집 TV가 좀 좋았어도 달리는건데;;
일단 나중에..
사진이랑 기사 잘 봤습니다 🙂
TV를 바꿀 이유를 찾으셔야 한다면.. PS3를 지르신 뒤에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만… ^^
집 TV는 좋은데 일단 총알이 부족하군요 으으
총알이 부족하시다면 카드 신공을 펼쳐 보이심은.. ^^
재밌었을 것 같지만… 오늘 꽤 더웠는데;
오늘 가장 무더웠다죠? 오전 9시에 갔는데 벌써 뙤약볕이더라고요 -.ㅡㅋ
무슨일이든 택일이 참 중요하죠 🙂
그러게요. 어르신들이 괜히 날짜 따지시는 게 아니더라고요 ^^
잘 읽었습니다. 역시 현장의 상황이 생생하게 잘 살아있는 글입니다. 그리고 오늘 꽤 더웠죠…
아침에는 정말 해가 따갑더라고요. 거긴 바람도 잘 안불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PS3 위태 위태 하지만 기체 자체가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에 돌파구가 있을거라 봅니다.
그렇지만 전 Wii를 지를거라는거(…)
ㅎㅎ 사막의 독수리님 말씀 맞습니다. 기기의 잠재력이 너무나 뛰어나죠. 이번 기종부터는 홈서버와 연동돼 PC에 있는 영상도 가져와 볼 수 있습니다. 기계 자체의 기능과 성능을 보자면 매력적입니다. 저는 PS3도 Wii도 다 구해야 한답니다. 일때문에 ㅜ.ㅜ
전에 기사를 언뜻 읽고 사진 봤다가 마음이 아프더군요..;;
의자에 빈구석이..킁;;
PS3.. 제 생각에도 기기는 좋아요.
소니의 블루레이 정책에도 한 몫 하는 것 같고..
그 소니 카달로그(??) 맨 뒷면에 항상 놓는 모든 기기를 소니화??… 뭐, 어쨌든 여기에도 플스3가 많은 공헌을 한 듯 하구요..
근데..
일반인이나 게이머들은 그렇게 안본다는게..끌끌;;
PS. 그나저나 저는 PS2라도.. (…)
아무래도 의자가 비어 있는 이유를 추가로 정리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사진으로 보는 세상님께도 댓글을 드렸지만, 그날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뒤쪽 그늘로 죄다 옮겨서 앉았거든요. 한마디로 주최측의 준비 소홀이라는 지적이 더 맞을 듯해요.
그나저나 요즘은 여기저기서 소니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디자인을 접목한 좋은 제품을 만든다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해 눈높이 이상의 값을 요구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고장 적은 명품들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고요. 소니의 자업자득일듯..
그래도 업계에 있는 이상 소니를 ‘팽’해버릴 수도 없어요 -.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