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SKT의 LTE를 설명하는 소규모 간담회에 참석하면서도 SKT나 LGT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LTE를 냉정하게 4G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꺼림칙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4G라는 단어를 입력해 보면 한마디로 ‘마케팅용’이라는 결론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탓이다. 이 자리에서도 설명회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이와 관련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표준화 측면에서 말하면 LTE는 3.9G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IMT-A 규격은 다른 것이지만, 지난 해 ITU(internation telecommunication union) 표준화 기구에서 4G에 대한 정의에 관해 한발 물러선 상태지요. 때문에 지금은 진정한 의미의 4G라고 해도 무리가 없고 실제 업계의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말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면 속도를 비롯한 까다로운 4G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지금 상용화하고 있는 여러 망을 4G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ITU의 발표에 따르면 LTE-Advanced와 WirelessMAN-Advanced(802.16m) 두 가지만 차세대 4G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터라 다른 해석은 사실상 차단한 상황일 터. 물론 LTE-A가 LTE의 연장선에 있고 이동이 쉽기 때문에 미리 4G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보다 차라리’ITU에서 정한 IMT-A를 당장 실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포화되는 3G 망을 서둘러 대체해야 하는 이통 업계 입장에서 차세대 망 구축을 위한 마케팅 동력이 필요한 데 이를 4G로 밀어부치고 있다’라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LTE가 4G라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입장이나 아마 이통사들이 4G로 몰고가는 마케팅이 계속되면 이러한 정의는 흐지부지 될테니 판단은 독자들께 맡긴다.
(참고 http://www.itu.int/net/pressoffice/press_releases/2010/40.aspx)
어쨌든 완전한 4G가 아니어도 지금 3G를 대체하는 데이터 망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냥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절실하다. 제한된 주파수 대역폭과 시설 확충의 한계에 이른 터라 이통사들이 온갖 방법으로 3G 데이터 망 용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지만, 망 용량을 넓히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금세 포화되는 상황이라 이를 분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의 등장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 대안, 또는 차세대 주력 데이터 망이 LTE와 모바일 와이맥스인데, LTE는 지난 7월 초 상용화 선포식을 통해 SKT와 LG U+가 서비스 시작을 알리고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이통사와 소비자들이 LTE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답답한 3G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답답하다는 것은 요즘 데이터 망에 접속하기 어려운 점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속도가 처진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가 많이 보급되고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한된 전파를 나눠써도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이라 이같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 LTE가 그 답답함을 풀어 줄거라 믿는 배경에는 HSPA(3G)보다 전송 속도에서는 5~7배 빠르고 전송 지연도 1/5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설명을 맡았던 SKT 조운형 매니저도 “고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속도일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이용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종전보다 확실히 빨라진 속도라는 말이다. 그는 “지금의 LTE는 이론적으로 최대 73Mb/s, 혼자 쓴다고 가정해도 40Mb/s까지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론일 뿐이라 여러 사람이 전파를 나눠쓸 때 속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긴 하다. 이러한 우려 탓에 최저 속도 보장 요금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의 강점을 경험하려면 어디에서나 LTE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 LTE 신호가 잡혀야 한다는 점이다. SKT는 올해 서울 지역만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타사보다 서비스 지역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듣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날 “타사보다 분명 커버리지(신호 범위)가 적지만, 건물 안에서 LTE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설명이 끌렸다. 막연하게 핫스팟 위주로 망 영역을 넓히는 타사와 달리 건물 안팎에서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지 LTE를 쓸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 지역에만 2천 개가 넘는 대형 건물이 있어 건물 안까지 LTE를 완벽하게 서비스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설명에서도 “일단 속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미 깔려 있는 2G 중계기를 동원해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건물 하나만 세워도 중계기 작업은 또 해야 하는 데다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안정화에 주력 중”이라고 토로한 것을 보면 이 작업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2G 중계기를 이용하면 속도 효율도 30% 정도 떨어진다.
그래도 어디에서나 LTE를 쓸 수 있도록 중계기의 안정화 작업을 포함해 데이터 품질과 트래픽 용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기술도 함께 적용할 계획을 SKT에서 이야기했다. 이를 테면 중계기간 신호 간섭이 생기는 영역에서 좀더 좋은 품질의 신호를 쓰는 CoMP(Coordinated Multi Point) 기술이나 핫스팟 지역에서 LTE 트래픽 용량을 늘려주는 펨토셀, 망 운용 시스템을 지능화해 스스로 망 품질을 최적화 하는 기능이 LTE 망의 확장 계획 안에 들어 있는 기술들이다. 이러한 LTE-A의 기술을 지금부터 적용해 가면서 종전 3G와 차별화된 망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소비자이 이러한 기술이 있는 LTE 품질을 언제 무엇으로 체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LTE 모뎀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같은 단말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 SKT에 따르면 단말기는 이르면 9월부터 출시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요금제 문제로 인해 9월은 물 건너가는 인상이다. 어쨌든 첫 LTE 단말은 삼성과 hTC가 먼저 출시를 하고 그 뒤 LG와 팬텍 제품이 차례로 나온다. 이러한 LTE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정말 3G 장치들과 다른 품질과 만족도를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라 할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 했던 설명들이 모두 공수표가 아님을 증명하는 길은 오직 LTE 단말기를 통해 실제 이용자의 경험들이 공유되는 길 뿐인데, 이날 설명을 듣고 보니 SKT는 꽤 자신있게 이용자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이었다.
정말 그들이 보여준 자신감만큼 이용자들은 만족한 표정을 지을까? 이용자들이 이를 확인할 순간이 머지 않았다.
덧붙임 #
1. 방통위는 LTE 요금제를 엄격하게 심의하길 바란다.
2. SKT를 통해 맨 처음 나올 갤럭시S2 LTE 모델을 IFA에서 봤다. 보다폰의 LTE 망에 물려서 써보니 다운로드 속도는 정말 놀라웠는데, 아래 글에서 확인하시길…
[IFA 2011] LTE의 놀라운 속도 경험케 한 갤럭시 S2 LTE
유선인터넷처럼 정액제가 되지 않으면 무선인터넷에서 혁신적인 무엇이 나오기 힘들겠죠.
전 스마트폰 요금제 해지 합니다. 4G가 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려고 했는데 말짱 황이고 그냥 집에있는 유선 인터넷도 해지하고 와이브로로 애그나 사용할려고요. 이것도 종량제라 찜찜하긴 하지만 4G보단 싸겠죠
아뭏튼 제4 이동통신 나오고 정액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되면 여러가지 재밌는 서비스가 실행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통사들이 기술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구요. 그런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있을진데 사실 그들과 한통속이죠. 아뭏튼 그 틈새를 가로지르는 또다른 영웅이 나타나서 독점의 늪에 빠진 돼지들을 구워 삶아 먹어 버렸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영웅은 우리나라사람이 아니겠지만 ….
정말 4G의 데이터 용량이 알려진 대로 나온다면 거의 쓸모 없다고 봐야죠. 오히려 와이브로 경쟁력을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긴 합니다. ^^
LTE로 많은 사용자가 몰려서~ 3G가 예전처럼 속도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무조건 모든 사용자가 LTE로 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망이 분산화되면서~
3G 사용자도 웃을 수 있었으면 다는거~
그랬으면 싶은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냥 3G에 눌러 앉을 것 같지 않니? ^^
요금제 엄격하게 심의하기 바란다는 말씀에 대공감이에요.. ^^
제 아무리 좋아도 요금에 등허리가 휘면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ㅜㅜ
허리가 휘는 게 문제보다 소비할 만큼 충분하냐가 더 관건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