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그러했 듯, 이용자마다 스마트폰의 쓰임새는 다르다. 혹자는 멀리 떨어진 이들의 안부를 묻는 데 쓰기도 하고, 출퇴근 길에 어제 보지 못했던 TV나 지금 경기 중인 프로야구를 스트리밍으로 보고, 좀더 음악을 듣고, 카메라를 활용해 추억을 남기고, 생산성을 위해 다양한 앱을 활용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게임도 즐기고, 소셜 네트워크에 자취를 남긴다. 쓰임새에 따라 누군가에겐 전화기일 뿐이지만, 또 다른 이에겐 카메라폰이고, 또한 멀티미디어폰이기도 한 것이다. 비싼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든, 그렇지 않은 스마트폰이든 속도나 품질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할 수 있는 일에서 차별성을 강조하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가장 고민을 안기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AP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차이가 거의 없어 상향 평준화된 처리 성능을 가진 제품을 내놓는 지금 과연 성능의 차별화를 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지만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신제품을 소개할 때 이제 성능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성능이 스마트폰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경쟁의 관점에서 성능을 제외하고 만듦새나 카메라 기능, 또는 인공 지능 같은 시대의 흐름으로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모든 제조사가 비슷한 판단을 하고 또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러나 비슷한 부품을 가진 스마트폰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대신 다른 특징을 찾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좀더 빠른 스마트폰의 경쟁에 열광했던 시절에 비해 관심이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어렵긴 해도 진짜 성능의 관점에서 접근한 제품을 고심하지 않는 듯한 제조사들의 태도가 제품에 대한 무관심을 키운 진짜 이유라서다. 물론 부품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쥐어 짤 명분을 찾고 싶어도 제조사의 의지만으로 그럴 수 없는 환경 탓을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성능을 이야기하지 않으니 하드웨어 자체의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의 성능은 앞으로도 이야기할 이유가 생기지 않을 것인가? 스마트폰 제조사라면 자신을 향해 끊임 없이 던졌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달라졌을 테지만, 다시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이전까지 스마트폰 성능에 대한 가치를 생략할 수 있던 것은 누구도 성능에 대한 가치를 강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성능의 가치를 바라는 모바일 게이밍 시장을 보면 이제 답을 바꿔볼 때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서 게임은 즐길 수 있다. 적어도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라면 앱 장터에서 게임을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는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스마트폰이 게임에 최적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가장 좋은 부품으로 채운 값비싼 플래그십 조차 게임에 이상적인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변해 버린 모바일 게임 환경에 맞춰 설계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스마트폰 게임을은 가볍게 즐기는 수준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쪽에선 PC나 콘솔에 버금가는 규모를 가진 모바일 게임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화려한 고화질 그래픽으로 치장한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PC와 콘솔에서 인기를 모은 대작 게임마저 모바일에서 거의 같은 느낌을 담아내는 중이다. 그저 지나가는 취미 정도라 여겼을지 모를 모바일 게임의 세계에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은 진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눈높이를 맞춘 스마트폰은 매우 제한적이다. 게임을 즐기는 데 최적화된 성능과 기능을 모두 보여준 제품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제조사는 성능이 충분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큰 화면, 빠른 프로세서, 넉넉한 저장 공간 등 갖출 것은 다 갖췄으니까. 하지만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것만으로 게임에 최적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이밍에서 가중치를 두고 있는 요소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게이밍을 위한 스마트폰은 단순히 빠른 벤치마크 결과를 내는 것보다 게이밍에서 꾸준히 고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제아무리 고성능 프로세서를 쓰더라도 일시적이나마 성능이 저하되면 화면의 재생 빈도나 그래픽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평가가 끝날 수 있는 고성능 평가가 아니라 게임 내내 고성능을 지속하는 균형은 게이밍 스마트폰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고성능 프로세서들이 일시적이나마 성능을 떨어뜨려 균형을 깨는 요인 중 하나는 높은 열이다. 빠른 처리를 위해 모든 코어가 작동할 경우 높은 발열이 시스템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의도적으로 성능을 제한해 열을 낮추는 현상이 있다. 10nm 미세 공정을 적용한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들은 열에 의한 성능 하향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아직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때문에 게이밍 스마트폰은 프로세서가 고성능 모드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쿨링 기술은 필수다. 실제로 게이밍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레이저폰이나 샤오미 블랙샤크, 누비아 레드 매직 모두 발열 대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즉, 프로세서가 열에 낮추기 위해 성능을 떨어뜨리는 스로틀링에 걸리지 않도록 내부의 열을 빠르게 분산시키는 쿨링 기술에 초점을 맞춰 장시간 고품질 게임을 하더라도 성능 저하를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한다. 히트파이프에 열방어 다층막을 쓰거나 워터 쿨링을 적용하거나 독특한 공냉 기술로 열을 분산시키는 등 세 제품 모두 다른 쿨링 시스템을 선택함으로써 기술적인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론 발열 대책으로 고성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게이밍 스마트폰의 시작일 뿐 균형 잡힌 모바일 게이밍 환경을 위해 해결해야 할 것은 더 많다. 디스플레이 기술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더 많은 프레임을 재생하는 게이밍 모니터처럼 화면의 주사율을 높여 좀더 부드럽게 게임을 즐기게 하거나 빠른 패널 응답 속도, 모션 블러 제거 등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기술을 게이밍 스마트폰의 균형 안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 화면 크기나 배터리 시간, 더 빠른 고용량 램과 넉넉한 저장 공간, 멀티 채널 고품질 오디오, 네트워크 속도, 컨트롤러까지 모바일 게이밍 환경의 최적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기술들을 해결하면 성능 관점으로 스마트폰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물론 게임에 따라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도 있고 전혀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게이밍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과 그 밖의 성능은 지금까지 강조하지 않았던 스마트폰 성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로 모자라진 않을 것이다.
게임을 쉽게 관리하고 진행을 돕고 다른 이들과 게임 장면을 공유하는 것은 게이밍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기능일 뿐만 아니라, 제조사마다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게이밍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라면 성능 다음으로 게이밍 인터페이스처럼 자기 색깔을 반영할 방법을 찾아 넣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성능과 색다른 이용자 경험에 기반한 색깔 찾기는 결국 게이밍 스마트폰을 내놓을 제조사의 의지가 있을 때 통할 이야기다. 언제나 경쟁력 높은 다른 스마트폰으로 내세우려 하면서도 수요가 많은 보편적인 시장을 고집하는 제조사에게 어림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PC와 콘솔을 포함한 전체 게임 시장의 1/3을 넘어 지배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유율을 더 높일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바라본다면 스마트폰에서 실종된 성능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다른 점을 강조할 수 있다. ‘고성능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스마트폰’. 굳이 게이밍 스마트폰이라 불리지 않아도 상관 없다. 적어도 고성능을 추구하기 위한 기술과 성능에 차별화를 뒀다면 모바일 게이머들은 알아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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