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를 쓰는 건 사치”라는 게 고정관념으로 남아 있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그것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물론 SSD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5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반비례하고 있는 값은 이용자들의 PC에 투자를 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SSD의 성능에 비하면 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적은 저장 공간이다. 초기 64GB만 해도 놀라운 용량이지만, 지금은 256GB 정도는 평범하고 욕심 같아선 1TB 짜리도 쓰고 싶은 이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해만 해도 128GB의 용량이라도 넉넉했던 노트북마저 올해는 256GB로 두 배 뛰었지만, 여전히 용량을 늘리려면 적지 않은 돈이 투자해야 하는 탓에 이것저것 재봐야 한다. 256GB SSD를 사는 값이면 3TB 하드디스크를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난 SSD의 적은 용량이 불만만 털어 놓는 빌미만 남긴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믿는다. 적은 용량의 SSD라도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어서다. 비록 성능은 뛰어나나 아직 SSD가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대체하기 힘든 현실이기에 어느 한 쪽만 두고 쓰기 어려운 공존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적은 용량의 SSD는 큰 용량의 하드디스크에 백업하기 좋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를 비롯한 많은 PC 이용자 가운데 지금 저용량 SSD와 고용량 하드디스크 또는 NAS 같은 별도의 대용량 저장 장치를 조합해 쓰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SSD의 특성을 감안하면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의 빠른 실행을 위한 시스템을 위한 용도로 SSD를,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함께 쓰며 그 효율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하드디스크보다 강점을 가진 SSD라도 만약을 대비한 시스템 백업은 불가피하다. SSD의 수명은 제법 길다고 알려진 터라 한동안 걱정을 붙들어 매고 살아도 되지만, 무조건 안전을 보장하는 제품도 아닌 데다 오류가 난 운영체제를 그 이전으로 되돌려야 하거나 더 큰 용량의 SSD로 시스템 자체를 옮길 때 같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시스템을 통째로 백업 이미지의 크기가 작은 SSD가 오히려 유리한 셈이다.
실제로 운영체제에 문제를 발견한 뒤 외장 USB 하드디스크나 네트워크 하드디스크에 백업해 놓은 SSD의 시스템 데이터를 읽어서 복원할 때마다 작은 시스템 디스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 용량이 적은 것은 그냥 파티션만 쪼갠 것보다 디스크를 포맷하고 파티션을 새로 구성하는 복원에서도 복잡한 경우의 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도 백업해야 할 대상이긴 하나 문제가 생긴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닥쳐보면 시스템 파티션을 적게 유지하고 통째로 되돌릴 수 있는 SSD가 더 나은 점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작은 시스템 파티션을 유지할 수 있는 저용량의 SSD가 효율적이라고 말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SSD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에 256GB까진 현실적으로 내려 온 상황에서 SSD 단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고 있는 데다 512GB SSD도 주머니를 열어 제칠 매력적인 가격에 접근할 날이 멀지 않아 보여서다. 시간이 갈수록 같은 값으로 더 큰 용량을 살 수 있게 되는 상황 변화를 감안하면 이러한 효율을 이야기할 날도 그리 길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적은 용량의 SSD가 관리에 더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리 머지 않은 때 가격대비 용량에서 효율을 찾게 될 것은 분명하니까.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