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서피스 프로와 아이패드 프로

태블릿처럼 다룰 수 있는 PC와 PC처럼 쓸 수 있는 태블릿. 얼핏 보면 같은 장치를 두고 말장난하는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두 장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제품에 쓰이는 부품, 하드웨어 설계, 거기에 생김새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는 출발선을 떠난 차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태블릿형 투인원 PC의 대표 ‘서피스 프로’와 PC로 확장하려는 태블릿 ‘아이패드 프로’는 그 좁힐 수 없는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 장치다. 두 장치는 구성과 형태는 닮은 꼴이지만, 같은 영역에서 이야기는 것은 쉽지 않다. 태블릿이라고 주장하는 서피스 프로는 여전히 PC로 보이고, PC라고 주장하는 아이패드 프로는 그냥 태블릿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은 두 제품이 작동하는 제품 생태계에서 생긴 고정된 시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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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물론 두 제품은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블로거 ‘자그니’님의 오디오 클립 ‘까담회’ 코너에서 이야기한 대로 서피스 프로는 창의적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아이패드 프로는 PC로서 기능성을 강조하는 TV 광고를 연일 틀어 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즉, 두 제품이 서로의 영역에 대한 대체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두 제품을 홍보하는 카피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 같은 광고 자체가 아이러니하게도 두 제품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서피스 프로가 창의적인 태블릿 도구로써 능력을 보여줬다면 그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아이패드 프로도 PC의 사용성이 두드러졌다면 그런 광고를 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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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프로

서피스 프로와 아이패드 프로가 그 약점을 드러낸 채 광고를 하는 데는 각자의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고민이 배경에 깔렸을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PC 영역에서 서피스 프로는 확고한 제품이다. 태블릿 영역에서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이의를 주장하는 것도 힘들다. 그만큼 색깔은 확실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고유의 영역에서 명확한 색깔을 가진 두 장치가 이용자층을 넓혀야 하는 데 있다. 서피스 프로가 PC 이용자보다 태블릿 이용자를, 아이패드 프로가 태블릿 이용자보다 PC 이용자에 주목하는 것도 새로운 영역의 확장 또는 개척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피스 프로가 주목하는 태블릿 이용자와 아이패드 프로가 노리는 PC 이용자의 성격은 확실히 다르다. 사실 두 제품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아는 이용자들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 선택을 한 이용자들이 그 벽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두 장치의 운영체제가 갖고 있는 방향도 그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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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피스 프로는 서피스 다이얼을 이용해 각종 도구를 좀더 쉽게 다룰 수 있다.

PC용 운영체제인 윈도(맥 운영체제인 맥 OS도 마찬가지지만)는 작업을 관리하고 전환하는 효율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다양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범용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의  iOS는 모바일 앱의 실행과 이용 편의적 측면이 훨씬 강하다. 윈도가 바닥에 두고 키보드를 활용하는 여러 개의 프로그램, 또는 PC의 다중 작업에 더 특화되어 있다면 아이패드 프로 같은 모바일 장치는 손에 든채 훨씬 단순하게 실행하며 작업의 집중력을 높이는 앱의 사용성에 좀더 초점을 맞춰서 출발했다.

때문에 서피스 프로 같은 태블릿형 투인원 PC들은 다중 작업 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하는 한편 펜을 활용하는 태블릿 환경의 사용성을 높여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서피스 프로가 12.3인치라는 큰 화면을 채택해 소형 PC로는 적절한 크기를 갖고 있다곤 해도 태블릿으로 들고 써야 할 때 조금 크다. 이 장치를 한 손에 들고 펜을 이용하는 완성도 높은 응용 프로그램의 부족에 대한 지적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물론 책상이나 무릎에 올린 채 하는 창의적 작업은 다른 이야기지만, 태블릿 모드와 PC 모드라는 두 모드에 억지로 익숙해져야 하는 이용자의 불편도 남아 있다. 작업 전환 역시 키보드 단축키보다 편한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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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에 올라간 iOS 11은 마치 맥OS 같은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아이패드 프로는 기본 앱의 사용성에 다중 작업을 위한 보완이 절실한 부분이다. 처음부터 들고 쓰는 모바일 제품이라는 강한 이미지와 창의적 활동을 연계했지만, 그 부분으로 기울어진 무게 추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문제다.  iOS 11을 올린 아이패드 프로에서 맥 OS의 도크와 비슷한 것을 올린 것이나 화면 분할을 통해 여러 앱을 동시에 띄울 수 있도록 한 것도 그 보완의 일환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모바일 앱 사용성에 관한 보완일 뿐, PC나 맥처럼 여러 작업의 효율성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10.5인치 크기에 얇고 가벼워 들기 쉬운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화면을 나눠서 작업할 수는 있지만, 비좁은 화면의 화면 분할보다 각 앱을 전체 화면에서 실행하고 손쉽게 전환하는 재주는 아직 부족하다.

서피스 프로를 창의성 도구로써 활용할 수 없다거나 아이패드 프로를 PC처럼 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보편적인 창의적 도구거나 PC의 대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 평가를 내리기는 너무 이른 듯 보인다. 그저 특정한 작업에서 때론 그 창의적인 활용을 할 수도 있고 PC에서 하던 작업을 앱에서 할 수 있기는 해도, 양쪽의 성격을 다 아우르는 완벽한 대체제라고 선언할 만큼 서로의 장점을 흡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장점을 보고 닮으려고 애쓰는 중이지만, 아직은 PC이고 태블릿이다. 아직은…

덧붙임 #

  1. 서피스 프로가 창의적 도구인가, 아이패드 프로가 PC인가에 대한 논란보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런 장치를 쓰는가에 대한 사고를 바꿔야 할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닐까?
  2.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7년 8월 20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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