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OS로 이동하는 차기 갤럭시 워치4가 몰고 올 변화

이 이야기는 가정에 기초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아직은 추정일 뿐, 확실한 결론이 나온 것은 없으므로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이해하기 바란다. 다만, 삼성 전자가 머지 않아(2분기 중) 선보일 갤럭시 워치 4와 (아직 이름을 확정하지 않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후속 제품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소식들이 조금씩 나오는 중인데,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은 갤럭시 워치 4나 워치 액티브 2 후속 제품(액티브 4 또는 다른 이름)이 어떤 모양새로 나올지 궁금하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다른 쪽에 있다. 두 제품에 들어갈 운영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여러 정황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차기 제품에 들어갈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에 대한 코드명을 IT전문 외신이 찾아내면서 이것이 차기 갤럭시 워치4와 액티브 2의 후속 제품 이후의 삼성 스마트워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맥스 바인바흐가 3월 30일에 공개한 삼성 웨어러블 apk 내부의 코드명(이미지 출처 : Max Weinbach 트위터)

삼성이 구글 웨어OS(Wear OS)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 해 말부터 나왔다. 하지만, 그 당시 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었고 근거도 부족했다. 때문에 이 소문은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끝났을 수도 있던 것이었다. 지난 3월 말, 안드로이드 전문 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의 막스 바인바흐가 이것과 관련된 힌트를 찾아내 트위터에 올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제품을 발표할 즈음에 깜짝 놀랄 소식을 듣게 됐을 것이다.

그가 공개한 것은 최근 업데이트된 갤럭시 웨어러블 앱의 APK를 들쳐 본 결과다. 그 안에서 찾아낸 여러 코드명 가운데 프레시(Fresh)와 와이즈(Wise)는 이전부터 차기 갤럭시 워치4과 액티브 2 후속 제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안에는 ‘워터'(Water)라는 코드명을 가진 새로운 플러그인이었다. 이것이 삼성 웨어러블 장치를 위한 웨어OS용 호환 레이어의 코드명이라는 게 웨어OS 탑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newos’라는 참조까지 더해지면서 새로운 OS의 탑재를 가정하고 있다.

이들이 찾아낸 근거에 따라 갤럭시 워치4와 액티브 2 후속에 웨어OS가 탑재되면 여러 면에서 갤럭시 워치 시리즈와 액티브 시리즈는 매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조작 환경이 달라지고 관리 방법이 바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타이젠을 운영체제로 쓸 때의 생태계가 사라지고 웨어OS 기반 생태계로 이동하게 된다. 삼성이 운영했던 갤럭시 웨어러블 스토어도 구글이 관리하는 웨어OS 스토어로 넘어간다. 모든 것이 구글 웨어OS 체계로 변경되는 것이다.

타이젠 기반 삼성 스마트워치들.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워치를 웨어OS로 전환하면 이 제품들과 관련된 워치 페이스 및 앱 생태계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기존 갤럭시 워치 시리즈를 썼던 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니다. 웨어OS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변경되면 조작 방식이 바뀌므로 새로 적응해야 한다.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거나 위젯을 관리하는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타이젠 환경의 갤럭시 스토어에서 구입했던 시계 화면이나 앱은 새로운 환경으로 이전할 수 없다. 아마도 기존 갤럭시 워치나 액티브 시리즈는 장치의 수명이 끝날 때까진 쓸 수 있겠지만, 웨어OS로 전환되면 기존 제품에 대한 시계 화면 및 앱 지원이 줄어들어 자연적으로 웨어러블 스토어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웨어OS를 탑재한 제품을 쓰게 되는 신규 갤럭시 이용자들 입장에선 좋은 점은 있다. 타이젠보다 더 많은 제조사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글 생태계에서 더 나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운영체제나 보안 업데이트에 대한 관리와 지원 역시 구글이 담당하는 만큼 좀더 나아질 수 있다. 웨어OS에서 구입한 시계 화면이나 앱은 갤럭시 워치가 아닌 다른 웨어OS 장치로 이전할 수 있는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웨어OS로 이전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장일단 양면의 특징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기존 타이젠 기반 갤럭시 워치 시리즈, 액티브 시리즈를 쓰던 이용자가 웨어OS 기반 제품으로 이전할 경우 보호책이 있는지 관건이다. 웨어OS에 기존 타이젠 워치 페이스나 앱을 실행할 수 있는 호환 레이어가 있을지, 또는 갤럭시 스토어 이용 불가에 따라 기존 이용자에 대한 보상책을 내놓을 지 지금은 미지수다. 아마도 삼성전자의 특성상 기술적 해결책은 넣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3월 10일 웨어 OS용 연결 앱이 뜬금 없이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 등록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해프닝으로 끝났던 일이었다

굳이 타이젠을 가진 삼성전자가 웨어OS를 채택한다면 그것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구글과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존 타이젠과 호환성을 고려한 기술적 장치를 넣기보다 구글의 운영체제와 관리 환경을 받아들이고 대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와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쪽으로 운영 방향을 정하지 않고는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따라서 삼성은 앞으로 갤럭시 워치 같은 웨어러블을 위한 운영체제 기능이나 관련 스토어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술적 장치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구글 역시 삼성과 협력이 지지부진한 웨어OS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 데 도움이 될 결정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조사가 웨어OS 기반 스마트워치를 출시했지만, 그 어느 제품도 웨어OS 시장을 크게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제조사가 독자 운영체제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구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돼 왔던 터다. 하지만 애플, 화웨이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스마트워치 브랜드인 삼성 전자와 협력은 웨어OS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갤럭시 워치에서 생성된 행동 데이터를 어느 쪽으로 전송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갤럭시 워치 시리즈나 액티브 시리즈, 그 밖의 밴드 제품군은 모두 삼성 헬스와 연동되어 있다. 하지만 웨어OS를 얹게 되면 구글 피트니스를 비롯한 다른 헬스케어 앱과 연동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이용자는 이제 웨어OS 및 안드로이드용 헬스케어 앱과 연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통해 다양한 건강 관련 기능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심전도 및 혈압 측정 기능은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전송 제한으로 인해 지금처럼 별도 측정 앱으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삼성 전자가 심전도나 혈압, 혈당 관련 기능을 통해 측정된 데이터까지 웨어OS용 앱에 개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삼성은 이 기능을 삼성 스마트폰에서 독점 제공해 온데다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개인 데이터인 만큼 지금처럼 별도 분리된 측정 앱을 통해서만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삼성 갤럭시 스토어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만 심전도와 혈압을 독점적으로 제공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갤럭시 워치4와 액티브 2 후속 제품에서 웨어OS로 변경하게 될 때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이젠이다. 이번 결정이 사실이면 타이젠의 미래도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어서다. 타이젠은 웨어러블 외에 삼성 스마트TV나 스마트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에 쓰이고 있다. 당장 이 제품들까지 다른 운영체제로 전환하려는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타이젠 생태계를 더 확장할 수 없게 되면 운영체제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동력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서다. 어쩌면 웨어OS 전환이 그 변화를 위한 방아쇠는 아닌가 하는 추측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어쨌거나 이 글은 가정에 의한 추론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까지 아직 알 수 없는 이야기다. 단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증거들을 보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실제로 오고 있는 것은 맞는 듯하다. 그런 현실이 실제로 일어나면 위에서 언급한 여러 관점에 의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일은 스마트워치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미래가 온다면 흥미롭겠지만, 이용자들의 피해가 없기를 더욱 바란다.

참조글

Samsung could entirely ditch Tizen in favor of Wear OS for Galaxy Watch 4
Samsung Galaxy Watch 4 with Wear OS now seems inevitable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4월 8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7 Comments

  1. dd
    2021년 4월 8일
    Reply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바뀐다는 가정하에 얘기를 해보자면 조작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최근 구글이 웨어OS를 개방하는 쪽으로 개선을 하고 있어서 서드 파티에서도 위젯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찌라시에 의하면 형태가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센서 API를 개방하지 않을까요? API만 공개하면 프라이버시 문제 없이 서드 파티에서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니까요.

    • chitsol
      2021년 4월 8일
      Reply

      저도 크게 바뀌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요. ^^
      센서 API는 기본 센서에 대한 것은 공유할 수 있겠으나, 심전도, 혈당, 혈압은 측정 앱 자체를 각국 규제 기관의 SaMD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 삼성이 열어줄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보입니다.

      • DD
        2021년 4월 25일
        Reply

        OS가 바뀐다면 저는 삼성이 API 개방할 거라고 봅니다. 스마트 워치의 핵심은 헬스인데 서비스 운영 능력이 없는 삼성이 수준이 처참한 삼성 헬스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위에 말했듯이 스마트 워치의 핵심이 헬스인데 현재 웨어OS를 사용하는 회사 중에 규모가 있는 제조사가 없습니다. 그 말인 즉슨 API 공개할 생각이 없다면 타이젠을 계속 써도 애플 같은 생태계를 꿈꾸는 삼성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규제 같은 건 받으면 되는 거고 나중에 하드웨어가 인증을 받으면 따로 인증 받지 않아도 되도록 바뀔테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 chitsol
          2021년 4월 25일
          Reply

          기본적인 API를 공개하는 것에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심전도나 혈압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은 특정 기기에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보관 및 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문제들을 규제 기관에서 심사하는 것이어서 말처럼 쉽게 접근할 사안은 아닙니다. 분명 건강 관리는 중요한 기능이지만, 민감한 의료 정보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개방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 DD
            2021년 4월 25일

            혈압, 혈당, 심전도 같은 신체 정보가 철저하게 지켜야할 정도로 민감한 정보는 아닌 거 같아서 규제가 나중에 완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삼성은 API를 서드 파티에게 무조건 공개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아무리 못해도 인증 받은 서비스에 한해서 API를 공개할 거라고 봅니다. 당장 삼성 헬스 API도 오픈소스처럼 마음대로는 못 쓰거든요.

  2. 2021년 7월 5일
    Reply

    역시 칫솔님은 읽고 싶은 글을 올려 주시네요.
    갤럭시 워치 액티브2를 가지고 있지만,
    소문이 현실로돼서 갤럭시 워치가 타이젠을 버리고
    웨어OS로 나온다면 바로 바꾸겠습니다.
    웨어OS를 탑재한 화웨이워치를 편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어서인데요,
    타이젠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뭔가 답답합니다.
    소문으로 끝날지 몰라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 chitsol
      2021년 7월 5일
      Reply

      흐흐.. 오랜 만에 오셨네요. 지금 워치4 렌더링이 뜨는 것을 보니 발표가 머지 않은 듯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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