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는 아직 죽지 않았다


(제목을 쓰고 보니 좀 도발적이라고 해야 할지, 처절한 절규라고 해야 할지 여튼 좀 비장하게 보이긴 한다. ^^;)


XBOX 360이 올 2월에 출시됐는데 참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뭐랄까. 초반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고 할까. XBOX 런칭할 때는 MS나 총판을 맡았던 세중에 대한 기대가 참 컸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출시 시기도 늦었고, 너무 부족했던 콘솔에 대한 경험으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도 했고, 시의적절한 홍보나 마케팅을 거의 못해 반짝 관심에 그쳤을 뿐이다. 물론 두 업체의 책임에 대한 문제나 제한된 역할 탓도 꽤 컸다는 것도 문제였다.
(뭐 지나간 이야기지만, 당시 XBOX는 MS AP에서 주도한 사업이라 한국 MS가 사업 주체가 아니었다. XBOX 사업을 진행하는 세 사업자(MS AP, 한국 MS  세중)의 서로 다른 비즈니스 풍토가 부딪쳐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삼돌이 때 헤어지면서 해결된 것 같지만.)


아무튼 삼돌이(XBOX 360의 애칭)부터는 한국 MS가 사업 전면에 나서고 CJ가 유통을 맡으면서 엑박 때의 큰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고 있다. 출시 시기도 무척 빨랐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소식을 전하고 때맞는행사를 개최하면서 꾸준하게 고품질 게임기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게이머들의 구매 욕구를 해결해 줄만큼 값도 제법 착했다. 요즘 늘어난 HD(급)TV에서 즐길만한 게임이 필요한 상황도 삼돌이를 찾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엑박 홈피 다운되었을 때 한글 안내 메시지가 없는 건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차별 정도? ^^)


아무튼 삼돌이로 떠들썩한 이 마당에 엑박 얘기를 하려니 안 어울리는 거 알지만, 그래도 엑박 나름대로 자리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자리… 게임은 아니다. 이제 엑박용 타이틀은 한달에
다섯 개도 안나온다. 한국 MS도 엑박 게임 나온다 소리 안한지 오래됐다. 보도자료에 연일 삼돌이 대작 쏟아진다.. 삼돌이 하반기까지 타이틀 100개 채운다.. 뭐 이런 얘기 뿐이니, 액박은 이제 MS의 버린 자식인 것이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엑박 타이틀의 대는 끊어지겠지.

게임기인 액박 입장에서 게임이 없다는 것은 제 가치를 잃는다는 얘기일텐데도 액박은 게임기로서 매력만 사라질 뿐 미디어 플레이어로서 그 힘은 여전히 남아 돈다. 지금 나오는 디빅 플레이어보다도 나은, 아니 어쩌면 웬만한 PC보다도 낫다. 마니아들은 리눅스 서버나 미디어 서버로도 쓰지만, 일반인이 그렇게 까지 쓸일은 없고, 그냥 값대 성능비로 따져 이만한 놈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냥 되는 건 아니다. 액박 메인보드에 개조 칩을 박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 소프트웨어를 다시 깔아야 하지만 그래도 순정 상태보다는 훨씬 많은 일을 하게 되니까 유혹에 안빠질 수 없다. 더구나 MS가 버린 자식이라고 말하고보니 이제는 눈치 볼 것도 없는 듯 하다. 그렇다고 불법적인 거 돌리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개조된 액박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마니아들은 다 알 것이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액박이 삼돌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동영상과 음악, 사진을 보고 듣는다는 거다. 삼돌이가 최근 패치를 통해 미디어 커넥터 2.0을 설치한 PC에 있는 WMV 파일과 mp3(wma), jpg와 bmp 등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액박은 그 이전부터 더 많은 형식의 동영상과 음악, 사진을 PC를 켜지 않고 즐겨 왔다.


하지만 최근에 얻은 즐거움은 공유기에 물려있는 미디어 서버의 데이터를 실시간 무선 스트리밍 할 수 있다는 거다. 삼돌이는 네트워크에 있는 PC에서만 다운로드 된 데이터를 가져오는 반면, 액박은 PC를 켜지 않고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맥스터 쉐어 스토리지 플러스 같은 미디어 서버에서 바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든다. 더 많은 네트워크 프로토콜이 튜닝 액박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즐거움은 액박 미디어 센터(XBMC) 스킨이 삼돌이를 빼다 박았다는 거다. 곡선 디자인은 거의 똑같고 회전하는 배경 디자인도 그대로 재현했다. XBMC나 스킨을 깔아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무튼 구형 액박을 마치 삼돌이로 알아볼 정도로 정교하게 화면을 바꿔주니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기분도 낼 수 있어 좋긴 하다. 삼돌이에서 자막을 보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XBMC에서는 여러 폰트를 써서 자막도 표시하고, 영상이나 소리 품질을 올리는 옵션이 더 많다는 점, 날씨와 인터넷 정보 표시,시스템 관리까지 편하게 되어 있으니 한번 맛들면 나오기는 어렵다.


삼돌이가 처리 성능에서는 액박의 몇 배 나은 것은 분명한데, 사실 그 밖의 부분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좋은 점은 별로 없다. 삼돌이가 무선으로 데이터를 읽어오는 건 엑박에 무선 게이밍 어댑터를 쓰면 똑같이 무선으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다. 둘다 DVD 드라이브를 쓰니 이것도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DVD 화질(컴포넌트로 연결했을 때)은 고만고만하다. 컴포넌트 단자도 둘 다 있고… 아.. 삼돌이는 컴포넌트보다 RGB 화질이 더 날카롭긴 하더라. 액박은 컴포넌트로 만족해야지만…


액박…
값은 20만원 안팎. 여기에 손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10여만원 더 들여야 하니까, 웬만한 디빅  플레이어보다 값과 호환성에서는 좀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한다. 단지 이를 쓰려면 액박에 대한 지식을 조금은 갖춰야 한다는 게 아쉽지만. (뭐.. 몰라도 좋은 설명만 찾으면 쓰는 데 문제 없을 수도 있음. 사람마다 다름)


뭐.. 아무튼 이제는 구하기도 쉽지 않은 액박이지만, 아직까지는 거실에서 잘 버티고 있다. 아마 나 말고도 다른 이유에서 구형 액박이 좋은 장치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거 같지만 그 성능이나 활용 범위가 넓은 구형 액박을 퇴물 취급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다.


삼돌이로 마켓플레이스에서 데모 게임 받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래도 액박만큼 기계 자체가 갖고 있는 재미는 없다. (주절주절 ㅋㅋㅋ)


(위)XBOX용 XBMC 360스킨, (아래)삼돌이의 라이브 탭


(위)XBOX용 XBMC 360스킨, (아래)삼돌이의 게임 탭>


(위)XBOX용 XBMC 360스킨, (아래)삼돌이의 미디어 탭


(위)XBOX용 XBMC 360스킨, (아래)삼돌이의 설정 탭


(위)XBMC 날씨 정보, (아래)XBMC를 통해 미디어 서버로부터 가져온 비디오 목록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09년 2월 23일
    Reply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유용한 글이네요.
    아직도 XboX는 멋진 기계입니다. 감사합니다.

    • 칫솔
      2009년 2월 23일
      Reply

      맞아요. XBOX는 멋진 기계죠. ^^;

  2. 2009년 2월 23일
    Reply

    * 탄생은 X-BOX용에서 MS에서 처음 만든 콘솔 게임기인 XBOX는 PC와 거의 같은 구조와 부품 채용으로 해커들의 좋은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던 해킹의 수준이 XBOX에 이르러서는 독립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수준으로 한단계 진보한 것인데요. 따라서 오늘날 리눅스 프로그램까지 자체 지원하는 PS3보다는 못하지만 수많은 멋진 프로그램들이 나왔습니다. 오늘 소개할 XBMC는 그 중 단연 군계일학이라고..

  3. 2009년 3월 1일
    Reply

    ms도 엑박1이 해커들의 먹이가 되는 것을 보고 360에서는 PowerPC로 돌아섰고 소니도 PS3를 Cell 기반으로 만들었죠. PS3에 리눅스 깔아도 RSX의 모든 능력을 끌어내지 못하게 막은 것도 좀 폐쇄적이어 보이고…

    개인적으로는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산 디빅플레이어들이 거실용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과 같은 리눅스 기반의 국산 디빅에 애플 아이튠즈 같은 정식 영상 서비스만 얹혀지면 거의 역사상 최강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IPTV처럼 특정 통신회사에 종속되는 그런 폐쇄형 서비스가 아니라 지금의 PC가 전세계 아무 웹 사이트에나 막 연결되는 것 같은 개방형 서비스가 언젠가는 나오리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후지 TV나 영국의 BBC에서 공개형 영상 서비스를 다운타임 없이 계속 하고 있고 용산에서 플레이어만 사오면 전세계 아무 방송국 서비스에나 막 연결되는…그런 게 언젠가는 반드시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 칫솔
      2009년 3월 3일
      Reply

      사실 이글을 쓸 때가 XBOX360이 나오기 전의 초기 XBOX 시절이니까 지금 환경과는 많이 달라진 셈인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거실의 소비 환경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저도 폐쇄형 IPTV는 반대하지만, 값싸고 질좋고 편리한 이용 방식의 다채로운 컨텐츠 서비스를 누가 먼저 제공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보일 거라 봅니다. 무엇보다 저는 무조건적인 다양성보다 거실을 점령한 가정 권력의 취향을 어떻게 파고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답니다. ^^

  4. 지나가다
    2009년 4월 1일
    Reply

    XBMC 최신버젼은 리눅스,윈도우도 이제 제대로 지원하더군요…
    제가 이해가 안되는건 리눅스 기반의 국산 디빅플레이어회사들이 이런 훌륭한 플렛폼을 이용(?)하면 매출에 엄청난 신장을 가져올듯한데…
    H264 정도 지원하는 하드웨어 스펙에 고용량 하드 교체 가능하게 만들고 무선랜만 달아서 소비자들 한테 던져주면 해외고 국내고 난리가 날텐데…

    • 칫솔
      2009년 4월 1일
      Reply

      그러게요. 상업적 이용에 걸림돌이 없다면 커스터마이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말이죠. ^^

  5. 박용진
    2020년 12월 4일
    Reply

    개조 오로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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