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리얼 빔,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 ‘엑스리얼 에어’를 구원하다

얼마 전 엑스리얼(Xreal))로 사명을 바꾸기 전인 지난 해 가을, 국내 출시를 앞둔 엔리얼 에어(Nreal Air, 현 엑스리얼 에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엔리얼 에어는 앞쪽 허공에 화면을 표시하는 안경 형태의 공간형 디스플레이 장치였다. 엄밀하게 증강 현실 장치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벽으로 막혀 있지 않은 넓은 공간만 있으면 나 홀로 초대형 화면을 볼 수 있는 안경형 장치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유형의 디스플레이 안경형 장치는 증강 현실 안경(Augmented Reality Glass)이 아니라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Spatial Display Glass) 같은 다른 정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때 엔리얼 에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기진 못했다. 제품의 콘셉트는 좋았으나 내가 가졌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던 탓이다. 장치의 만듦새는 어디 한 곳도 뒤쳐지는 데 없었다. 단지, 엔리얼 에어를 쓸 수 있는 하드웨어 호환성이 너무 부족했고,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여러 유형의 장치에 연결했을 때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의 기능이 지나치게 없었다는 게 불만이었다. 네뷸라(Nebular)라 부르는 모바일 앱에서 알아채는 장치가 아니면 360도 공간 디스플레이를 쓸 수 없는 점, 다른 장치의 영상을 정해진 거리와 크기로만 보여주는 낮은 수준의 미러링은 너무나 답답한 점이었다.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인 엑스리얼 에어. 하지만 이 장치를 쓸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었고 호환 장치도 부족했다.

엑스리얼 에어라는 이름을 쓰는 지금은 네뷸라 앱을 실행하는 스마트폰이 상당히 늘어나 다행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아닌 PC나 비호환 스마트폰 및 태블릿, 휴대 게임기 등 다른 장치의 미러링 수준은 높지 않았고, 이는 엑스리얼 에어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최대 불만 사항이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지금 엑스리얼 빔(Xreal Beam)을 내놓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엑스리얼을 괴롭히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됐을 것은 분명하다.

엑스리얼 빔은 엑스리얼이라는 사명 변경 후 처음 내놓는 제품이다. 그런데 형태가 좀 특이하다. 엔리얼 시절부터 내놓던 공간형 디스플레이 안경이 아니다. (실제 4,870mAh 배터리를 내장했지만) 마치 작은 휴대용 배터리처럼 생겼다. 본체 위와 양옆에 둥근 모양의 버튼들이 있고 하단 부에 두 개의 USB 단자, 상단에 방열판과 전원 버튼이 전부다. 새 제품이라기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해 보인다. 엑스리얼로 사명 변경 이후 XR 세계에 대한 야심을 가득 담은 AR 안경이나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을 기다렸던 이들에겐 ‘뜬금포’ 같아 보일 법도 하다.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인 엑스리얼 에어(위)의 기능을 확장하는 유무선 어댑터인 엑스리얼 빔(아럐)

하지만, 이미 엑스리얼 에어(구 엔리얼 에어)를 갖고 있는 이용자들이나 앞으로 이 안경을 쓰려는 이들에게 엑스리얼 빔은 그 안경을 쓸 가치를 만들어 주는 제품이다. 앞서 불만 가득했던 이용자들의 1순위 불만이었던 엑스리얼 에어의 미러링 기능에 대한 확실한 기능성을 보완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즉, 엑스리얼 에어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네뷸라 앱과 호환되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거의 모든 장치의 영상을 공간 디스플레이로 모자람 없이 경험하게 해주는 장치가 바로 엑스리얼 빔이다. 

따라서 엑스리얼 빔이 있으면 엑스리얼 에어를 쓰기 위해 반드시 호환되는 스마트폰을 찾아 헤맬 이유가 없다. 일을 위해 언제나 들고 다니는 노트북, 작은 화면의 휴대 게임기, 손에 들고 보던 태블릿, TV에 연결돼 있는 콘솔 장치들, 작은 모니터를 물려둔 데스크톱 PC 등 디스플레이 출력이 있는 모든 장치와 연결돼 엑스리얼 에어를 통해 공간에서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니까. 

무엇보다 다양한 장치에 연결해 쓰는 것도 그리 까다롭지 않다. 충전을 마친 엑스리얼 빔의 하단부에 있는 2개의 USB-C 단자 가운데, 안경 표시가 있는 단자에 엑스리얼 에어를 꽂으면 기본 준비는 끝난 셈이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엑스리얼 빔으로 수신할 영상을 보내는 장치와 연결하는 것이다.

엑스리얼 빔과 연결 방법은 유선과 무선 두 가지다. 먼저 무선 방식은 무선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장치에서 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스마트 뷰’, 윈도 PC의 ‘다른 화면에 표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에어 플레이’를 쓸 수 있다. 스마트 장치나 PC에서 연결할 무선 연결 장치 설정으로 들어가 엑스리얼 빔을 고르기만 하면 스마트 장치의 영상이 고스란히 엑스리얼 에어에 뜬다. 단, 구글 크롬 캐스트를 통한 미러링은 불가능하다. 크롬캐스트를 적용하려면 구글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기까지 시간과 절차가 오래 걸려 이를 지원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엑스리얼 코리아의 공식 답변이었다.

유선 연결 방식은 훨씬 쉽다. 충전, 데이터 전송, 오디오, 비디오 출력이 모두 되는 전체 기능을 지원하는 단자를 갖춘 장치는 이에 맞는 전체 기능 지원 USB-C 케이블로 빔에 연결하면 그만이다. 콘솔 장치나 OTT 장치의 영상 출력 단자를 이용한다면 엑스리얼 빔에 꽂는 변환 케이블을 따로 구매해 꽂아야 한다. 기본 패키지에 전체 기능 지원 C to C 케이블은 포함돼 있지만, C to HDMI 케이블은 제외돼 있다.

(유무선 연결에 대한 평가는 뒷부분에 추가로 설명하기로 하고) 영상 장치와 엑스리얼 빔을 연결한 뒤 엑스리얼 에어를 쓰면 공간에 영상이 표시된다. 그런데 앞서 엑스리얼 에어와 영상 장치를 곧바로 연결해 미러링을 할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엑스리얼 빔 이전 미러링은 고개를 살짝만 움직이면 안경도 움직이는 탓에 화면까지 그 즉시 빠르게 움직여 정말 어지러웠다.

엑스리얼 빔은 이 문제부터 해결했다. 고개를 따라 움직이는 안경에 맞춰 화면도 움직이지만, 흔들림 안정화 기술을 반영한 덕분에 이전과 비교해 어지러움을 거의 없앴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만으로는 공간에 뜬 화면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중에 뜬 화면 일부를 볼 수 없을 수준의 움직임이 생기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화면을 밀어내 그 자리에 고정한다.

엑스리얼 빔을 연결한 엑스리얼 에어에서 볼 수 있는 기본 화면. 유선 또는 무선으로 엑스리얼 빔과 다른 장치를 연결하면 기본 화면은 사라지고 연결한 장치의 화면이 곧바로 표시된다.

또한 앞서 단일 깊이, 단일 크기의 화면 표시 모드만 있었던 엑스리얼 에어의 미러링 표시 방식을 3가지로 확장했다. 왼쪽 주황색 버튼을 누르면 화면 고정 모드, 흔들림 방지 모드, 사이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흔들림 방지 모드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고개 움직임에 따라 화면도 함께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작은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화면을 안정적으로 표시한다.

화면 고정 모드(3DoF)는 화면을 특정 방향의 특정 깊이에 특정 크기로 고정해 놓는다. 화면이 안경의 움직임을 따라 위치를 변경하지 않으므로 특정 방향으로 디스플레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고, 특히 앞쪽으로 충분한 공간이 있는 곳에서 쓰면 정말 큰 화면을 경험할 수 있다.

엑스리얼 빔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표시 모드

사이드뷰 모드를 고르면 화면을 오른쪽이나 왼쪽 상단 또는 하단에 작게 표시한다. 이 상태에서 화면 크기는 조정할 수 없지만, 대신 화면을 한쪽 구석에만 표시하므로 안경을 쓴 전방의 상황을 좀더 쉽게 알 수 있다. 길을 걸을 때 쓰는 용도라기 보다 어떤 발표를 보면서 참고 자료를 함께 찾아 보는 용도로 유용할 것 같다.

늘어나고 안정화된 표시 모드와 더불어 미러링 모드에서 강화한 또 하나의 기능이 있다. 사이드 뷰 모드를 제외하고 흔들림 방지 모드와 화면 고정 모드에서 거리(깊이)와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들림 방지 모드와 고정 모드를 고른 뒤 방향 버튼으로 거리,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거리가 멀수록 더 큰 화면을 설정할 수 있다.

엑스리얼 빔과 유선 연결한 에이수스 ROG 앨라이의 아모리 크레이트 화면. 작은 화면을 가진 휴대용 게임 콘솔도 엑스리얼 빔과 에어 조합으로 훨씬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다.

각 거리별 기본 화면 크기는 1.2m에서 기본 32인치, 최대 41인치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4m 거리는 기본 120인치, 10m 거리에선 기본 320인치 크기로 조정된다. 물론 이용자가 이용자가 4~10m 사이의 거리를 조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알맞은 화면 크기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엑스리얼 빔에서 거리를 조정하더라도 만약 엑스리얼 에어 앞에 빛을 차단하는 빛 가리개(Light Shield)를 끼운 상태라면 거리에 따른 크기 조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처럼 엑스리얼 빔은 엑스리얼 에어에서 모자랐던 미러링 기능을 이용자 상황에 맞게 더 세세히 조절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더 넓은 영역에서 쓰일 수 있도록 기능을 갖췄지만, 무선과 유선으로 나뉜 연결 방식에 따라 안정성과 영상 품질에서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엑스리얼 빔은 다양한 장치를 미러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3가지 표시 모드를 번갈아 가며 쓸 수 있다.

무선 미러링은 선 하나를 덜 연결하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점이 좀더 크다. 무선 미러링을 하려면 스마트 장치 또는 PC의 설정에서 엑스리얼 빔을 찾아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갤럭시의 스마트 뷰나 아이폰의 에어 플레이 버튼을 누른 뒤 엑스리얼 빔을 찾는 게 어렵진 않다. 하지만 한두 번이면 몰라도 매번 설정을 들락날락하며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은 은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엑스리얼 빔에서 무선 미러링의 가장 큰 단점은 연결이 좀 불안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빔과 무선으로 연결한 장치를 가까이 두더라도 가끔씩 프레임 손실 및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계단 모양으로 깨지는 영상이 표시된다. 무엇보다 디즈니 플러스나 티빙 등 일부 스트리밍 앱은 저작권을 이유로 무선으로 연결된 엑스리얼 빔을 통해 영상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한다. 아마 이 문제는 앞으로 나올 펌웨어를 통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만족할 만한 품질이라 말하긴 어렵다.

노트북과 유선 연결한 엑스리얼 빔을 통해 엑스리얼 에어를 보면 노트북의 작은 화면보다 훨씬 큰 화면을 보며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무선 연결에서 문제를 겪은 이후 나는 엑스리얼 빔을 유선으로 연결해 쓰고 있다. 선 하나를 더 연결하는 게 그닥 거추장스러운 일도 아니고, 그냥 제대로 작동하는 선만 꽂으면 거의 모든 장치에서 별도 설정할 것도 없이 곧바로 엑스리얼 빔을 외부 디스플레이로 알아채고 엑스리얼 에어에 영상을 표시한다. 지금 이 글도 엑스리얼 빔을 노트북에 꽂은 상태에서 쓰고 있는데, 윈도 11에서 디스플레이 설정을 따로 하지 않고도 매우 선명하게 윈도 화면을 보며 작업 중이다. ROG 앨라이, M1 아이패드 프로 같은 장치도 모두 전체 기능 지원 USB-C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품질 저하 없는 공간 디스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 앱에서 재생을 중단하거나 연결을 끊는 일도 없다. 유선 모드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유선으로 연결하려면 USB-C 단자와 함께 케이블도 전체 기능을 지원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USB-C 케이블이라도 충전 및 데이터 전송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출력을 지원하는지 함께 살피면 된다.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휴대 게임기는 USB-C 단자로도 디스플레이를 출력하는 만큼 이에 맞는 케이블을 이용해 엑스리얼 빔의 입력용 C 단자에 꽂으면 된다. (참고로 노트북과 엑스리얼 빔을 USB-C로 연결한 뒤에는 노트북 전원으로 엑스리얼 빔을 충전한다. 이에 따라 3시간 30분 정도의 엑스리얼 빔 작동 시간은 좀더 늘어날 수 있는 반면, 노트북의 작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유선 연결만이 답은 아니지만, 유선으로 연결했던 엑스리얼 빔은 엑스리얼 에어를 더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렇기에 엑스리얼 빔의 유선 연결을 위한 케이블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엑스리얼 코리아는 엑스리얼 빔에 전체 기능 C to C 케이블을 기본 제공한다. 초기 상품 페이지에는 관련 설명이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기본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엑스리얼 예약 판매가는 15만 9천 원이지만, 예약 판매 이후 16만 9천 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또한 HDMI 단자에 연결할 수 있는 3만 원 상당의 USB-C to HDMI 케이블도 예약 구매자에게만 증정된다.(실제 배송된 케이블은 HDMI to C 케이블이 아니라 DP 기능을 가진 C to C 케이블인 걸로 확인돼 관련 내용을 2023년 8월 9일에 보완함)

사실 케이블 문제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보완했으면 싶은 게 하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이용자가 이 기능을 잘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의외로 사이드 뷰 모드가 정말 재미있는 기능이라고 본다. 공간 디스플레이가 앞쪽을 가리지 않으므로 앞의 상황을 보며 작은 화면에서 작업할 수 있어서다. 문제라면 지금의 사이드뷰는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이드뷰 모드의 위치는 좋은 데 화면 크기를 너무 줄인 탓에 글씨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쪽 상황을 보면서 사이드뷰로 띄운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작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엑스리얼 빔 전용 HDMI 케이블인 DP to C 케이블. 예약 판매가 끝나면 이용자가 별도 비용을 들여 추가 구매해야 한다.

나는 이 기능이 노트북 이용자를 위해서 일부 변경되거나 새로운 모드가 개발되기를 바란다. 이를 테면 흔들림 방지 모드로 공간에 띄운 노트북 화면의 왼쪽 또는 오른쪽 절반의 밝기를 완전히 낮춰 반쪽만 선명하게 보는 것이다. 투명한 영역으로 앞에서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윈도나 맥 화면이 보이는 반쪽에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툴을 띄워 작업하는 것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반쪽 모드(Half Mode)라 할 수 있는데,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이들에게 쓸만한 선택지가 될 듯하다. 기술적으로 당장 구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참고로 노트북 바탕 화면의 색을 검정으로 바꾸면 앞쪽의 상황을 잘 볼 수 있지만,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많으면 그것으로 방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반쪽 모드는 필요할 듯하다.)

그만큼 이 기능에 대한 나의 열망이 강한 데는 멀리 있는 것을 볼 때 안경을 쓰고, 가까운 것을 볼 때 안경을 벗어야 하는 노안의 상황 때문이다. 불과 몇m 앞에서 하고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서 안경을 썼다가, 작은 화면의 노트북에 정리를 하기 위해 안경을 벗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큼 업무 현장에서 불편한 일은 없다. 큰 화면의 노트북을 쓴다고 해도 이 불편은 해소할 수 없으나 엑스리얼 에어와 엑스리얼 빔, 그리고 앞쪽을 볼 수 있는 적당한 공간 표시 모드의 조합이면 안경을 썼다 벗는 일은 확실히 줄일 수 있지 싶다.

엑스리얼 빔은 거의 모든 장치에서 엑스리얼 에어의 공간 디스플레이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는 어댑터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기능을 상상하게 만든 것은 엑스리얼 에어라는 안경보다 엑스리얼 빔의 기능성이 그만큼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엑스리얼 빔에 연결한 다른 장치에 공간 디스플레이의 경험을 하기 시작한 이후 그 경험의 극대화를 바라게 된 점은 결국 엑스리얼 빔이 엑스리얼 에어에서 가장 가려웠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엑스리얼 빔의 등장 이후 엑스리얼 에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엔리얼 에어로 등장해, 엑스리얼 에어로 한 차례 개명을 했던 이 공간 디스플레이 안경은 엑스리얼 빔을 만나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됐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난 해 10월, 엔리얼 에어에 대해 정말 할 게 없는 장치라는 결론을 내린 글을 썼다면, 엑스리얼 빔을 함께 접한 지금 그 결론을 고쳐야 할 수도 있는 지경이다.

물론 엑스리얼 에어 자체는 외부 빛이나 실내 조명 환경에 영향을 받는 공간 디스플레이인 만큼 그에 따른 장단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엑스리얼 빔 역시 내부 열을 빼내려 빠르게 작동하는 팬 소음이나, 엑스리얼 에어 및 케이블을 함께 넣어 다닐 수 있는 케이스가 준비되지 않은 점 등 고칠 점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리얼 빔이 지난 해 처음 봤을 때 별로 할 것이 없어 보였던 엑스리얼 에어의 존재감을 살리고 능력을 풍부하게 만든 절묘한 한 수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엑스리얼 빔은 공간 디스플레이의 경험을 함께 누리려고 했으나 의욕만 과했던 엑스리얼 에어의 진정한 구원자다.

덧붙임 #

이 글은 엑스리얼 코리아로부터 제품 대여 및 고료를 받아 작성됐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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