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TV를 와이다이로 연결해 보니…

와이다이(Wi-Di,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는 보조 출력 장치로 설정한 TV에 무선 랜을 이용해 PC의 영상 신호를 내보내는 기능입니다. 노트북과 TV를 HDMI나 모니터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하지 않아도 노트북 화면을 무선으로 TV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기능은 인텔이 지난 해 초 샌디브릿지 코어 i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공개했던 기능입니다. 인텔 무선 랜 칩을 쓰는 노트북을 위해서 만든 기능이었죠. 하지만 이 기능은 지난 해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에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텔을 비롯한 노트북 업체들이 와이다이를 주요 기능으로 밀기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인텔 와이다이를 쓰기 위해선 몇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어려운 점은 노트북의 무선 신호를 받아서 TV로 보낼 어댑터를 사야 하는 것이지요. 그 값이 만만치 않은데요. 미국에서는 지금 100달러 안팎, 원화로 12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Why Die’로 읽히는 인텔 ‘Wi-Di’라는 글을 통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와이다이가 들어간 노트북이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기능에 관심을 가질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며칠 동안 노트북과  TV를 와이다이로 물려 그 특징을 둘러봤습니다.

와이다이를 쓸 수 있는 노트북 조건

노트북은 코어 i3나 i5, i7이 들어간 대부분이면 상관 없습니다. 대부분 인텔 HD 내장 그래픽을 갖고 있으므로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텐데, 무선 랜은 아래 칩셋의 제품이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인텔 무선 랜 모듈을 쓰고 있어야만 와이다이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Intel® Centrino® Wireless-N 1000, 1030
Intel® Centrino® Advanced-N 6200, 6205, or 6230
Intel® Centrino® Wireless-N + WiMAX 6150
Intel® Centrino® Advanced-N + WiMAX 6250 
Intel® Centrino® Ultimate-N 6300

지난 해에 노트북을 샀더라도 코어 i 프로세서와 위 무선 랜 모듈을 갖춘 노트북이라면 와이다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으로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이곳에서 다운로드 하면 됩니다.

http://www.intel.com/support/wireless/wtech/iwd/sb/CS-031109.htm

와이다이 연결은 까다롭진 않아

와이다이를 이용하는 것은 PC를 자주 쓰는 이들에게는 아주 어렵지 않더군요. 와이다이 어댑터를 거실이나 안방에 있는 TV에 연결한 뒤 노트북의 와이다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다음, 프로그램을 실행해 이 어댑터를 잡아주고 어댑터에서 알려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 잠시 뒤 TV 화면에 노트북 영상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비밀 번호는 처음 설정 때 한번만 하면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 뒤 TV 해상도에 맞는 영상 출력 설정은 윈도의 ‘화면 해상도’에서 해야 합니다. 노트북 영상이 TV에 잘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면 더 이상 설정을 안해도 되지만, TV의 풀HD 해상도에 맞춰 영상을 내보내려면 따로 설정해야 하거든요. 또한 화면 복제 대신 보조 디스플레이로 쓸 때에도 이 설정을 건드려야 합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부분이지만, 노트북 화면과 TV에 보내는 영상을 분리해서 내보내고 싶으면 이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와이다이로 보낸 영상의 반응은 조금 늦어

PC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므로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이나 작업하는 모든 화면이 그대로 TV에 표시됩니다. 영화를 재생하거나 웹브라우저를 여는 화면이 모두 TV에 그대로 표시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 TV에는 노트북보다 반응이 조금 늦게 나타납니다. 1초까지는 걸리지 않고, 0.2~3초 안팎의 지연이 있더군요. 이러한 지연 때문에 TV를 보면서 마우스로 빠르게 작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냥 동영상이나 사진처럼 마우스의 움직임이 많지 않은 작업은 괜찮고 게임은 불가능하더군요. 게임을 하려면 TV와 노트북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 답일 듯 합니다.

아, 와이다이로 연결되면 노트북에서 재생하는 소리도 TV로 출력됩니다. 사실 영화나 음악을 좀더 좋은 소리로 들으려면 노트북보다는 TV에서 출력하는 게 더 낫긴 하지요. TV쪽 오디오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으면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노트북으로 소리를 돌리려면 윈도의 믹서를 열어서 노트북 스피커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더군요. 와이다이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직관적일 텐데 말이죠.

PC 사용성 유지, 어댑터 가격 더 내려야…

일단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 장치들은 거리에 민감합니다. 너무 멀면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일단 와이다이 어댑터와 2m 쯤 떨어진 곳에서는 잘 연결되더군요. 그리고 4m 떨어진 방으로 들어가서 시도해봤는데, 역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작동했습니다. 어지간한 아파트라면 실내에서 와이다이를 쓸 때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와이다이로 연결된 큰 TV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맛은 좋더군요. PC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자막이나 제어를 하는 부분의 사용성이 유지되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풀HD(1080P) 영상도 부드럽게 잘 내보냈고요. 다만 무선 랜을 통해 가져와서 봐야 하는, 이를 테면 유투브의 고화질 영상을 볼 때는 약간 버벅거림이 있을 수는 있더군요.

영상과 사진처럼 조작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는 쓸만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걸림돌이 좀 있습니다. 일단 환경 설정을 유연하게 정할 수 없는 부분은 개선해야겠더군요. 해상도 설정, 표시 모드, 오디오 설정까지 와이다이 소프트웨어에서 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이상 PC 지식이 없는 이들이 쉽게 쓰는 데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한 걸림돌은 와이다이 어댑터군요. 어댑터를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선 그 장점을 경험하기 힘드니까요. 그래도 와이다이 노트북 보급이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 어댑터 보급을 위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덧붙임 #

머지않아 와이다이 어댑터 기술을 내장한 LG TV를 보게 될 것입니다.
http://www.newswire.co.kr/newsRead.php?no=590971&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