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엑스페리아Z에 대해 많은 말을 남기고 싶어도 이 제품을 실제 쓰다보면 그럴만한 게 별로 없다. 이 스마트폰은 아주 특별한 재능이나 자랑할만한 고유 기능을 갖고 있지는 않아서다. 하지만 엑스페리아Z를 쓰는 이들이 돋보이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거다 싶은 새로운 기능이랄 것은 없지만, 다른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엑스페리아Z의 제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급에서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닌데, 어째서라는 물음표가 붙기 충분하다. 약간 철 지난 쿼드코어 AP(스냅드래곤 S4 1.5GHz)와 1080P 해상도의 5인치 화면, 1300만 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 4.1.2 같은 제원을 중심으로 보면 화들짝 놀랄 만한 건더기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엑스페리아Z를 보여줄 때마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받아 들이는 것은 이러한 제원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표현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접하는 스마트폰의 제원은 매우 뛰어나다. 두뇌는 쿼드코어로 진화했고,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는 한 이제 픽셀 하나 보기 힘들만큼 화면은 세밀해졌다. 카메라의 화소는 지나치다 느낄 만큼 많아졌고, 소리는 더 풍부해졌다. 기본적인 제원의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용자의 입장에서 거기서 거기라고 여길 수 있는 인식의 함정이 눈 앞에 만들어진 상황이다. 이 함정은 매우 빠지기 쉬운 것이어서 제조사들도 저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엑스페리아Z은 그 함정을 비교적 가볍게 탈출하고 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간결한 외형과 모든 단자를 덮개로 가려 군더더기 없는 테두리에 방수 기능까지 덤으로 얹은 것은 그렇다쳐도, 이 평범한 생김새가 실제로 보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매력적인 맵시를 가진 것도 묘하다.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고 꼬집을 수도 없게끔 상당히 절제되어 있지만, 그 어떤 제품의 복제품으로도 느껴지지 않도록 형태와 재질의 균형감이 좋다. 또한 허리춤에 넣은 전원 버튼과 그 아래의 볼륨 버튼의 배치는 실제 이용에 있어선 썩 만족스러운 조합은 아니지만, 과격한 전원 버튼의 모양만큼은 소니다운 파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엑스페리아Z는 겉모양보다 전원을 켜고 화면을 봤을 때 왜 다른지 알게 된다. 경쟁 풀HD 스마트폰에서 놓치고 있는 한 가지를 엑스페리아Z는 놓치지 않고 있어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5인치의 풀HD 화면이 정말 넓고 여유로우며 고급스럽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때 엑스페리아Z가 가장 직관적인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안드로이드 4.1.2를 소니스럽게 커스터마이징을 했다던가, 고해상도 아이콘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공간을 넓고 여유롭게 만들어내느냐의 차이다. 대체로 어둡지만 강렬한 빛을 드리운 배경 이미지, 최대한 간격을 넓혀서 배치한 아이콘과 작지만 아름다운 위젯이 떠 있는 첫 홈화면은 공간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었기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밀도가 높은 풀HD 화면을 낭비하지 않고 그 이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은 다른 풀HD 스마트폰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풀HD 화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풀HD 화면에서 더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만큼은 소니가 더 잘하는 부분인 것은 틀림 없다.
공간의 여유를 살려 장점으로 이끈 화면의 감성적 접근은 카메라에도 이어진다. 사실 엑스페리아Z는 1300만 화소 카메라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밑돈다. 품질은 생각만큼 좋은 편은 아니니까. 높은 화소에 따른 더 세밀한 사진을 원하는 이의 바람과 다르게 선명도는 조금 떨어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엑스페리아Z의 화면에서 보는 사진은 결코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사진의 품질이 나쁘면 화면에서도 그 질적 차이가 드러나야 하지만, 실제는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두드러진 느낌은 없다. 어두운 부분은 어둡게, 진한 부분은 더 진하게 색을 표현하면서 그 단점을 인지하지 못하게끔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빠른 초점 조절 덕분에 촬영 버튼을 누르면 바로 저장하는 속도나, 손에 들고 야경 촬영 같은 소니 카메라의 몇 가지 기능은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기술과 기능을 많이 따지지 않고 쉽게 찍고 즐기는 경험의 측면에서 잘 접근했다. 다만 사진 촬영 기능에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부분은 다소 부족하다.
화면의 표현 외에 엑스페리아Z는 소리의 표현도 좋다. 훌륭한 번들 이어폰 덕분이다. 오디오 출력 품질은 괜찮은 수준이나 잘 만든 번들 이어폰이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는 감동을 준다. 마치 소니 MDR-EX300과 비슷하게 여겨지는 MH-EX300은 풍부한 저음부가 꽤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이어 방식이라 케이블 노이즈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마 현 시점에서 번들 이어폰 중에서 이것과 경쟁할 만한 것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또한 음악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워크맨 앱의 비주얼라이저는 각종 정보나 앨범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음악과 화면을 함께 즐기는 재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만하다. 복잡한 UI를 갖고 있는 음악 앱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지금까지 괜찮은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엑스페리아Z의 단점도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무엇보다 배터리처럼 민감하게 따지는 부분의 성능이 무척 아쉽다. 한마디로 배터리 수명이 짧고 발열이 있다.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스태미너 모드가 있지만, 화면을 켜고 네트워크를 통한 작업을 하는 동안 화면 상단의 배터리 게이지가 빠르게 줄어들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실제 통화 시간도 짧다. 하지만 궁극적인 단점은 먼지가 너무 쉽게 묻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예쁘다지만, 쉽게 지저분해지니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외장 스피커도 스테레오가 아닌 데다 출력 품질도 평범하다. 더 큰 문제는 단점을 지적하면 할 수록 계속 지적할 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엑스페리아Z 이용자들은 소소하지만 끊임 없이 발견되는 단점과 마음을 꽉 움켜잡는 강한 감성적 특징 사이에서 지금도 계속 갈등하고 있진 않을까 궁금하다.
저도 넥서스4 잘 쓰고 있다가 뭔가에 홀린듯 엑페z를 사버렸네요. 말씀하신대로 첫 인상은 전혀 강렬하지는 않았으나, 며칠 사용해보면서 기존 안드로이드 단말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소소한 감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니 나름의 색깔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입니다. 다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기대도 되고요. ^^
언젠가 소니가 스마트폰에 노이즈캔슬링을 집어넣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ㅎ
이어폰이 너무 비싸질 텐데… 하긴 소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국내에 나와주기라도 한다면…..해외구매는 너무 비싸서……..
그 바람을 이뤄주고 싶어도 기업 입장에서는 몇 대를 팔아야 남을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터라 결정이 어려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