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센트럴, 잘 다듬은 PC 백업과 설익은 모바일 백업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장치는 단순히 휴대폰과 PC 시장의 풍경만 바꿔 놓은 게 아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것은 저장 장치 시장도 마찬가지. 특히 유무선 공유기에 붙여서 쓰는 저장 장치인 NAS(Network Attached Storage)도 이제 모바일 세상에 친근함을 과시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씨게이트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개인용 저장 장치 시장의 교통 정리가 어느 정도 끝한 지금 남아 있는 저장 장치 업체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씨게이트도 최근 출시 제품들을 보면 과거 PC용 데이터를 백업하는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모바일까지 아우르는 다기능 저장 장치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용 클라우드 저장 장치인 씨게이트 센트럴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물론 씨게이트 센트럴은 완전히 낯선 제품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무선 공유기에 붙여서 쓰던 네트워크 저장 장치 NAS를 외부에서도 접속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비슷한 제품은 많으니까. 하지만 씨게이트 센트럴이 다른 제품과 같은 성능과 기능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씨게이트 센트럴은 데이터 백업과 복원, 동기화 등 훨씬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고 그 점에선 다룰 것이 많은 장치다.

3.5인치 하드디스크를 담고 있는 씨게이트 센트럴은 화려한 만듦새를 지향한 쪽은 아니다. 잠자코 데이터를 담고 꺼내는 일에 집중하도록 불필요한 것은 걷어냈다. 전원 버튼이 없으므로 뒤쪽에 전원 케이블을 꽂으면 곧바로 작동을 알리는 지시등이 켜지고, 공유기와 씨게이트 센트럴을 랜선으로 연결하면 더 이상 꽂아야 할 것은 없다. 참고로 뒤쪽에 있는 USB 2.0 단자를 이용하면 다른 외장 하드디스크를 추가할 수 있다.

자, 장치 연결은 이처럼 아주 간편하니까 혹시 이것으로 끝인가라고 하겠지만, 늘 그렇듯이 이제 시작이다. 유무선 공유기에 접속하는 다른 장치들은 이 장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PC의 백업 기능이나 외부에 나갔을 때 모바일 장치에서 쓰려면 몇 가지 설정은 해야 한다. 그런데 설정도 누워서 떡먹기라고 짐작할 수도 있을 텐데, 그보다 설명서부터 읽어볼 것을 권한다. 씨게이트 센트럴의 설정이 조금 독특하기 때문이다. 다른 NAS 장치는 브라우저를 띄우고 주소를 입력하면 설정할 수 있는 반면 이 제품은 PC에서 탐색기를 열고 씨게이트 센트럴의 공유 폴더에 들어가 관리 도구를 열어야 한다. PC를 조금만 다룰 줄 알면 설명서만 보고 여기까지는 쉽게 할 수 있다. 그 다음 설정은 설명서에 나와 있지 않은 데, 아마도 씨게이트에서는 그것이 매우 쉬운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사실 맞춤 구성을 넘어가는 과정까지는 어려운 게 없다. 맞춤 구성 이후에 씨게이트 센트럴의 여러 기능을 설명하는 화면이 뜨는 데, 이 설명들은 친절하기보다 좀 구차하다. 왜냐하면 이 기능들을 전부 구현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PC에 씨게이트 센트럴 대시보드를 설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에 모바일용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일이다. 씨게이트 센트럴 시작하기엔 너무 많은 설명이 들어 있어 오히려 헷갈린다. 설정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한 뒤 다시 시게이트 센트럴에 접속하면 새 이용자를 추가하거나 기존 이용자 정보를 편집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능으로 바뀌는 데 관리 화면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설정 위주로 구성된 터라 다루기는 편하다.

어쨌거나 씨게이트 센트럴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PC에 대시보드를 꼭 설치해야 한다. 이 대시보드는 씨게이트 센트럴에 처음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없으면 씨게이트 센트럴의 장점 가운데 절반이 사라진다. 정기적인 백업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복원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SNS의 데이터를 씨게이트 센트럴로 자동 백업하거나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C에서 문서 데이터를 수시로 만들고 지우는 중요한 폴더를 백업 계획에 넣어 놓은 뒤 자동으로 백업을 수행하거나, 페이스북에 올려뒀던 사진을 씨게이트 센트럴로 일괄적으로 가져오는 것은 상당히 편하고 매력적이긴 하다.

PC를 위한 기능은 씨게이트 센트럴의 전부가 아니다. 씨게이트 센트럴이 아우르고 있는 모바일 기능까지 평가해야 한다.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에 씨게이트 미디어 앱은 이용자가 설치한 씨게이트 센트럴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느리긴 해도 3G로도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3G 환경에서는 동영상 스트리밍은 불가능하다. 속도 빠른 무선 랜으로 접속하면 거의 사진이나 영상, 음악을 스트리밍 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 단순한 파일 복사를 할 때에도 기본적인 네트워크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씨게이트 미디어 앱의 UI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씨게이트 센트럴에 접속하면 미디어 파일 목록이 뜨는 데 컨텐츠를 세심하게 분류해서 보여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등 컨텐츠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성능에 따라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는데 요즘 장치의 성능을 생각하면 거의 대부분 문제 없이 재생한다. 하지만 영상을 볼 때는 자막 파일까지 읽어서 보여주지 못하고, 음악을 재생할 때 미디어 앱을 종료하면 음악 재생도 함께 멈춘다.(화면만 끌 경우에는 계속 재생함)

미디어 앱 안에 탐색기와 비슷한 기능이 있는데 매우 강력한 편은 아니다. 씨게이트 센트럴의 데이터를 모바일 장치로 가져오거나 모바일 장치의 데이터를 씨게이트 센트럴로 복사하는 게 전부. 파일 단위로만 복사할 수 있고 폴더 단위 복사는 불가능하다. 이 탐색기는 파일의 이동이나 내부 복제와 같은 다른 기능은 없으므로 모바일 환경에서 데이터 관리는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씨게이트 센트럴에서 따로 만든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해당 계정으로 만들어진 폴더나 드라이브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앱을 통해 로그인하면 공용(Public) 폴더만 볼 수 있다.

씨게이트 센트럴은 PC와 모바일 장치라는 두 가지 환경에서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지만, 강력하게 느껴지는 PC 백업과 복원 기능에 비하면 모바일의 사용성은 상당히 초라하다. PC와 같은 수준은 아니라해도 모바일 환경에서 생산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컨텐츠를 정해진 특정 조건에 따라 백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은 모두 수동 복사 밖에 할 수 없어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 느낌이랄까? 여기에 한 대의 씨게이트 센트럴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경우 모바일 환경에서 각 계정마다 따로 영역을 관리해줘야 하지만, 지금은 모두 공용 영역만 접근할 수 있는 탓에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기 어렵다. 또한 MP3와 같은 미디어 파일을 씨게이트 센트럴로 복사하면 앨범 폴더가 따로 생성되는 탓에 관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씨게이트 센트럴은 아직 PC용 저장 장치의 특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모바일은 설익은 듯한 느낌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 제품이 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제품은 아니라는 게 다행일 수도 있다. 적어도 네트워크 기반의 개인용 클라우드 백업 장치답게 모바일 백업을 좀더 강화하면 별점 한 개 이상은 더 받을 제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