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올레 마켓을 보면 쓸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올레 마켓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던 게 한 달 전쯤일 것이다. 앱스토어라는 단일 마켓을 통해 알찬 응용 프로그램들이 즐비한 아이폰을 공급하는 KT는 별 문제가 없지만, 자체 안드로이드 마켓인 올레 마켓을 서비스하는 KT는 상대적으로 문제점 투성이다. KT에서 안드로이드폰을 산 이용자 입장에서 쓸만한 앱은 없고, 그렇다고 편하게 쓸 수 있는 UI도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쓸 앱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대부분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좋은 유료 앱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KT의 늦어버린 안드로이드 시장 전략
KT가 아이폰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2010년 초부터 SKT는 안드로이드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내세우는 동시에 수많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국내 안드로이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안드로이드=SKT’란 등식을 세우기 위해 전에 없는 투자를 단행했고, 국내에서는 SKT가 안드로이드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굳혀 나갔다.
그 결과 SKT는 지난 1년 동안 400만 명에 가까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얹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단일 운영체제에서 쓸만한 시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년 동안 모토로라 모토로이를 시작으로 갤럭시S 같은 히트작 등 무려 20여개의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시의적절하게 시장에 공급하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안드로이드 시장이 확대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 티스토어도 동반 성장하면서 5만 개가 넘는 유무료 앱이 등록되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중복되는 앱도 부지기수지만,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데다 독자적인 컨텐츠 확보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앱도 등록해 놓은 덕분에 이용자들도 상당히 늘어났다.
이에 비해 KT의 안드로이드 대한 투자는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는 상태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됐다. 아이폰에 쏟아지는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간간히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KT에서 쓸 수 있는 단말기를 선보이기 위해 구색을 갖추려는 것일 뿐 지난 해에 경쟁력을 가진 폰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야 보일까 말까 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KT의 사업 영역이 워낙 다양한 탓에 안드로이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략을 펼 수 없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아이폰을 제외한 매력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없는 KT를 선택했을 때 이용자가 마땅히 쓸 것이 없는 쭉정이만 남은 상황이었다.
6억 5천만 시장의 오아시스가 열리면 해갈될까?
그렇다고 올해도 지난 해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KT 나름대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괜찮은 평가를 받을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이 출시된다. 구글 넥서스S는 이미 출시되었고, 듀얼코어 스마트폰인 모토로라 아트릭스가 지금 예약 판매에 들어간데다, SKT 단독으로 출시했던 갤럭시S 후속 갤럭시 S2는 KT에서도 내놓는다. 여기에 허니콤을 채택한 패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성능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앞세워 300만 명 이상의 안드로이드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300만 명의 가입자가 있다고 해도 이용자가 쓸만한 앱을 구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사실 KT는 지난 해 에코노베이션을 통해 개발자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왔지만, 실질적인 판매 시장이 없어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꺼낸 카드가 바로 오아시스다.
지난 3월 30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올레마켓 파트너스데이에서 발표한 오아시스는 One Asia Super Inter Store를 줄인 것으로 우리나라의 KT와 일본의 도코모,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이 함께 설립한 앱 마켓이다. (솔직히 말해 차이나 모바일의 가입자만 6억명이긴 해도)세 이통사를 합한 가입자 규모는 6억5천만 명에 이르는 초거대 앱 시장인 것이다. 안드로이드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안드로이드가 포함된 시장이지만,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이미 몇 발짝 늦은 KT로서는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국내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가진 시장의 출범을 눈앞에 둔 것이다.
KT가 이번 오아시스를 발표하면서 내세운 세 가지는 ‘시설 투자에서 실질 지원으로’, ‘공정 명분에서 감성 충족으로’, ‘사용자 중심에서 개발자 중심으로’다. 즉 이번 오아시스는 철저히 개발자의 상품이 팔릴 수 있는 동아시아의 앱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고, 각 나라 언어 지원과 사업자 등록, 운영방식, 결제, 정산 시스템에 관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3국에서 유통되는 앱을 만들어 낼 개발자들의 참여가 늘수록 그만큼 KT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앱이 늘어나는 만큼 지금의 올레 마켓 역시 더욱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오아시스는 8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이미 중국에서는 오아시스를 위한 테스트를 시작했고, 각 이통사의 앱스토어 안에 다른 나라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숍인숍 형태로 운영된다. 더불어 오아시스 초기 중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해도 좋을 만한 앱을 만드는 46개의 개발사 또는 개발자에게 1천만 원부터 최대 1억 원까지 수익 보장제를 실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오아시스의 취지는 상당히 좋다. 개발자가 먹고 살 수 있는 거대 생태계의 구축은 나쁠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은 자기가 쓸 수 있는 앱이 언제 눈 앞에 나타나느냐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시라.
오아시스. 안드로이드 앱 가뭄에 허덕이는 올레 마켓을 해갈시킬 수 있을까? 이것마저도 안되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덧붙임 #
올레마켓의 UI는 서둘러 개선하시길.
kt가 안드로이드에도 집중 좀 해줬음 좋겠어요. 이거 쓸만한 앱도 그렇고 단말기도 그렇고 찾기가 수월하지 않네요….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그쪽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 고생이 여간 많은 게 아니더군요. ^^
kt를 좋게 평가하는데 통합 마켓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더 신뢰가 갑니다.
네, 오아시스가 KT의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
저도 KT유저로써 요즘은 그래도 올레마켓에 많이 신경 써주시는 것 같아요!
올레마켓 만의 특별한 어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많이 생겨야 하는데.. 언제쯤 늘어날지는 걱정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