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PC를 만드는 업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드웨어를 전혀 만들지 않는 업체도 아니다. 콘솔 게임기(XBOX, XBOX 360)도 만들었고, 음악 플레이어(Zune)도 만든 데다, 키보드와 마우스, 각종 컨트롤러에 웹캠까지 만든다. 운영체제를 비롯해 오피스,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업무지만 심심할만하면 새로운 하드웨어를 내놓고 웹서비스도 파니까 투잡 이상 뛰는 회사인건 분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하드웨어는 대부분 상용화가 되지만, 모두 대중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서피스(Surface) 컴퓨터다. ‘평범한 재질의 표면을 통해 이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컴퓨터’.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영상이 나타나는 화면을 만지는 대로 그 반응이 바로 화면에 나타나는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 터치 PC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더 진보한 인터페이스와 멀티 터치 기술을 쓴다. 한 손, 한 손가락으로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두 손, 세 손, 심지어 열 손가락으로 다루어도 작동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으로 채워 놓았다.
어디서 볼 수 있나?
서피스 컴퓨터는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팀의 Steven Bathiche와 MS 연구소의 Andy Wilson이 팀을 꾸려 개발을 시작했다. 2003년 그룹 리뷰를 통해 빌게이츠에게 선보여진 뒤 서피스 컴퓨터 개발 조직을 확장, 한 달만에 T1이라는 애칭의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이후 85개의 시제품을 더 만들어냈다. 서피스 컴퓨터가 최종 완성된 것은 2005년, 공식 발표된 것은 2007년 5월 30일이다.
한국 MS 5층에 설치된 서피스 컴퓨터
어떻게 생겼나?
실제 본 서피스 컴퓨터는 확실히 특이한 형태다. 화면이 세워진 모니터를 보면서 다루는 일반 PC와 달리 서피스 컴퓨터는 화면이 누워 있는, 굳이 말하자면 화면과 본체가 하나로 묶인 일체형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주변부를 두껍고 투명한 아크릴로 장식했지만 덩치도 크고, 거실 탁자만한 넓이는 되어 보였다. 또한 아래쪽 스탠드가 높다 보니 의자에 앉아서는 다루기 힘들어 보였다.
아래쪽 큰 받침대 때문에 생각보다 커 보인다.
실제 만질 수 있나?
이곳의 서피스 컴퓨터는 실제로 만져볼 수도 있다. 서피스 컴퓨터를 켰더니 윈도 비스타가 뜨고 곧바로 서피스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즉, 서피스 인터페이스는 윈도 비스타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의 하나일 뿐 새로운 운영체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얼마 전 서피스 인터페이스 서비스팩 1을 설치한 까닭에 기본 애플리케이션만 깔려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서피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 기능을 맛보는 데 지장은 없었다.
서피스 컴퓨터의 시작화면. 손으로 건드리면 물결이 일렁인다.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있나?
서피스 컴퓨터를 켜면 작은 물 웅덩이 영상이 뜬다. 화면을 두드리면 실제처럼 물결이 일렁인다. 이것은 손으로 누른 부분부터 물결이 치는 지 여부로 터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 화면의 일종이다.
사진 아이콘을 누르니 작은 유리 항아리가 나온다. 이 항아리에 담겨 있는 사진을 눌러 손가락으로 눌러서 툭 던지듯 하니 사진이 항아리 밖으로 튕겨 나간다. 밖으로 꺼낸 사진의 대각선 끝을 양손 검지로 잡고 오므리니 사진이 줄어든다. 반대로 하면 사진은 커진다. 다른 유리 항아리의 이름을 고르면 인물이나 풍경 등 다른 사진들이 나타난다.
페인트는 몇 개의 샘플 이미지 위에 이용자가 색을 골라 손가락으로 색칠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역시 여기에도 멀티터치가 적용되어 있다. 한손으로는 녹색, 다른 한손으로는 빨강을 칠할 수 있다. 서피스 분자(molecules)는 분자의 구조를 3D 형식으로 살펴보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단순한 확대 축소 뿐만 아니라 사로 또는 세로 축을 두고 분자 모델을 회전 시킬 수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서피스 DJ. 보통 듣기만 하던 음악과 달리 어피스 DJ는 어렵지 않게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음악 장르를 고른 뒤 판에 널부러진 각종 악기를 가운데 턴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으면 끝. 전문적인 기능을 섞으면 1인 음악 저작 도구로 쓸 수 있어 보이지만, 지금은 즐기는 것에만 기능이 제한돼 있다. 서피스 컴퓨터에 내장된 스피커가 생각보다 좋아서 음악을 듣는 맛도 괜찮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 재미가 없으면 서피스 드럼을 치면서 놀아도 된다. 이 밖에도 맞은 편에 서 있는 상대와 체스나 틱톡 같은 게임도 즐기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멀티 터치 재미 쏠쏠하다?
서피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를 즐기는 재미는 소형 기기에서 즐기던 것과 달랐다. 한 손의 엄지와 검지로 다루는 (아이팟 터치 같은)소형 기기의 멀티 터치와 달리 서피스 컴퓨터는 화면이 커 양손을 써서 다뤄야 한다. 두 손을 쓰는 인터페이스이다 보니 몸 전체가 움직인다고 할까? 선 채로 저 멀리 떨어진 사진을 끌어오기 위해 몸을 살짝 숙이면서 팔을 내밀기도 하고 축 회전을 위해 한 손을 고정 시킨 채 다른 한 손으로 조작하다 보면 은근히 움직임이 많다. 큰 화면을 양손으로 이리저리 문지르고 두드리면 화면을 통해 그 반응을 전함으로써 온몸의 감각을 살리는 것 같다고 할까. 화면의 반응에 맞는 소리 효과까지 더하니 쏠쏠한 재미가 배가 된다.
가장 흥미로운 서피스 DJ
하지만 사물 인식 기능은 써보지 못했다. 사물 인식 기능은 서피스 컴퓨터 위에 올려진 물체가 가진 정보를 알아채는 것으로 서피스 컴퓨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이를 테면 준(Zune) 같은 플레이어를 올려 놨을 때 그 안에 있는 음악 정보를 보거나 서피스 컴퓨터에 있는 음악 파일을 무선으로 전송한다. 한국에 있는 서피스 컴퓨터도 그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은 시연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인텔 코어2 듀오 2.13GHz, 램 2GB DDR2, 250GB Sata Hard Drive, 76cm(30인치) 화면, 해상도 1,280×960, 블루투스 2.0, 802.11b/g, 10/100Mbps 랜
돈이 있어도 못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컴퓨터를 정식 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중화가 되기 힘든 상품이라 그저 주문 방식으로만 팔고 있을 뿐이다.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가격. 서피스 컴퓨터의 가격은 1만2천500달러(개발자 버전은 1만5천 달러)로 알려져 있다. 도입 당시 환율로 1천300만 원 정도였으나, 현재 환율이 올라 운송과 통관을 마치면 거의 1천500만 원에 이른다는 게 한국 MS 관계자의 말이다. 100만 원짜리 PC 한 대도 빠듯한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가격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 무슨 배짱인지 한 대씩 팔지도 않는단다. 더구나 서페이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 시스템의 작동 구조상 크게 만들 수밖에 없는 데다 탁자 형태로 만들어 들여놓기도 마땅치 않고 터치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얹어 놓았으니 일반적인 PC처럼 다루기도 어렵지만, 종전과 다른 컴퓨팅의 맛을 느끼게 해준 점에서 매력은 있다.
손으로 두드리면 실제 드럼처럼 소리가 난다.
저도 만져보고 싶어요… =)
가정에도 상용화 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 다음에 MS 간담회 때 가서 보시면 될 듯.. 아니면 뽐뿌맨님 불러내세요~
한번쯤 만져보고 싶군요 ㅎㅎ
멀티터치도 될테니 가상 키보드 두드려대면 제대로 인식하겠죠?
[▶◀] 그러고보니 가상 키보드를 못봤군요. 없던 것 같은데… 흠..
좋은 정보 잘 얻고 갑니다.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염
[▶◀] 배리본즈님도 좋은 하루 보내셨기를…
저거 직접 보면 재밌죠.. ㅎㅎㅎ
[▶◀] 2인용 애플리케이션만 풍부하면 심심하지는 않을 듯 싶어요.
일단 당장 상용화하기는 무리가 좀 있을듯..
[▶◀] 대중화만 무리일 뿐이에요. 판매는 이미 시작했으니까…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쩍 저런 기기들이 많이 보이던데… 사용하는곳이 많아질거 같습니다. 우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저걸 가지고 어떤걸 만들어낼지 기대가 되네요.
[▶◀] 네, 개인은 어렵고 전시장에서 개성있는 디스플레이을 연출할 때 쓰면 괜찮을 것 같더군요. 얼마나 개성 넘치는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질지 저도 기대됩니다.
와~ 정말 신기하네요. 예전에 저걸로 워3하는것도 봤는데.. 진화는 끝이 없군요.~^^
[▶◀] 헛~ 워3 하는 건 못봤는데… 정말 기술의 진화는 끊임이 없는 것 같아요.
칫솔님 적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오훗~ 내 목소리를 들으니 노무현 대통령과 똑같은 영락없는 경상도 사나이네요 -_-
대중화 될 겁니다. 다만 PC처럼 빨리 찍어내지 못하고(수제는 아닙니다만)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카메라가 일반 카메라가 아니라서.. 쿨럭 -_-
그래서 일단은 키오스코나 수량이 많은데를 할 수 밖에 없고요, 한국에는 정식적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전파 인증을 받고 시작해야 하네요. 서피스는 타 부서에서 하는 일이라 거기까진 잘 모르곘어용!!
다른 분들도 MS에 놀러 오시면 켜져 있으면 누구나 다 만져 볼 수 있답니다. 🙂
[▶◀] 뽐뿌맨님 전화 번호도 공개하세욧~
오늘 새벽에 Windows7 Touch Pack 이 공개되어서 수동 트랙백을 달아용~!!
http://blogs.msdn.com/jinhoseo/archive/2009/05/29/9651243.aspx
[▶◀] 그렇잖아도 지금 MID에 윈도 7깔기 위한 작업 진행중 입니다. 다음 주 중 포스트하지요.
저도 이걸로 간단한 게임을 해봤는데 재밌더군요. ^^
[▶◀] 네, 그냥 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잘하면 2인 이상이 한 테이블에서 즐기는 터치 게임기로 활용할 수도 있겠더군요.
나중에 저렴해지면….(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카페같은곳에 저런걸로 탁자 만들어놓아도 괜찮을것 같네요;;
아니, s모 통신사 어쩌구 하면서 비슷한걸 들어본것 같은데;;기억 안남;;
[▶◀] 저 걸로만 테이블을 채우려면… 꽤 돈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앗 벌써 직접 만져보셨다니~
재미있어보입니다^^
트랙백 하나 걸어둡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하드웨어 기업이 될건가 [1]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하드웨어 기업이 될건가 [2] 김상우. Value Creators. – 점점 떨어지는 주력 소프트웨어 제품 점유율 전편 글 (1), (2)에서 이야기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엄청난 힘을 가진 기업입니다. 마우스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기술과 자금력으로 신규 진입한 비디오 게임 시장의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나도 체험해보고 싶다….어릴적 영화에서 본 컴퓨터에요…
^^
가지고 싶다.
저도 갖고 싶어요. 집에다 놓고 커피 테이블로 쓰면 좋을 듯 싶어서.. ^^
미드 Surface를 찾다가 뜸금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미드 Surface보다는 이 Surface가 더 유명하더군요.
아.. 미드 Surface보다 MS Surface를 검색 엔진이 더 노출시켜주나 보군요. 이 사실을 구글이 알게 되면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