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컴퓨터 역사 신문 10-CP/M, 개인용 운영체제 시장 석권‘에서 잠깐 IBM PC에 관해 잠깐 소개하긴 했지만, 1980년 IBM PC가 준비되고 있던 그 해는 눈여겨 볼만한 일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초소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게이트 하드디스크도 이때 첫 선을 보였고,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CD(컴팩트 디스크)의 표준안도 만들어졌으니까요. 또한 애플이 애플 2의 뒤를 이어 야심차게 내놓은 애플3가 온갖 잡음을 일으킨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 가장 큰 사건은 IBM이 PC를 준비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이듬해에 나오지만, 여기서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살짝 파보았습니다. ^^
[1980년] IBM, 신형 16비트 마이크로컴퓨터 개발 중
IBM이 새로운 컴퓨터 개발 계획을 상당부분 추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 7월 프로젝트 체스(Project Chess)라는 암호명으로 불리고 있는 이 계획은 지난 1979년 6월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IBM의 기업 경영 위원회(Corporate Management Committee)는 체스 프로젝트로 개발 중인 마이크로컴퓨터의 이름을 어콘(Acorn)으로 정했으며, 부품 조달을 시작하는 등 현재 상당부분 개발이 진척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M이 개발해 온 어콘은 모토롤라의 68000과 내셔널 세미컨덕터의 16032, 인텔의 8088 가운데 하나를 처리 장치로 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인텔의 8088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롤라의 68000은 뛰어난 성능에 소프트웨어 제작이 쉽고, 내셔널 세미컨덕터의 16032는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는 반면 이 프로세서를 지원할 칩이 모자란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텔의 8088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부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텔 8088은 인텔이 1978년 발표한 8086의 후속 버전으로 내부 데이터 버스를 16비트가 아닌 8비트로 바꿔 호환성을 높인 16비트 프로세서다. 동작 속도는 4.77MHz이며 1MB의 주소 공간을 제어할 수 있다.
어콘은 IBM PC의 개발 코드명
어콘은 훗날 IBM 5150PC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IBM PC 역사의 서막을 열게 된다. 어콘의 모든 부품들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사들인 덕분에 개발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프로젝트 체스의 또 다른 명칭은 더티 도즌(Dirty Dozen)이었고 12명의 엔지니어가 플로리다의 보카 래튼(Boca Raton)에서 연구했다.
[1980년] 시게이트 테크놀러지, 마이크로 컴퓨터용 하드디스크 곧 시판
시게이트에서 마이크로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소형 하드디스크를 개발했다. 시게이트가 개발한 윈체스터 하드디스크는 5.25인치의 크기에 5MB의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플로피 드라이브 공간에 끼워서 쓸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단단한 금속 판(Metallic Platter) 양면을 자성 물질로 덧입혀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하는 저장장치로 그동안 대형 컴퓨터에서만 써온 고급 저장장치다.
시게이트 테크놀러지는 앨런 슈거트와 피니스 코너(Finis Conner)가 출자한 법인으로 IBM과 동업해 왔으며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윈체스터 하드디스크의 판매는 슈거트가 맡을 예정이다.
보잘 것 없는 5MB라고?
5MB의 용량은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당시에는 충격적인 크기였다. 5MB 하드디스크는 수년 동안 애플과 IBM에 공급되었고 4백만 개나 팔렸다.
[1980년] 소니/필립스, 컴팩트 디스크 표준안 확정
이제 빛을 이용해 깨끗한 음질의 음악을 들을 날이 멀지 않았다. 소니와 필립스는 레이저를 이용해 음악을 재생하는 컴팩트 디스크에 대한 표준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표준안에 따르면 컴팩트 디스크는 직경 12cm크기에 44.1KHz로 샘플링 된 16비트 PCM 스테레오 음악을 74분 재생할 수 있다. 데이터는 컴팩트 디스크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기록되며, 데이터의 정보를 가진 Lead In과 음악이 저장되는 프로그램 그리고 세션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Lead OUT 등 3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 위원회(Digital Audio Disc Committee)는 이 표준안을 빠른 시일 안에 업계 표준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컴팩트 디스크의 표준안이 마련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1977년 일본의 도쿄 오디오 전시회에서 미츠비시와 히다찌, 소니 등이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의 시제품을 선보이자, 이듬해인 1978년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 컨벤션에 필립스를 비롯한 35개 업체가 컴팩트 디스크 오디오 제품을 출품하면서 시장성을 인정받기 받았다. 하지만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제조 방식이 다른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가 쏟아지면서 필립스는 세계적인 업계 표준안 제정을 제의했다. 1979년 소니는 필립스의 제안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자사 규격의 16비트 샘플링 방식과 1960년에 고안된 리드-솔로몬 에러 검출 코드를 표준안에 넣어 표준안을 완성했다. 이 표준안이 완성되기에 앞서 각 업계는 11.5cm의 컴팩트 디스크를 썼으며 레이저 구동방식도 업체마다 달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한편 음반업계는 이번 컴팩트 디스크 표준안 제정으로 더 나은 음질을 가진 음반의 출시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 LP와 카세트테이프 위주의 음반 시장을 컴팩트 디스크 시장으로 재편될 것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북이라 부르는 이유
컴팩트 디스크 표준안을 레드북(Red Book)라고 하는데 컴팩트 디스크의 기술적인 문제를 정리한 문서의 표지가 붉은 색이어서 붙인 별칭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레드북으로 불린 것은 아니며 1985년 8월에 표준으로 확정되면서부터 불리지만, 국제 표준 기구(ISO)의 승인을 받지는 않았다.
컴팩트 디스크를 개발하게 된 기술의 역사
컴팩트 디스크를 만들기 위해 채용된 기술은 매우 많지만 그 가운데 핵심이 되는 기술만 추려 소개한다. 1937년 A.리브스(Reeves)는 펄스 부호 변조(Pulse Code Modulation) 기술 개발한다. PCM 신호 변조는 최근까지도 쓰고 있는 기술이다. 1950년 리처드 W. 해밍(Richard W. Haming)은 에러 교정과 검출 코드를 제작했지만 실제로 쓸 수 없었다.
1958년 레이저(Laser)가 개발된 뒤 1960년 I.S 리드(Reed)와 G.솔로몬(Solomon)이 에러 검출 코드를 완성했다. ‘Reed-Solomon’ 코드는 소니가 제안해 컴팩트 디스크에 표준안에 들어간다.
1967년 NHK 기술 연구소에서 30KHz로 샘플링된 12비트 PCM 디지털 오디오 레코더를 시연한다. 이때의 디지털 오디오는 비디오 테이프에 저장된다. 소니는 1969년에 47.25KHz의 샘플링율을 가진 13비트 PCM 레코더를 소개했고 2인치 비디오 테이프에 저장했다. 같은 해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스 콤판(Klass Compann)이 컴팩트 디스크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1970년 피트 크라머(Pete Kramer)와 클라스 콤판은 필립스에서 컴팩트 디스크의 기원이 되는 유리 디스크(Glass Disc)를 완성하고 2년 뒤에 새로운 컴팩트 디스크 기술을 개발한다. 그 뒤에 BBC와 일부 방송에서 디지털 오디오 방송과 마스터링을 했고 1977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오디오 제품이 출시된다.
참고로 1979년 자사의 PCM 처리 기술을 응용한 PCM-1600과 PCM-1이라는 오디오 처리 칩을 팔던 소니는 업계 표준안으로 확정되면서 엄청난 기술료를 챙길 수 있었다. 필립스는 자회사인 폴리를 통해 컴팩트 디스크의 재료가 되는 폴리카보나이트를 판매했다.
[1980년] 애플, 애플 3 치명적 결함 발견
애플컴퓨터가 고급 업무용 컴퓨터로 발표한 애플 3의 성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 3는 지난 5월 발표된 애플의 최신 기종으로 2MHz으로 작동하는 MOS 6502A와 256KB의 램, 최대 16 색상을 표시할 수 있는 다채로운 그래픽 모드, 4개의 확장 슬롯 등을 채택했다. 애플 3는 SOS(Sofisticated Operating System)라는 강력한 운영체제를 쓰고 있다.
하지만 애플 3는 내부의 열을 방출하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케이스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갖가지 부품에 영향을 주어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고 심지어 멈출 수도 있다.
애플 컴퓨터사는 현재 문제의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으나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4년을 버틴 애플3
애플 3는 판매를 시작한 뒤 갖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어도 판매 중지와 같은 조치는 하지 않았다. 애플은 애플 3의 연속성을 가져가지 위해 1983년 12월에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비디오 인터페이스를 갖춘 애플 3+를 발표했지만 애플 3와 애플 3+는 1984년에 3월에 생산이 중지되었다.
[1980년] 필립스, 레이저 이용한 저장장치 발표
필립스가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보다 60배 이상의 용량을 가진 광 저장장치를 개발했다. 필립스가 개발한 광 저장장치(Optical Data Storage)는 레이저를 이용, 디스크의 표면에 지워지지 않는 흠집을 내 기록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자성을 이용한 플로피 디스켓의 기록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필립스는 일반적으로 더 이상 수정이 필요없는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보관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년 뒤에 지울 수 있는 장치도 개발됐지만…
필립스가 1980년에 개발한 광 저장장치는 지우는 기능은 없고, 2년 뒤에 지우고 다시 쓰는 광 저장장치를 개발했다. 참고로 필립스의 광 저장장치는 컴팩트 디스크나 CD롬과는 다른 것이다.
무려 5MB나!! 이정도 용량이면 DOS를 하드에서 구동시킬 수 있고 웬만한 어플리케이션도 모두 하드디스크에서 소화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당시 플로피 디스켓이 90KB 정도였고 프로그램 크기를 고려해도 50배가 넘는 저장 공간을 생각하면 HFK님 말마따나 너무나 큰 용량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5MB짜리 HDD라… 요즘 기가급 USB메모리가 판치는 모습이 마치
CD가 처음 세상에 나와 LP와 비교되는 모습같군요 ^^
하하.. 하드디스크와 CD 이야기를 절묘하게 매칭시키셨군요. ^^
그동안 대형 컴퓨터에서만 써온 고급 저장장치다…………………………………
고급 저장장치다…………..
고급…….
……
요즘 하드가 테라를 넘보는 걸 생각하면…정말 기술의 발전이란 정말 무섭군요…^^
엠의세계님도 그렇겠지만, 그런 기술의 발전을 겪으면서 사는 우리들은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
허허헉!!..
5메가.. 디스켓 4장;;
음악2곡분량..
태터툴즈를 깔기에는 어림없는 용량..
CD는 650메가였나? 그렇지 않아요?
당시 기준으로는 디스켓 50장 분량입니다만.. ^^
하하 5MB HDD라… 유명한 1981 빌게이츠의 망언도 생각나네 “640Kb는 누구에게나 충분한 용량이다!!” (사실 빌게이츠는 이런말 한적 없다고 하지만…)
‘640KB 충분’ 발언은 메모리를 두고 한 이야기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