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역사 신문 4-최초의 컴퓨터 게임 스페이스워!, PDP-1으로 만들었다!

벌써 네 번째 연재가 되는군요. 오늘은 1961년~1965년 사이의 소식을 모았습니다. 지난 15년은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와 장치들이 눈에 띄었다면 이 때부터는 거의 IBM의 독무대가 시작됩니다. 과거 IBM이 컴퓨터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던 것은 거의 초창기부터 상업용 컴퓨터 시장에 발을 디딘 때문이기도 한데, 여러 성능을 가진 컴퓨터들을 쏟아냈습니다. 90년 대 초반까지 컴퓨터 강의에서 빠질 수 없는 베이식도 등장했고, 형태를 갖춘 컴퓨터 게임도 나타났지요. 그 시대로 돌아가 봅시다~
(아.. 오래된 일들을 정리한 것이라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댓글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추가 내용도 접수 받습니다. ^^;)

[1961년] IBM, 컴퓨터 시장 점유율 매우 높아
IBM의 컴퓨터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데이터메이션 지에 따르면 IBM은 1961년 현재 전체 컴퓨터 시장의 81.2퍼센트를 장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IBM은 지난 1953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인 IBM 701을 시작으로 IBM 650, IBM 7000, IBM 1400 시리즈 등 다양한 컴퓨터를 판매해왔다.
특히 IBM이 지난 1959년 발표한 1400 시리즈의 첫 모델 1401 메인 프레임은 진공관의 수를 줄이고 트랜지스터의 비율을 늘여 전체 부피를 줄인 데다 자기 코어 메모리를 쓰고 있어 최근 판매량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IBM은 1400시리즈가 이런 추세로 팔리면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IBM 1400은 정말 많이 팔았다?
IBM 1400 시리즈는 단종 직전까지 모두 1만2천 대 가량 판매되었다.

[1961년] IBM, 슈퍼급 성능 가진 7030 판매 개시
IBM이 슈퍼급 성능을 가진 컴퓨터 7030을 시판한다. 스트레치(Stretch)라는 별칭을 가진 7030은 16만9,100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었고 96K 64bit words 코어 메모리를 갖고 있다. 연속된 명령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이닝(pipelining) 기술과 메모리 보호, 메모리 버스, 멀티프로그래밍 등 수많은 신기술이 집적되었다. 초당 100만 개의 명령을 처리하고 부동소수점 덧셈에 1.5 나노 초, 곱셈에 2.4 나노 초가 걸렸다.
IBM 7030의 첫 고객은 로스알라모스 과학 연구소로 알려졌으며 판매 가격은 700만 달러이다.

[1962년] 최초의 컴퓨터 게임 스페이스워!, PDP-1에서 제작
세계 최초로 컴퓨터에서 즐기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미디어 연구실에서 활동 중인 스티브 러셀(Steve Russell)과 앨런 코톡(Alan Kotok), 야크 그라에츠(Shag Graetz) 등 3명의 해커가 미니컴퓨터인 PDP-1을 이용해 스페이스워!를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워!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우주공간에서 로켓을 조종해 멀리 떨어진 적함을 미사일로 격추하는 비디오 게임. 중앙에 강력한 중력을 지닌 태양의 영향으로 미사일이 적 우주선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지 않아 격추가 어렵다. 스페이스워!는 PDP-1의 대형 화면(?)에서 구현되며 두 개의 우주선은 별들보다 조금 더 크다.
컴퓨터 게임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컴퓨터를 보다 쉽게 쓰기 위한 방안으로 윌리 비긴보섬 박사가 창안한 것이며, 실제 컴퓨터 게임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DP-1은 게임기?
미니컴퓨터 PDP-1은 1960년에 나온 이후 모두 50대가 팔렸다. 이 50대의 공통점은 최초의 컴퓨터 게임인 스페이스워!(SpaceWar!)를 데모로 돌렸다는 것이다. 스페이스워!는 훗날 최초의 상업용 게임기로 만들어진다.
참고로 이 때의 해커는 ‘광적인 연구자’에 가까운 의미로 쓰였고 매우 존경받았다.

[1963년] 미국 표준 코드 아스키 공식 발표
서로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미국 표준 협회(America Standard Association)는 컴퓨터의 코드 체계를 통일한 아스키 코드(ASCII, 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를 제정해 발표했다. ASA가 정한 아스키 코드는 영문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 그 밖의 특수 문자 등 128개의 문자 조합에 대응하는 컴퓨터 코드를 0과 1로 표시한 7비트 코드다.
아스키 코드 발표 이전까지 IBM은 9개의 문자 세트를 비롯해 다른 컴퓨터 업체들도 모두 고유의 문자 세트를 쓰는 등 컴퓨터 사이의 데이터 호환이 어려운 상태였다. 비머(Bemer)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공통 컴퓨터 코드 제정을 지난 1961년에 ASA에 제안했고 곧 컴퓨터 제조사의 모임인 X3.4 위원회가 소집돼 연구에 들어갔다.
아크키 코드는 제정 뒤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발표되었다. 아스키 코드가 발표됨으로써 컴퓨터 업체마다 서로 달랐던 코드 체계가 통일이 돼 데이터의 호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ASA는 전망했다.

왜 아스키라고 발음할까?
‘ASCII’를 두고 ‘아스키’라고 말한다. 철자의 ‘CII’를 ‘키’라고 부르는 것은 억지에 가까운데도 그냥 읽는다. 사실 아스키는 맨 처음 ‘ASCII’가 아니라 ‘AS-KEE’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는데, 그 영향으로 ASCII가 아스키로 불리고 있다.

[1964년] IBM System/360, 드디어 베일 벗었다!
IBM이 야심 차게 준비한 새 컴퓨터 시리즈 System/360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1964년 4월 7일, IBM의 토마스 J. 왓슨(Thomas J. Whatson)은 모든 방면에 뛰어난 3세대 컴퓨터라는 의미를 가진 System/360을 시장에 내놓았다.
System/360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경제성과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범용성, 그리고 다른 컴퓨터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호환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컴퓨터다. 더불어 특수 용도에 쓸 수 있는 부속 시스템을 갖고 있어 기능 강화와 유연성을 함께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ystem/360은 운영 체제(Operating System)라는 시스템 프로그램 개념을 도입한 OS/360이 채택되었다. OS/360은 매우 포괄적인 제어 기능과 앞서 운영체제가 가진 특징을 모두 갖고 있으며, PL/1 프로그래밍 언어와 컴파일러를 탑재하고 있다.
OS/360 개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더 많은 인원이 OS/360 개발에 투입될수록 작업 속도가 느려졌던 것. 하지만 60일 동안 ‘5억 달러의 도박’으로 불린 System/360의 운영체제는 무사히 완성되었고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품’이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IBM은 System/360에 앞서 개발 중이던 모든 IBM 컴퓨터 개발을 중단했으며 기업가와 과학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새로운 컴퓨터 기종을 내놓겠다고 공언해 이번 System/360의 발표에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System/360으로 컴퓨터 산업의 주도자가 된 IBM
이전에도 IBM 컴퓨터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높았지만 System/360을 통해 확실히 자리를 굳힌다. 앞서 IBM 컴퓨터를 쓰던 기업들은 System/360으로 미련 없이 교체했고 IBM은 2년 만에 5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을 뿐 아니라 그 뒤로도 후속 시리즈를 계속 판매했다. 무엇보다 IBM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System/360이 컴퓨터 산업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된 것이었다.

[1964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CDC 6600 등장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컴퓨터가 나왔다. 치피와 폭포 부근에 있는 CDC(Control Data Corporation)는 초당 3백만 개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CDC 6600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CDC 6600은 35만 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어 있고 100 나노초의 속도로 동작하며 여러 개의 명령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 연산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CDC 6600은 시스템의 열을 식히기 위해 프레온 냉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음극선 그래픽 출력장치(CRT)를 쓰고 있다. 메모리는 65K 60bit words, 저장장치는 대형 디스크 저장 장치와 6개의 고속 드럼 저장 장치를 채택했다.
CDC는 1957년 유니백 1103 개발 책임을 맡았던 시모어 크레이(Saymour Cray)가 설립한 대형 컴퓨터 전문 제조사다. CDC는 IBM 704보다 빠른 트랜지스터 컴퓨터 CDC 1604를 지난 1958년에 생산한바 있다. CDC 6600은 CDC 1604에 비해 20배 빠른 성능을 갖고 있다.

게임을 만드는데 쓰인 슈퍼컴퓨터
CDC 6600의 엔지니어는 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야구와 달착륙 같은 게임을 제작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1964년] 배우기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식 선보여
배우기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식이 개발되었다. 영국 다트머스 대학의 토마스 커츠(Thomas Kurtz)와 존 케메니(John Kemeny) 교수는 학생들이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식(Beginner’s All－purpose Symbolic Instruction Cod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인 포트란과 알골은 전문적인 프로그래머만 쓸 수 있는데 비해 베이식은 구조가 간단해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이식 프로그램은 1964년 5월 1일 새벽 4시에 처음 수행되었다.

[1964년] IBM의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 아메리카 항공에 납품
이제 가까운 여행사에서도 비행기 좌석을 예약할 수 있게 된다. IBM은 온라인 상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세이버(SABRE, Semi-Automated Business Research Environment)를 아메리카 항공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세이버는 IBM이 지난 1953년부터 개발해 온 것으로 65개 도시에 있는 2,000개의 터미널과 IBM 7090을 전화선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세이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간은 단 3초에 불과하며, 아메리카 항공에 설치된 세이버 시스템은 트랜잭션 모니터와 데이터베이스 매니저로 구성된 항공사통제프로그램(ACP, Airline Control Program)이란 운영체제가 2대의 7090에 설치되었다. 아메리카 항공은 이 시스템을 온라인 좌석 예약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5년] DEC, PDP-5에 이은 PDP-8 발표
컴퓨터의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였던 PDP-1의 세 번째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DEC는 성능은 올리고 가격과 크기를 줄인 PDP-8을 발표했다. DEC가 발표한 미니컴퓨터 PDP-8은 12비트 처리 방식과 4KB의 메모리를 갖고 있다. 어셈블러와 포트란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PDP-8은 IBM System/360과 비교해 속도는 떨어지지만, 크기와 경제성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PDP-8은 1만8,000 달러에 판매된다.

성공한 미니컴퓨터 PDP-8
DEC의 PDP 시리즈 가운데 PDP-8은 가장 잘 팔린 미니컴퓨터다. PDP-8의 성과를 바탕으로 후지쯔가 FACOM 230-15를 내놓았고 IBM도 S/3와 같은 소형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미니컴퓨터 시장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