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에 게임을 즐겼거나 당시에 게임쪽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폭스레인저 시리즈를 아실겁니다. 소프트액션이 1992년부터 만들었던…
그런데 며칠 전에 게임 패키지만 모아 놓은 보관함을 뒤적이다가 고이 잠들어 있는 3개의 폭스레인저 패키지를 보게 됐습니다. 오호.. 이게 아직도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폭스레인저 1이 맨 처음에 나온 국산 PC게임 –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참 많았죠 -은 아니지만, 이 게임에 붙은 최초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국산 최초 256 컬러 지원, 국산 최초 미디 지원 -.ㅡa, 그쪽 주장에 따르면 사캔은 세계 최초 지원이었다는… 게임은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NF43이라는 핵 융합 에너지를 쓰는 초강력 전투 요격기 폭스 레인저를 타고 우주 청부 업자를 물리쳐 지구를 지키라는 지극히 단순한 배경 이야기를 담고 있었죠. 그 때 참 키 잘 안먹어서 고생했던 기억 밖에는…
그런데 폭스레인저는 1번의 복제만을 허용했던 악명 높던 복제 장치의 게임이라는 것 등 단편적인 기억만이 떠오르는군요. 출시 직전 제작자의 읍소와 BBS나 PC통신 커뮤니티의 무차별 게임 다운로드로 양심이 찔끔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정품을 사서 즐기자’라는 분위기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들어지던 때여서 정품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컸었죠. 단지 복제 방지 장치를 하루, 아니 단 10분만에 허물어뜨린 용한 크래커 때문에 이튿날부터 게임 디스크가 PC통신에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고 결국 정품을 사자는 분위기는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습니다. 더구나 SKC가 패키지를 무성의하게 만든 탓에 ‘국산 정품, 요따구로 만들거야~’라는 항의도 많았으니 정품을 살까했어도 자기 만족을 채우지 못할 거라도 생각한 이들이 발길을 돌린 일도 있었습니다. 전편의 실망은 후속편인 박스레인저나 폭스레인저 2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만, 그래도 국산 게임이라는 사실만으로 업계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에는 제 몫을 해낸 것 같긴 합니다.
폭스레인저의 외전격인 박스레인저는.. 배경은 정말 황당합니다. 2004년에서 폭스레인저를 타고 베그저의 침공을 막은 준 – 사실 폭스레인저에서는 준이라는 주인공이나 베그저라는 외계 악당 이름이 안나오는 걸로 압니다 – 이 NF43의 응용 기술을 연구하는 실험실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타임스페이스43이라는 의자에 앉아 조선초로 시간이동을 하게 되고, 중국도사 백오자가 준을 나무 상자로 만들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줄 백두산 도인인 백두선인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하하.. 지금 다시 읽어보니 재밌네요. 그때는 참 유치찬란했는데… 게임 엔진 자체가 폭스레인저와 별반 다른게 없어 게임 방식은 거의 같았고 캐릭터가 달라졌습니다. 역시 발매는 SKC.
폭스레인저 2는… 참 여러 가지를 섞였습니다. 기술력 과시였을까요? 횡/종스크롤, 3차원 입체 스크롤.. 당시에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은 다 넣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3D 모델링으로 만든게 아니라 전부 비트맵이었다는… 제 기억에는 애니메이션은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만, 벌레(버그)들이 뭉터기로 나와 게임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패치까느라 고생한 기억밖에는… 게임 용량도 많았습니다. 2HD 6장이나 됐으니까. 하드디스크도 10MB나 먹었습니다. 폭스레인저2는 과거로부터 돌아와보니 베그저가 또 침공해 지구인은 물론 준의 애인(연화)을 납치해가자 눈이 뒤집힌 준이 NF43 스피릿을 타고 또 물리치러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발매는 금성 소프트웨어에서 했습니다. 무려 3만3천원이었네요. 폭스레인저 1은 1만5천 원이었는데…
처름 큰 기대를 받았으면서 세간의 혹평을 받았던 기억 밖에는 없던 것 같습니다만, 폭스레인저 같은 국산 게임들이 연결고리를 해왔기에 지금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발전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비록 기술적으로 뒤처진 냉정한 게임 개발의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고 게이머로부터 받은 외면과 제작사가 해체되면서 보여준 일련의 구태 역시 떠오릅니다만, 제가 기억하는 건 그래도 산더미처럼 쌓은 외산 게임 속에서 찾아낸 원석 같았던 우리 게임이었습니다. 갈고 닦는 기술과 경험이 모자라 보석으로 빛나지 못했던 원석…
폭스레인저2는 가격도 비쌌지만 (당시 동서게임채널의 최고가 라인업이 2만5천원 선이었죠) 그보다 10배나 비싼 범용미디가 없으면 아예 실행조차 불가능한 버그로 악명이 높았지요. 개발진과 경영진 사이에서 불화가 있어 개발중이던 게임을 그대로 출시했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제대로 된 게임이었으면 미디가 필요치는 않았겠죠.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그 이후에 개발자와 경영자 사이에 상호 비방도 많았고 회사 내부의 안좋은 이야기들이 오가다 결국 회사는 사라졌습니다. 재기한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니 결국 흐지부지되고만 모양이더군요..
안녕하세요.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포스트 잘 봤습니다.
위 게임들 혹시 판매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고가라도 관계 없습니다)
아니면 폭스2 암호표 복사라도 -_-;;;;
도저히 구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아.. 집에 돌아가거든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게임을 파는 건 어렵지만, 암호표는 스캔으로라도 보낼 수 있기를.. 헉 -.ㅡ;; 저작권 괜찮겠죠??
흑흑 감사합니다.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파는게 어려우시다니 안타깝긴 하지만, 암호표라도 어떻게 구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저도 패키지 수집을 했다가 두어번 정리를 하고 얼마 안남은 터라 팔기가 조금 그러네요 ^^ 내일쯤 블로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메일 주소는 astrocounter@hotmail.com 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사례라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라나요.
ㅎㅎ 괜찮습니다. 해보시고 잘 되나 안되나만 알려주세요. 메일은 저녁 늦게 보낼 것 같습니다.
메일 받아서 잘 해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구할려고 애썼는데, 칫솔님 덕분에 해볼 수 있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네.. 재미있게 즐기십시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남겨주시고요 ^^
어언 15년전.용산 소프트웨어 플라자에서 있었던 국내 최초의 게임 제작 세미나에서 봤던 폭스레인저2.게임 개발자의 꿈을 가졌던 사춘기 시절, 국내 최초의 게임 제작 세미나란 것과 PC 통신..
안녕하세요. 고전 게임과 관련하여 검색하다가 이 포스팅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아끼시는 게임이라면 실례될 수 있는 문의이지만 아직 소장 중이시면 혹시 패키지를 판매하실 의향은 없으실까요? 폭스레인저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혹시 판매 가능하신 고전 게임 패키지가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고전 게임을 수집하는데 물건을 찾기 쉽지 않던 와중 실례를 무릅쓰고 답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