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770(N770) 인터넷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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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꾸미는 말을 없애고 달랑 제목만 달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키아 770′(NOKIA 770) 또는 ‘N770’이라는 모델 이름 뒤에 따라 붙는 ‘인터넷 태블릿’이라는 별칭만으로 제품 성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 노키아 770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대 장치다. 무선 랜이 있는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을 건드려 여러 재주를 다루는 PMP만한 크기의 인터넷 접속 장치다. 더 이상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이 ‘인터넷 태블릿’이라는 별칭이 딱 들어 맞는 장치다.


그런데 노키아 770은 최신 제품은 아니다. 2005년 5월 뉴욕에서 열린 리눅스 월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그해 11월 3일 유럽에 발매된, 3년이나 지난 구닥다리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노키아 770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새삼스러워 보일 것이다. 나 역시 3년 전 제품을 이제서야 들쑤시는 게 감히 편할리 없다. 다만 3년 전에 이 제품을 만났다면 꽤 재미있는 나날을 보냈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할 것 같다.


노키아 770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참고로 이것을 구한 건 친구 하나 잘 둔 덕이다 싶다 ^^; 고맙다 강감독). 쉽게 말해 한 달 전까지 그 존재나 능력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인연이 멀어진 노키아가 만든 것에 관심을 둘 사람이 몇이나 될까만은 휴대폰도 아닌 이 제품은 더더욱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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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를 직접 심어야 우리나라 한글을 읽을 수 있다. 한글 입력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 인터넷 장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제품을 시작으로 하는 노키아의 제품 라인(노키아 800, 노키아 810)을 눈여겨 보는 게 좋을 것이다. PMP만한 크기에 180g(덮개를 제거했을 때) 밖에 나가지 않는 데다 인터넷을 풀 브라우징 할 수 있는 장치를 이미 2005년에 내놓은 뒤로 해마다 더 나아진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젯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 관리자, VoIP 등 지금 휴대 모바일 장치에서 지향하는 많은 것들을 3년 전부터 실현해 오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남들이 길거리에서 동영상을 보는 장치에 열광하고 있었을 2005년에 노키아는 길거리에서 ‘다음’을 열고 오늘의 뉴스와 블로그, 카페의 글을 읽을 수 있고, 메신저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문자를 두고받을 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로 친구와 수다를 떨고, RSS 리더로 새글을 확인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찾아서 깔고 동시에 수행(멀티태스킹)했던 장치를 내놨던 것이다.


노키아 770은 이런 일을 무난하게 해낼 수 있도록 TI OMAP 1710(252MHz) ARM 프로세서와 64MB의 DDR 램, 128MB의 내장형 플래시 메모리, 802.11b/g 무선 랜, 블루투스 1.2, 전화 접속, USB 연결, 1GB RS-MMC 메모리 슬롯 같은 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은 800×480으로 표시하는 10.4cm(4인치) 터치스크린이다. 키보드는 없지만, 입력 창을 누르면 알아서 가상 키보드가 뜬다. 이만하면 당시에 나왔던 휴대 인터넷 장치의 최고봉이라 할만할 것이다.


허나 현재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2005년 산 노키아 770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수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하드웨어의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수많은 사진과 플래시로 가득찬 더 넓어진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띄우는 데 세월아 네월아 타령을 부르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띄워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프로세서는 느리고 램은 모자란다. 인터넷을 띄우고 난 뒤 화면을 터치할 때 반응도 느려 답답하고 독특한 조작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로 폰트를 넣기 전에는 한글도 읽지 못한다. 예나 지금이나 뒤지지 않는 것은 LCD 밖에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노키아 770을 하드웨어의 구성품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노키아 770의 하드웨어가 당시 수준에 맞춰진 것이 이유기도 하지만, 다루는 재주와 방법은 따로 평가가 따라야 하니까 말이다.


리눅스로 돌아가는 노키아 770은 CES나 세빗 같은 당시에 있던 대형 가전이나 디지털 하드웨어 전시회가 아니라 리눅스 월드를 데뷔 무대로 택했다. 종전 운영체제에 친화적인 장치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리눅스가 휴대 장치의 운영체제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 환영받을 만했다. 노키아 770은 데비안 기반의 개발 플랫폼인 마에모(maemo) 위에 X 윈도 기반 GUI를 얹은 인터넷 태블릿 OS 2005라는 운영체제를 썼으니 말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직관적인 형태를 띄었고 메인 화면에는 이용자가 직접 RSS 피드나 구글 검색, 시계 같은 여러 위젯을 두도록 만들었다. 오페라 브라우저로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볼 수 있었고 레몬펜 같은 자바 스크립트로 된 플러그인도 잘 작동하게끔 손봤다. 처음부터 자체적인 RSS 리더를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PDF 문서용 뷰어도 포함했다(안타까운 것은 아직 유투브 같은 인터넷 플래시 동영상을 못본다는 점이다). OS 2006, OS 2007, OS 2008 등 버전이 올라갈수록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스카이프, 구글 토크 같은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기본으로 더해졌다. 갖가지 동영상과 음악, 사진 등을 즐기는 미디어 플레이어 성능도 더욱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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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애플리케이션을 고르기만 하면 설치 파일을 내려받아 770에 설치한다.
또한 다른 이와 소통하는 데 필요하거나 이 장치의 활용도를 높이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헤매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gaim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할 때 무선 랜을 연결한 뒤 운영체제의 애플리케이션 관리자에서 gaim을 고르기면 알아서 패키지를 내려받은 뒤 설치한다. 물론 노키아 770(800, 810도 마찬가지)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찾으려면 마에모 사이트(www.maemo.org)에서 찾으면 되고, 이 운영체제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된 개발 환경을 공개한 상태다.
(리눅스를 다루는 이들이라면 X 터미널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터미널 모드를 띄울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노키아 770은 (한글 같은 언어적 문제를 제외하고) 휴대 장치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 따르는 불편함을 줄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장치의 특징을 살리는 기본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골라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을 보장한 데다 윈도든 리눅스든 PC를 다루던 습관대로 프로그램을 찾아서 실행하고 즐기는 PC 이용자에게 친화적인 환경 덕분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비록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 밋밋한 UI가 거슬리기는 해도 새로운 휴대 인터넷 장치에 접근하는 데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노키아 770을 내놓을 때 추구하려던 컨셉트가 아닐까 짐작한다. 획기적이지는 않아도 몇 년 뒤의 나아갈 길을 미리 예측하고 걸어갔던 노키아 770은 앞으로 MID를 만들어 내놓을 업체들이 분석하고 본받을 필요가 있는 장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덧붙임 #


1. 행여 노키아 770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 한글은 리눅스용 백묵 폰트를 넣어서 구현했다. (정승원님 고맙습니다.)
(글꼴 설치에 관한 설명 http://kernys.net/tt/71)


3. 휴대폰 업체가 만든 인터넷 장치 임에도 종전 휴대 통신망에 대한 접근을 전혀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유는 모른다.


4. 노키아 770 때문에 노키아 800을 주문했다. 아마존에서 230달러면 살 수 있다. 들어오는 대로 관련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5. 노키아 810은 너무 비싸서 주문을 뒤로 미뤘다. 지갑을 열만한 범위 안으로 값이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 연기다.

6. 노키아는 휴대 인터넷 장치 시장의 ‘숨어 있는 복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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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8 Comments

  1. 2008년 2월 25일
    Reply

    이통사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연결되는 Device에 대한 노키아의 의지가 엿보이네요. ^L^

    • 2008년 2월 25일
      Reply

      노키아가 컴퓨팅 시장에 발을 디딜려는 노력이 장난 아닙니다. 1월에는 리눅스 업체도 샀다더군요. ^^

  2.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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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터치를 살때 노키아 N810살까..하다가 터치샀는데..N810도 참 좋은거 같아요..
    엔가젯에서 Wibro가 들어간 N820루머가있던데..^^

    •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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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브로가 접목되면 당장에 이 분야에서 선두에 설지도 모르겠네요. ^^

  3.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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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kia.. 참으로 무서운 회사지요. 숨어 있는 복병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멀리가 있는 회사라고 봅니다. ^^

    • 2008년 2월 25일
      Reply

      휴대폰 시장에서는 복병의 이미지가 아니라 군왕의 이미지지요. ^^ 단지 아직 휴대 컴퓨팅 장치 시장이 열리지 않은 터라 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때 돌풍을 일으킬 듯 합니다.

  4.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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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우나 맥이 들어가 있으면 사려고 했으나. 에라이 포기

    • 2008년 2월 25일
      Reply

      노키아가 윈도나 맥을 쓸 것이라는 건 쫌~

  5. 2008년 2월 25일
    Reply

    지금 봐도..약간은 실험적으로 보이는데.. 2005년이라면..^^;;;
    역시 무서운 회사입니다..–;..

    • 2008년 2월 25일
      Reply

      저도 이걸 써보고서야 노키아가 모바일 컴퓨팅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걸 알았습니다. ^^

  6. 남형석
    2008년 2월 25일
    Reply

    ㅎㅎ 가격이 높아서 군침만 흘리던 제품입니다^^ 상위 버전은 GPS와 QWERTY키보드까지 내장되었는데 한글입력이 안된다는 점만 빼면 꽤 매력있는 기종입니다. 앞으로의 사용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 2008년 2월 25일
      Reply

      그나마 이건 이제 100달러 대에서 팔고 있는 걸요. 한 번 노려보셔도 좋을 듯~ ^^
      QWERTY 키보드가 있는 것은 N810인데 이게 비싸답니다.

  7. 2008년 2월 25일
    Reply

    아.. 종종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정보가 너무 없어서 확실하게 출시는 된건가, 컨셉트 제품인가하고 생각했었네요..;;ㅋ’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해외 정보는 상당한 듯 하네요. @@;;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그게 3년 전이었다니 놀랍네요.
    게다가 리눅스를 이용한 도전 정신은 멋지구요.
    아직도 노키아가 전화만을 위한 휴대폰을 만들어서 허접한(;; ) 휴대폰 제조사라는 등의 일부 인식을 보면 황당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해결이 된 듯 하지만, 포터블 기종에서 플래시 구현은 쉽지 않은가 보네요.

    • 2008년 2월 25일
      Reply

      서양권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장치가 되어 버렸는데, 우리와 담쌓고 지내는 기업이라 관심이 없었던 게죠. 플래시를 구현한 휴대 장치는.. 차차 나오게 될겁니다. ^^

  8. 왕용
    2008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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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고갑니다. ^^
    800 사용기 기대하겠습니다.
    노키아에서는 웹 브라우저쪽으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오페라, 웹킷 기반 브라우저 , 모질라 까지.

    가격이 부담되어 직접 구매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구매하신 분을
    만나게되는군요. 800 을 이용하여 웹 브라우징 한 사용기 기대하겠습니다~ ^^

    • 2008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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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노키아가 웹브라우저뿐만 아니라 운영체제에까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점점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 아.. 800은 다음 주나 되어야 도착할 듯 한데, 리뷰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

  9. 2008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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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 n810을 ebay에 구입해 사용 중입니다. 아직 사용한지가 얼마 안되었지만, 정말 대단한 놈입니다. 칫솔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요즘 어플 까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ㅎㅎ

    • 2008년 2월 29일
      Reply

      N810을 사셨다니 Giloformular님이 부러운데요. 전 Giloformular님 리뷰를 기대하고 싶은걸요? ^^ 제 N800은 이제 태평양을 건너고 있는 중이라 리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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