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인사이드 디지털/가상현실(Virtual Reality) l 2016/1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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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에 1천800엔. 원화로 환산하면 2만원에 가깝다. 고작 10분 동안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데 2만원을 내야 한다면 누구라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간 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확실한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눈 깜빡할 사이에 2만원을 날리는 수도 있으니까.

지난 주 일본 도쿄에 들렀을 때 즐겼던 제로 레이턴시 VR(zero latency vr tokyo)도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게임이다. 게임을 즐긴 이후에 시간 대비 비용이 부질 없는 고민이라고 여길 만큼 기분이 충족되긴 했지만, 장비를 메고 입장하기 직전까지도 의문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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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레이턴시 VR 도쿄는 오다이바의 조이폴리스 안에 있다.

제로 레이턴시 VR은 VR 방이 아니다. 멀티 플레이어 VR 게임이다. 종전 온라인에서 즐기는 멀티 플레이어 게임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PC에서 하나의 게임 채널에 접속해 즐기는 반면, 제로 레이턴시 VR은 인터넷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 즐긴다. 최대 6명이 넓은 실내 공간에서 함께 즐기며 몰려드는 좀비를 물리치는 게임이다.

제로 레이턴시 VR은 도쿄 오다이바의 조이폴리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조이폴리스에 들어가는 입장료와 별개로 이 게임을 즐기는 비용은 따로 내야 한다. 이 게임을 즐기려면 제로 레이턴시 VR 웹사이트에서 며칠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은데, 평일 낮에는 대체로 한가한 반면, 저녁이나 주말은 몇 주전에 예약해야만 할만큼 자리가 나지 않는다. 한번 예약하는 취소를 해도 환불해주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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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레이턴시 VR의 예약 현황. 평일도 미리 예약하지 않고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제로 레이턴시 VR 게임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사물을 보관한 뒤 준비된 태블릿에 게임에서 쓸 닉네임과 결과를 받아볼 e메일을 입력하고 간단하게 무기를 조작하는 법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한 몇 가지 게임 규칙에 대한 안내도 받아야 한다.

앞서 게임을 했던 이들이 빠져 나오면 VR 게임을 위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 게임은 등에 백팩 PC를 메고 즐기는 게임이다. 이 PC는 전원 선을 연결하지 않으므로 움직임은 자유로운 반면, PC를 작동시킬 정도의 배터리를 단 백팩 PC는 묵직하다. 백팩 PC를 멘뒤 헤드폰과 VR HMD를 머리에 걸치면 준비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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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모두 착용하면 진행자가 단체 사진을 찍어준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살짝 살폈다. 제로 레이턴시 VR용 HMD는 레이저(Razor)가 보급 중인 OSVR. 이미 수많은 이들이 쓴 터라 안쪽 렌즈가 썩 깨끗하진 않다. 안경을 함께 쓸 수 없는 HMD라서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이 HMD의 머리 쪽에 위치를 확인하는 센서가 하나 달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은 다른 HMD와 거의 비슷하다.

제로 레이턴시 VR을 즐기기 위한 안쪽 방은 생각보다 꽤 넓다. 다만 바닥이나 벽 등 검은 색으로 도배한 방 안은 일정 간격으로 격자형 사각형 표시를 해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공간이다. 이곳에 들어가 머리에 걸쳤던 HMD를 눈앞에 쓴다. 그 뒤 앞서 태블릿에서 각자가 입력한 ID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선 다음 운영자가 건네준 총을 잡고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면 게임 준비가 끝난다. 방 안에서 게임을 즐기는 준비 시간만 해도 5분은 훨씬 넘는 듯하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면 HMD에 공간 그래픽 대신 게임 그래픽으로 바뀐다. 이 게임은 VR 게이머가 군인이 되어 몰려드는 좀비를 물리치다가 일정 시간 뒤 탈출하는 게 목적이다. 게임 참가자들이 손에 쥐는 무기는 한 가지지만, 버튼을 누르면 기관총과 샷건을 전환할 수 있고 총알이 떨어지면 곧바로 재장전할 수 있다. 이 무기를 이용해 공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좀비를 처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고 다시 내려올 수도 있다. 실제는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게임 속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그 높이 만큼의 공간감이 살아 나는데다 난간히 흔들거리는 효과로 인해 훨씬 몰입도가 높아진다. 또한 실제 공간은 넘어도 게임 속 공간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

1층과 2층을 오가며 몰려드는 좀비를 향해 얼마나 총질을 해댔는지는 모르지만, 1층으로 모이라는 관리자의 음성을 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마지막 탈출 시퀀스가 시작된다. 그리고 모든 게이머가 모이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좀비들의 쓰나미를 피해 탈출하는 것으로 끝는다.

게임을 끝내고 HMD를 벗는 순간 기분은 묘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장을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막상 HMD를 벗으니 다시 어두컴컴한 실내여서 허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경험해 본적이 없어 걱정이 더 컸던 것에 비하면 게임의 만족도는 높았다. 바이브나 오큘러스와 달리 움직임의 자유도가 훨씬 높은데다 가상 화면을 보고 움직이는 데도 전혀 어색한 점이 없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재미도 이전의 VR 게임에서 경험할 수 없던 재미다. 또한 게임을 끝낸 뒤 방을 나오면 받게 되는 메일을 열어 간단한 설문에 답한 뒤 게임 결과를 보면서 각자 게임에 대해 좀더 오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놓은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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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을 상업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 이 때에, 제로 레이턴시 VR은 답하기 좋은 사례 임에는 틀림 없다. 게임 시간이 짧아 비싸게 느낄 수는 있지만, 결국 높은 완성도가 요금에 대한 만족도를 상쇄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무거운 하드웨어, 불편한 HMD 장비는 더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무엇보다 실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VR 게임에 적용된 기술들은 앞으로 VR 스포츠나 VR 시뮬레이션 분야로 확대할 수 있기에 그 가능성을 봐야 한다. 가상 현실 그래픽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위치 확인과 실시간 통신 등 이 게임에 적용된 기술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VR 컨텐츠를 우리나라에서도 경험할 날이 언제쯤 올지 모르겠다. 우리의 VR 산업계는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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