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 방향 다른 새로운 운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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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와 같은 운영체제는 단순히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가와 밀접하게 연관지어 봐야 하는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PC의 운영체제로 써왔던 윈도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한 가지 키워드만 집중했다. 바로 ‘생산성’이다. PC를 이용하는 어떤 분야라도 좀더 효율적으로 그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운영체제는 기본 기능 또는 원활한 작업을 위한 환경의 최적화를 해온 것이다. PC의 수요가 폭발하고 정보화 사회를 거치는 동안 ‘생산성’은 모든 운영체제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PC의 중흥기가 끝나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분기마다 나오는 시장 조사 기관의 PC 판매 보고서는 8분기 연속 종합 항목에 마이너스(-) 표시를 붙여 놓았다. PC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감소의 원인은 역시 생산성과 밀접하다. 몇 년 전까지 생산성의 중심에 있던 PC를 대체할 스마트 장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PC의 생산성을 따지던 기업들마저 클라우드와 모바일 장치로 더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찾아 떠나는 중이다. 이제 생산성을 미래의 PC가 가져야 할 장점에서 지워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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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사물을 촬영하면 그 순간 3D 모델로 입력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주에 진행했던 서피스 이벤트에서 내년에 공개할 윈도 10의 차기 업데이트 이름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Windows 10 Creators Update)라 지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 볼 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지난 주 잠시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던 터라 이벤트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녹화된 이벤트 영상을 본 뒤 MS가 차기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와 관련해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내보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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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의 3D 페인터를 이용해 여러 3D 모델을 모아 편집할 수 있다.

서피스 이벤트였기 때문에 참석자나 온라인 중계를 지켜본 대부분은 새로운 제품에 관심을 나타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전반부, 그러니까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와 관련한 부분에 있었다. 왜냐하면 이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쓴 단어가 창의성(creative)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라는 명칭 자체가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윈도가 생산성 향상을 앞세워 왔던 운영체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성’이라는 단어의 배제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윈도 10이 다양한 환경에 맞춰 변형하기 좋은 형태의 운영체제긴 하나 역시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개인 컴퓨팅이라는 감안하면 이는 곧 PC의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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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들이 만든 3D 객체들을 커뮤니티에 공유할 수 있고 여기에 있는 것을 가져다 쓸 수 있다

특히 이번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는 지금까지 관심을 끌지 못했던 3D를 창의성의 중심에 둔다. 3D로 입력하고 3D를 편집하며, 3D로 보는 일련의 작업을 전문적인 툴을 이용하지 않고 윈도 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다음 업데이트의 핵심이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으로 실제 사물을 그 자리에서 3D 모델로 변환하고, 커뮤니티에 등록된 수많은 3D 모델을 페인트 3D 프로그램이나 파워 포인트의 차기 버전에서 불러와 편집하거나 문서에 넣기도 한다. 이렇게 작업한 것은 가상 현실용 HMD나 홀로 렌즈 같은 MR 헤드셋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D를 다음 윈도 10 업데이트의 중심에 둔 것은 현실과 가까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고 볼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것이다.

윈도가 지금까지 효율적인 생산성을 위한 쪽에 초점이 맞추다보니 PC를 이용해 오던 아주 오래된 관습처럼 굳어진 시각에서 개선만 해온 상황이었다. 이를 테면 평면적인 생산성, 예를 들어 수많은 문서와 평면적 이미지를 양산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용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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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에서도 이러한 3D 객체를 가져와 좀더 역동적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는 PC를 보는 오래된 시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이미 평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대체제가 등장한 마당에 PC의 경쟁력을 높이는 운영체제는 누구에게도 필요한 게 아니다. 다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워 가는 기술의 시대로 접어드는 이 순간 운영체제의 관점이 달라지지 않으면 그 발전을 저해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 MS에게 달가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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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만든 3D 모델을 홀로렌즈를 통해 현실에 겹쳐 볼 수 있다.

때문에 크리에이터 업데이트는 윈도라는 운영체제가 안고 있는 컴퓨팅 습관에 관한 근본적인 장애를 제거하면서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달라질 복합 현실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시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존재할 법한 것을 3D 모델로 변환하고, 실제처럼 보이는 3D 객체들을 조합해 디지털 결과물을 만든 뒤 이를 다시 현실에서 보는 것이 과정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복합 현실에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복합 현실을 앞당기기 위해 MS는 3D로 입력하고 만들고 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정비해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에 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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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에서도 3D로 만든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물론 꼭 복합 현실이 아니더라도 쉬운 3D 모델의 제작은 우리의 일상과 미래에 꼭 필요한 일 중 하나다. 3D 프린터의 인쇄물을 만들기 위해서 복잡한 어렵게 3D 설계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과정을 입문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쉬운 것이라고 말해 준다. 이는 지금 세대보다 앞으로 3D 모델을 활용하게 될 세대에게 매우 중요하다. 평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더 입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러한 3D 입체 환경에 접근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고 비싼 장비를 쓰지 않아도 홀로그래픽 컴퓨팅을 경험할 수 있는 준비가 다음 윈도 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에 이뤄진다. 전문가들만 만드는 3D와 가상 현실이 아니라 이제 누구나 만들고 즐기는 복합 현실의 세계를 앞당기기 위한 크리에이터 업데이트. 만약 윈도 10의 업데이트가 아니었다면 이것은 업데이트가 아니라 거의 완전히 다른 방향의 운영체제로 내놔도 이상할 게 없는 도전일지도 모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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