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VR과 먼 훗날의 AR을 말한 페이스북 커넥트

VR과 AR 등 XR 분야의 동향을 말할 때 페이스북은 거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소셜 미디어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XR 분야만 놓고 볼 때 페이스북은 시장성과 대중성, 미래 기술 연구 등 XR 생태계를 경쟁자들보다 몇 발짝 앞서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XR과 관련한 페이스북의 중심의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일어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VR 헤드셋 제조사인 오큘러스를 2014년에 인수한 이후 하드웨어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연구해 온 수많은 시도를 통해 얻은 결과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은 XR 생태계 구축의 절대적인 조력자인 개발자들을 한 공간에 모아 현재의 상황과 비전을 공유해 왔다. 그 대표 행사가 오큘러스 커넥트(Oculus Connect)였다. 페이스북은 해마다 오큘러스 퀘스트를 개최하며 XR 컴퓨팅의 방향 설정과 아울러 새로운 제품, 기술, 서비스에 대한 현실과 미래를 제시했고 코로나19로 직접 만날 수 없는 올해도 간판을 살짝 바꾼 채 온라인에서 그 전통을 이어갔다.

오큘러스에서 페이스북으로 XR 컴퓨팅 전략 전환

올해 페이스북의 XR 개발자 행사는 지난 9월 17일 2시(한국 시간 기준)에 기조 연설을 시작으로 수많은 개발자들의 세션들이 차례로 공유됐다. 그런데 이번 페이스북 XR 개발자 행사는 매우 특이한 지점이 있다. 기존 행사 명이었던 오큘러스 커넥트라는 이름을 페이스북 커넥트(Facebook Connect)로 바꿔서 치렀다는 점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개발자 행사의 이름을 바꾼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번 행사명 변경은 페이스북의 XR 전략에 대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인수한 오큘러스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 몇 년 동안 VR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VR 헤드셋은 물론 웹사이트,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파트너, 개발자 및 사용자 커뮤니티 등 모든 방면에서 오큘러스를 내세운 때문에 VR 생태계의 대명사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처럼 오큘러스는 VR 브랜드로써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확장성이다. 오큘러스가 VR에 특화되어 있는 데다, 피인수 이후에도 독자적인 브랜드로 유지 되어온 터라 XR 컴퓨팅 영역을 확장하려는 페이스북의 의도를 담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VR은 물론 AR, MR을 아우르는 차세대 XR 컴퓨팅에 대해 꾸준히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XR 컴퓨팅을 주도하는 컴퓨팅 기업 이미지를 페이스북으로 옮기려는 노력을 해왔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전까지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향후 페이스북을 XR 컴퓨팅 기업으로 도약시키려는 작업을 시작했음을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페이스북 커넥트 기조 연설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코로나19에 따른 모두의 안전을 기원한 후 행사명 변경의 이유를 설명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그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고, 존재감과 몰입감을 제공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한 최고의 플랫폼으로써 오큘러스를 넘어서 확장해야 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증강 현실, 장시간에 걸친 모든 연구, 신경 인터페이스와 같은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 가정 및 기타 웨어러블 장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포함된다”고 앞으로 페이스북이 XR 컴퓨팅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공개했다.

물론 페이스북은 가상 및 증강 현실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페이스북 리서치 랩(Facebook Research Labs, 이하 FRL)에서 연구해 왔고 오큘러스 커넥트를 통해 그 결과를 공유해 왔다. 하지만 페이스북 커넥트로 이름을 변경한 만큼 FRL의 성과를 오큘러스의 이름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이름으로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바뀌었고, 이번 행사에서도 가상 현실과 아울러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AR의 미래를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파괴력 가늠 어려운 신형 VR 헤드셋의 등장

페이스북 커넥트의 키노트는 크게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이라는 두 개의 굵직한 줄거리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런데 두 분야의 내용은 완전히 상반된다. 가상 현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용자나 개발자 모두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집중한 반면, 증강 현실은 더 많은 기술적인 문제 해결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다.

299달러에 출시하는 고품질 독립형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

일단 가상 현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한 여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가상 현실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주장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싸고 무겁고 모자란 성능의 VR 헤드셋의 문제부터 해결에 나선 것이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6자유도 독립형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지난 해 5월 399달러에 출시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PC처럼 강력한 하드웨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어디에서나 손쉽게 공간을 움직일 수 있는 헤드셋으로 관심을 받았고 이전의 VR 헤드셋보다 더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 이후 페이스북 커넥트 직전까지 오큘러스 스토어의 콘텐츠 매출은 1억5천만 달러. 지난 몇 년 동안 오큘러스 리프트 스토어 매출의 1.5배를 1년 5개월 만에 뛰어넘는 수치다. 또한 페이스북은 퀘스트 콘텐츠를 통해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게임 타이틀이 35개 이상이라고 공개했는데, 이 역시 200만 달러 이상 매출 기업이 10개였던 5개월 전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확실히 VR 소프트웨어 매출 증가를 이끌며 생태계 성장의 영양분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의 후속 제품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페이스북 커넥트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전작의 판매량이 나쁘지 않던 터라 출시 1년 만에 새로운 VR 헤드셋을 공개하는 것은 조금 의외이기는 했다. 하지만 오큘러스 퀘스트가 기존 VR 헤드셋의 비판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퀘스트2는 대중적 시장에 어울리는 좀더 공격적인 제품으로 설계했다. 특히 오큘러스 퀘스트보다 10% 더 가볍고, 50% 더 많은 픽셀과 90Hz의 높은 주사율을 가진 4K급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데다, XR 환경에 맞춰 설계한 스냅드래곤 XR2 프로세서로 더 강력한 성능을 보강하면서도 가격을 299달러로 내려 가격 친화성까지 갖추는 등 논란의 틈을 완전히 메워 버렸다.

신형 VR 헤드셋과 프라이버시 논란

성능부터 가격까지 놀라운 독립형 VR 헤드셋의 출현에 많은 이들이 환호하는 한편,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논란의 불씨도 함께 가져왔다. 이 헤드셋을 쓸 수 있는 사용자로 등록할 때 페이스북 계정을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 이전에 출시된 오큘러스 VR 헤드셋은 오큘러스 웹사이트를 통해 회원 가입을 하면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계정은 가상 현실 내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앱을 구매하기 위한 결제 및 구매 정보를 위한 것이었고, 필요에 따라 페이스북 계정과 연계한 로그인을 지원했다. 때문에 오큘러스 장치를 쓰는 데 있어 페이스북 계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큘러스 퀘스트2는 독립된 오큘러스 계정을 지원하지 않으며 반드시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해야만 한다. 페이스북이 강제로 계정 통합 조치를 한 데는 가상 현실 환경에서 페이스북의 친구들과 손쉽게 연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페이스북의 설명이다. 페이스북 호라이즌(Horizon)이라는 가상 현실 기반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다, 기본 홈 화면 및 수많은 VR 앱에서 페이스북 친구와 연동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도 이러한 경험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페이스북의 주장일 뿐 이러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오큘러스 퀘스트2와 같은 VR 하드웨어를 쓰는 동안 쇼핑 같은 더 민감한 활동에 대한 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이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표적 광고를 포함한 수많은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FAQ를 통해 이러한 목적 자체를 배제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밝힌 계정 통합 목적을 보면 페이스북 제품 경험 제공 및 개선, 서비스의 안전 및 무결성 향상, 페이스북 제품에 맞춤화된 콘텐츠 표시(광고 포함) 등을 명시했다. 다만 현재 VR에서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말 그대로 현재 시점에 맞춰 내놓은 답변이므로 때가 지나면 광고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더라도 모든 데이터가 페이스북으로 전송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친구 찾기나 이벤트 개설 및 초대, 가상 현실 경험 공유를 위해서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구분이 애매해지게 되어 결국 두 환경은 하나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오큘러스 퀘스트의 사용자 데이터는 기존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하던 데이터와 다른 점이 많다. 소셜 미디어는 이용자의 마우스 조작에 따른 행동을 분석하는 반면 오큘러스 하드웨어의 데이터는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가 축적된다. 단순히 어떤 앱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그 앱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가상 현실에서 이용자 행동 추적 데이터를 보여주는 오큘러스 무브.

페이스북은 키노트에서 그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이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오큘러스 무브(Oculus Move)는 가상 현실에서 이용자가 유산소 운동에 도움이 되는 앱을 실행했을 때 이를 추적하는 피트니스 트래커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등 이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트래커처럼 오큘러스 무브는 운동 목표를 설정한 이후 VR 앱이나 게임 실행 후 이용자의 행동을 추적해 실시간 기록 및 통계를 내는 시스템으로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는 한편 올해 말 퀘스트2에 적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무브와 같은 행동 추적이 변화를 보여주게 될 일부라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이용자들이 VR을 활용해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취지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기능은 퀘스트 이용자의 행동을 추적하는 사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향후 VR의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확보하면 이를 관련 서비스와 결합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오큘러스 하드웨어와 페이스북 계정 통합의 영향이 당장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미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나 다양한 서비스 알림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겪은 이들에게 가상 현실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커진 페이스북 계정 통합이 결코 달가운 소식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를 말하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은 사람을 만나서 일하던 일상을 과거의 풍경으로 바꿔 버렸다. 감염 확률을 낮추기 위해 되도록 한 공간에 모이는 일을 피할 것을 권고하면서 직장과 학교는 물론 대규모 모임과 즐거움을 나누는 수많은 행사들까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을 연결하고 있는 원격 작업의 대표적인 시스템 중 하나인 영상 회의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상 회의로 연결은 가능하나 공간이 배제된 데다 행동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실제 사람을 만나는 수준의 상호작용을 하기 어려워서다.

가상 현실에서 회의하는 오큘러스 팀.

마크 주커버그도 페이스북 커넥트 기조 연설에서 이와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영상 통화에 대한 토론을 기억하는 데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면서 “시각적, 청각적 관점에서 공유된 공간 감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것이 평면으로 보이는 영상 통화에서 감각이 무뎌지는 불편을 많은 이들이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가상 현실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눈길을 끌었고, 페이스북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실험을 하고 있다. 사실 페이스북은 몇 년 전 원격으로 미국 여러 지역에 흩어진 직원들이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는 VR 공간에서 회의를 하는 실험을 했던 적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나 코로나19 환경에서 오큘러스 팀의 일부 업무에 활용 중이라고 소개했다.

페이스북 커넥트 키노트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코로나19 이후 오큘러스 관리팀 회의를 VR로 진행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접속하면서도 같은 가상 현실의 공간에서 시각적 감각과 오디오를 공유하는 한편, 얼굴 표정을 가진 아바타를 통해 표현하기 때문에 화상 통화처럼 멀리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게 누가 어디에서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이미 페이스북은 전체 직원 가운데 50% 인력에 대해 장기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도록 지시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VR이 원격 작업이 필요한 이들에게 분리를 느끼지 않고 작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예상하고, 이러한 무한한 화면 공간에서 서로 다른 팀과 프로젝트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작업 도구를 구축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처럼 다중이 모이는 페이스북의 VR 회의 시스템은 이번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대신 VR을 업무를 위한 컴퓨팅 환경으로 활용하는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라는 새로운 개인용 업무 솔루션을 공개했다.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을 혼합하는 데스크톱 컴퓨팅 솔루션인 인피니트 오피스.

인피니트 오피스는 이용자가 매우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이 어디든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작업 환경이다. 인피니트 오피스는 가상과 실제 현실을 아우르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가상 현실은 모니터를 대응하고 실제 현실은 이와 연동하는 키보드 같은 작업 도구를 연결한다. 즉, 가상 공간의 대부분을 모니터로 활용하면서 손 추적으로 다양한 개체를 다루는 작업을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실제 키보드로 글자 입력을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키보드를 함께 이용할 때다. 인피니트 오피스는 물리 키보드를 연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이용자는 물리 키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VR 헤드셋을 벗을 필요가 없다. 가상 공간을 분할해 하단부에 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가상 공간에 표시하도록 해서다. 실제 키보드를 이 공간에 표시할 수 있어 손쉽게 작업할 수 있는데,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의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손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회사 내부 직원들이 인피티니 오피스를 쓰고 있다고 전하면서 초기 기능의 실험 버전을 퀘스트2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시도는 무한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가상 현실 헤드셋을 이동하기 쉬운 컴퓨터로 바꾸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초점을 맞추던 VR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 준비하는 AR과 프로젝트 아리아

페이스북이 가상 현실에 집중해 온 듯해도 지난 몇 년 동안 증강 현실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커넥트에서 달라진 점은 증강 현실 시장에 대한 단기적 행동과 장기적 비전을 동시에 밝혔다는 점이다.

아마도 페이스북 커넥트를 본 이들은 페이스북의 AR 글래스 시제품인 프로젝트 아리아(Project Aria)와 수많은 안경 브랜드를 소유한 이탈리아 룩소티카(Luxottica)의 레이밴 브랜드를 페이스북의 스마트 글래스에 접목하는 제휴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프로젝트 아리아로 구현하려는 멋진 미래를 위해서 대중성 있는 안경 브랜드의 협업은 실제 생태계 구축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팔 근육 신호로 가상의 손을 추적하는 EMG

하지만 그 미래는 당장에 열리는 것이 아니다. 2021년에 일부 기술을 일반 안경 폼팩터에 통합한 스마트 글래스를 내놓겠지만, 그것으로 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를 분석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점을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명확히 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은 증강 현실의 구현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페이스북 리서치 랩의 마이클 애브라시는 VR과 AR이 인간 경험의 한계를 탐구하고 우리가 사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실제와 가상을 결합한 인간 지향 컴퓨팅의 두 번째 큰 물결이라고 말한다. 특히 AR 글래스를 통한 증강 현실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볼 수 있으므로 우리가 소통하고, 탐색하고, 배우고, 공유하고, 행동하는 데 항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원활하게 작동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목표가 완전히 실현되는 시간과 장벽이다. 비록 AR 글래스 시제품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초점을 맞춘 입력과 출력, 실제 세계 매핑 등 세 가지 영역을 위한 테스트의 일부다. 더구나 AR 글래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와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콘텐츠와 인덱스, 위치 레이어로 구성된 개인 라이브맵스를 준비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 리서치 랩은 AR 인터페이스 연구의 일부인 근전도 검사(EMG)나 오디오 빔 포밍(Beam Forming)에 대해 설명했다. 근전도 검사는 팔뚝에 찬 웨어러블 팔찌로 수신한 신경 신호에 따라 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마이오(MYO) 암 밴드에서 선보인 것과 유사하지만, 페이스북 데모에서 흥미로운 점은 여러 이유로 손이 없는 피실험자가 팔뚝에 이 장치를 찬 뒤 가상의 손을 조작하는 점이었다. 각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데이터를 통해 손가락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AR 기술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EMG 기반 컨트롤러를 연구하고 있다.
AR을 위한 또 다른 기술로 특정 지점의 전파를 주고 받는 빔 포밍을 꺼낸 이유도 밝혔다. 오디오 빔 포밍은 AR 안경을 쓴 이용자가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카페 같은 공간에서 특정 사용자의 목소리만 집중해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AR 안경이 아니라도 이 기술을 쓸 수 있지만, AR 글래스를 통해 인지된 상황에 맞게 오디오를 조정함으로써 이 기술의 효용성을 높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리서치 랩이 신경 쓰는 것은 실제 세상 위에 3D 세상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AR 글래스가 일상적 주변 위에 정보를 표시하려면 실제 세계를 실시간으로 맵핑하는 동시에 그 위에 정보를 얹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에 너무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페이스북 리서치 랩은 이미 구축된 3D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변경된 사항만 처리한 뒤 이를 다시 지도 형태로 전파하는 라이브맵스(LiveMaps)라는 엔드 투 엔드 머신 인식 플랫폼을 소개했다. 세 가지 레이어의 스택으로 구성된 라이브맵스는 착용자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대한 참조 프레임을 제공하는 한편, 인덱스 레이어에서 실제 영역의 물리적 표면과 구조, 그밖의 사물에 대한 상세한 3D 맵을 생성해 이를 개인용 3D 지도로써 완성하고, 콘텐츠 레이어를 통해 이용자가 확보한 다양한 속성의 정보를 표시한다. 여기에 위치 레이어는 이용자가 요구한 사물 또는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으로 이처럼 이용자 데이터로 만들어진 레이어를 모아 라이브맵스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증강 현실 기술 연구를 위해서 내놓은 데이터 장치가 프로젝트 아리아다. 이 장치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장치여서 페이스북은 AR 장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반 판매 계획도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라이브맵스를 구축하기 위한 특수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어서 매우 중요한 장치다. 70g 미만의 안경형 제품이지만, 이 안에는 강력한 컴퓨팅 부품과 센서 플랫폼이 탑재되어 있고, 안경 안에 눈동자를 추적하고, 안경 바깥에 외부 상황을 캡쳐하는 RGB 및 흑백 카메라를 싣고 있다.

프로젝트 아리아의 분해 이미지.

프로젝트 아리아 안경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모두 페이스북의 연구 서버에 업로드 된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너무 민감하다는 점이다. AR 글래스가 일상에서 쓰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이나 장소, 그 밖의 행동까지 수집된 데이터가 수많은 개인정보와 관련이 있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어서다.

때문에 페이스북이 라이브맵스라는 개인화된 3D 지도를 만들 수 있기 전까지 이 데이터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연구원들도 원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격리 보관된다. 오직 실험자들만 해당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고, 캡쳐된 데이터 중 사람의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은 시스템의 개인정보보호 필터를 통해 흐리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만으로 개인정보보호의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이스북이 장기 프로젝트로 보는 것도 당장 그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상황에서 수집되는 민감 정보를 제거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서다. 그만큼 우리가 꿈꾸는 증강 현실은 개인정보보호라는 매우 어려운 영역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페이스북은 증강 현실의 정말 핵심적인 문제부터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커넥트에서 확인했다는 점이다.

덧붙임 #

  1. 이 글은 KISA 리포트 2020.09에 기고한 것으로 편집본은 KISA 리포트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2. 이 글은 2020년 10월 4일에 이 사이트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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