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goo, 색다른 인터넷 오픈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4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만 TICC 플레너리 홀에서 윈도 7 출시 일정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출시 일정을 밝히고 끝날 것으로 보였던 세션의 끝무렵, 뜬금없이 외부인에게 10여분 정도 자리를 내줬습니다. 그 10여분은 Fugoo라는 낯선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Fugoo.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툭’하고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발표 전까지 Fugoo에 관해서는 잘 몰랐으니까요. 심지어 올 1월에 결성된 연합체라는 것도 몰랐으니 소위 ‘듣보잡’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깜짝 등장에 놀라기는 커녕 관심을 기울인 이가 몇 안되는 듯 보였습니다. 더구나 특별한 데모 없이 말로만 소개하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


Fugoo는 그냥 새로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하기 쉽진 않은데요. 새로운 규격이라고 해야 겠지요. Fugoo는 가전과 컴퓨팅 장치의 융합을 위한 오픈 플랫폼입니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하나의 단말을 다른 장치에 꽂음으로써 그 장치가 인터넷과 연결되도록 만드는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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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oo 장치와 버블 인터페이스.

이를 테면 그냥 작은 단말을 TV에 꽂는 순간 TV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다양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거나 냉장고의 단자에 꽂는 순간 냉장고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각종 정보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 장치 하나면 집안에 있는 어떤 장치라도 전부 인터넷과 연결되는 셈이지요. 심지어 커피 포트까지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 인터넷 접속 단말기의 형태는 어떤 것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네모 반듯한 소형 PC와 같을 수도 있고, 터치 PC가 될 수도 있고, MP3 플레이어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죠. 단, 이러한 장치를 꽂을 수 있는 단자라던가 이러한 장치를 꽂았을 때 수행되는 UI나 애플리케이션의 형식이 중요할 것입니다. Fugoo는 바로 이러한 형식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단순한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이라기보다 하드웨어와 인터넷을 결합하는 발전된 형태의 인터넷 오픈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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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oo를 직접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TICC 2층에 마련된 비아 부스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 구석진 곳에서 Fugoo 관련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니까요. 실제 비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있던 데모 장치인 Fugoo 블록(block)은 이러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진과 같은 모양의 단자가 있는 장치라면 어디든 꽂아서 쓸 수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도킹의 일종인 셈이지요. 또한 터치스크린 장치에 깔아놓은 Fugoo를 통해 플리커, 유투브, 날씨, 뉴스, 소셜 네트워크 같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시계처럼 장치에 기반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들어 있고요.


그런데 Fugoo를 직접 봤을 때 눈길이 갔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도킹도 도킹이지만, UI가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윈도 기반에서 실행되는 Fugoo UI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Fugoo에서 만든 것이지만, 윈도용으로 출시하면 어떨까라는 욕심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이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움직이는 버블 UI를 만지작거리다보니 계속 갖고 놀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군요. 여기저기 부딪치며 흘러다니는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정 메뉴나 플로 메뉴도 있고, 이용자에 따라서 메뉴 정렬도 가능합니다. 각 애플리케이션의 메뉴 체계가 단순화되어 있고 버튼이 큼지막해 터치 스크린에는 이상적인 UI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Fugoo를 가정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선보인 오픈 플랫폼인데다, 모든 가전 장치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업체에서 이 플랫폼을 채택해야 하니까요. SDK와 API가 오픈되어 있다지만, 다른 가전 장치에 Fugoo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목적과 당위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Fugoo에 참여한 업체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아, 기가바이트 등 PC 중심의 업체인데다, Fugoo의 중심 멤버인 존 후이와 웨인 이노우에, 크리스 청 등은 이머신즈(eMachines)와 패커드벨(Packard Bell) 등 PC업체의 임원으로 일했던 이들입니다. 인터넷과 PC에는 해박하지만, 폭넓은 가전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단순한 PC 오픈 플랫폼으로 출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Fugoo의 데모 UI만 놓고 봤을 때는 꽤 쓸만해 보였으니까요. 특히 터치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도 있어 보이고요. 일단 쓰기 쉽다는 게 장점입니다.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고르면 바로 실행되니까 PC를 잘 몰라도 집에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고, 앱스토어 식의 다운로드 센터를 통해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면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도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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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oo는 흥미로움을 주긴 했지만, 왠지 이상이 더 커보였습니다. 그냥 그 자체의 하드웨어와 새로운 UI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지금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얻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상을 꾸준히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나중에 제품화가 되어 나왔을 때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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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7 Comments

    • 칫솔
      2009년 6월 15일
      Reply

      정말 심플하면서 멋진 UI였죠.

  1. 2009년 6월 15일
    Reply

    네이버의 IT 공식 블로그 중 하나, 그 이름도 찬란한 ‘디지털 오르가슴 연구소’의 제나두님 으로부터 릴레이입니다.

    규칙입니다.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연일 계속되는 지난한 야근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은 못됩니다. 하…

  2. 2009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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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체험해 보고싶네요… 나도 저런데좀 갔으면 … 신기한 오픈 플랫폼 @_@

    • 칫솔
      2009년 6월 19일
      Reply

      뉴욕에서 대만까지 취재가면 사무국에서 특별 대우해 줄지도.. ^^

  3. jj
    2009년 6월 22일
    Reply

    멋져요!!!!

    • 칫솔
      2009년 6월 23일
      Reply

      동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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