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둥지 틀고 보는 경험 바꾼 구글 네스트 허브

궁금했다. 지난 해 1월에 전파 인증을 마친 구글 홈 허브를 언제 출시할 지. 그런데 그 해가 지나도록 구글 홈 허브의 국내 출시 소식은 전해 지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구글은 구글 홈 허브의 이름을 바꿨다. 네스트 허브(Nest Hub). 구글이 인수한 사물 인터넷 전문 기업, 네스트로 호적을 옮기고 이름을 바꾼 것이다.

비록 네스트 허브로 이름을 바꿨어도 구글 홈 허브 시절의 모습과 달라진 점은 없다. 생긴 것도 그대로, 속을 채운 부품도 그대로다. 때문에 네스트 허브에 대한 평가 역시 구글 홈 허브 때 평가와 크게 달라지긴 어렵지만, 느즈막히 한국에 출시된 까닭에 이제야 평가를 받게 된 점만 다를 뿐이다.

천 재질로 덮은 스탠드와 단순하게 마무리한 네스트 허브의 후면.

네스트 허브는 AI 음성 비서를 품은 스마트 디스플레이 장치다. 얼핏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단 장치 정도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 만으로 정확한 설명이라 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이 말로 지시하고 결과를 들려 주는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디스플레이가 있는 장치는 이용자의 호출에 따른 결과를 화면에 표시하고 더 많은 기능을 화면에서 다룰 수 있도록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네스트 허브는 디스플레이가 있다 해도 AI 스피커처럼 써야 한다. 네스트 허브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몇몇 기능을 다룰 수 있지만, AI 스피커처럼 음성이 기능을 실행하거나 지시를 하는 가장 중요한 입력 도구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서다. 더 세분화된 조작, 예를 들어 콘텐츠를 찾아 실행하길 원한다면 네스트 허브가 아닌 연동된 스마트폰 같은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7인치 화면과 작은 스탠드 때문에 손바닥에 올려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어쨌거나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AI 비서 기능을 하는 네스트 허브를 상자에서 꺼낸 뒤 어디에 둬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덩치가 작았기 때문이다. 화면 크기가 7인치에 불과한 데다 천 재질로 감싼 스피커 모듈도 크지 않았다. 구글 홈 스피커에 7인치 태블릿을 올려 놓은 수준도 안될 만큼 작은 편이라 손바닥 위에 올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 장치 구성도 단순하다. 전면 카메라는 없고 밝기를 자동 조절하는 조도 센서와 뒤쪽에 마이크를 켜고 끄는 스위치, 음량 조절 버튼이 전부다.

작은 크기 때문에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 둥지를 튼 곳이 다름 아닌 식탁 위였다. 화면의 활용도가 가장 많은 장소라서다. 7인치 화면 때문에 단순하게 AI 스피커로만 쓰기는 애매한데다, 오디오 품질도 다른 스피커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은 아니어서 음악 감상용으로 최적의 제품은 아니다. 물론 베이스와 트레블을 건드려 소리의 질을 조금 손볼 수 있기는 해도 그 작은 몸뚱이에서 아주 청량하거나 힘이 느껴지는 소리를 듣는 것은 어렵다.

크롬캐스트가 내장되어 있어 유튜브는 물론 티빙 같은 국내 스트리밍 영상도 네스트 허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7인치 화면은 식탁 위의 네스트 허브는 보이는 라디오, 또는 작은 TV로서 역할이 확실했다. 네스트 허브에 내장된 크롬캐스트 덕분에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에서 찾은 유튜브 영상이나 티빙처럼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몇몇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시간 방송을 이 작은 화면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이다.

물론 굳이 네스트 허브로 캐스트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스마트폰 보다는 안정적으로 거치된 화면 덕분에 스트리밍 영상을 틀어 놓고 스마트폰을 다루거나 자유로워진 두 손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다만 작은 화면에서 오랫동안 인터넷을 통해 캐스트 되는 콘텐츠를 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10인치 네스트 허브 맥스에 대한 구매 욕구가 ‘뿜뿜’ 피어오른다. 그러나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없는 아쉬움도 크다. (때문에 외국에는 네스트 허브의 각도를 조절하는 스탠드가 판매되고 있다.)

조도 센서가 있기 때문에 주위가 어두워지면 저절로 화면 밝기를 낮추고 시계 화면도 최대한 어둡게 만든다.

식탁 위를 네스트 허브의 둥지로 꼽기는 했지만, 침대 맡이나 책상 위에 두고 써도 좋은 기능들이 있다. 항상 시간을 표시하므로 탁상용 시계로 쓰거나,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위한 알람,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구글 포토에 올려진 사진을 띄우는 디지털 액자로도 쓸 수 있다. 또한 방송 기능을 이용하면 마치 아파트 안내 방송처럼 같은 공간에 있으나 멀리 떨어진 다른 사람의 구글 홈이나 네스트 허브에 할 말을 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문을 닫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밥 먹으러 와”라고 안내 방송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액자로 쓰기 위한 세부 항목 선택은 스마트폰의 구글 홈 앱에서 해야 하지만, 안내 방송은 네스트 허브에서 터치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네스트 허브의 터치 조작은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거나 아래에서 위로 끌어 올리면 몇 가지 메뉴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밀면 해당 기능을 취소하거나 이전으로 돌아간다.

구글 홈에서는 현재 날씨와 내일 날씨를 단편적으로 아려주는 반면 네스트 허브는 더 많은 정보를 세분화해 표시한다.

앞서 침대 맡에 둬도 좋다고 했는데, 밝은 화면이 걱정될 수도 있다. 이때 조도 센서가 제 역할을 한다. 불을 끄고 어두워지면 네스트 허브는 밝기를 최소로 떨어뜨린 다음 디지털 액자 기능도 자동 종료하고 검은 배경에 숫자만 겨우 보이는 시계 모드로 전환된다. 화면의 밝기로 인해 수면을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네스트 허브가 눈치껏 작동하는 셈이다.

일부 기능은 터치로 조작할 수 있지만, 검색을 하거나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려면 음성을 활용해야 한다. 네스트 허브 역시 구글 홈과 마찬가지로 “오케이, 구글” 또는 “헤이, 구글”이라 부른 뒤에 날씨 정보나, 유튜브에서 레시피 찾기, 단위 변환이나 환율을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구글 홈은 해당 정보를 말로 설명해 주지만 네스트 허브는 결과를 화면에 띄워 놓기 때문에 듣기를 놓쳐도 다시 물어볼 필요가 없다.

루틴을 실행하면 여러 번 물어야 하는 날씨와 시간, 주요 뉴스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환경에 맞는 뉴스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네스트 허브는 실시간 통역도 된다. 말 그대로 통역이므로 단어를 번역하는 게 아니라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순차적으로 말하면 실시간으로 통역 결과를 화면에 띄워준다. 사실 이 기능은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설치한 뒤 실행하는 통역 모드를 호출하면 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 기능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것처럼 네스트 허브의 실시간 통역도 가정에서 쓰는 일은 적을 듯하다. 적어도 호텔처럼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서 쓸모 있겠으나 외국인이 줄어든 요즘 상황에서 활용도는 높지 않을 듯하다.

네스트 허브에서 조명이나 스위치, 보안카메라, 온도 조절기 같은 몇몇 사물 인터넷 장치를 제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집 안에 아마존 알렉사 호환 장치만 있던 탓에 이 기능에 대한 테스트와 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아침이나 저녁에 루틴 기능을 실행했을 때 한국 뉴스 요약 서비스 대신 NPR 뉴스를 재생하는데, 이는 국내 환경에 전혀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

사물 인터넷 장치를 제어하는 테스트를 못한 것이 아쉽지만, 네스트 허브에 대한 몇몇 편견을 걷어낼 수 있어 다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글 홈 스피커와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으나 음성으로 듣기만 하던 것과 볼 수도 있는 것의 차이는 예상 외로 컸다. 나의 목소리에 반응해 작동하는 것은 비슷할지 몰라도 결과를 보는 편의성과 화면의 활용 측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갖고 있다. 내게 있어 네스트 허브는 매일 아침과 저녁 식탁에 앉아 유튜브의 실시간 영상을 편하게 시청하는 ‘보이는 라디오’에 불과할 지라도, 이용자마다 그 쓰임새를 달리할 수 있는 확장성은 구글 홈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7월 17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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