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뷰어라는 5G 밀리미터파 시대의 키 디바이스

“우리 삶은 5G 이후 어떻게 달라지는가?”

참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5G를 상용화 하기 이전이나 그 이후까지 여전히 이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물론 5G 상용화 이전과 이후, 질문이 품고 있는 맥락마저 180도 상반되어 있는 점도 흥미롭다. 상용화 이전에는 기대감 갖게 하는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질문으로, 상용화 이후에 얼마나 기대를 충족했는가를 직접 묻고 있어서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질문의 답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5G로 달라진 점을 찾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상에서 달라진 점을 피부로 느끼긴 어려운 탓이다. 무엇보다 일반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미미하다. 더 빠르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5G 스마트폰이 늘었지만, LTE 스마트폰보다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5G라는 나아진 이동 통신 기술에 걸었던 기대감을 충족할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를 아직 충족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5G를 쓰면 모바일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이용자의 기대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파장이 극도로 짧아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밀리미터파 5G로 사물 인터넷 장치와 자동차, 로봇, 각종 방송 장비 등 온갖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장치들이 연결할 수 있다고 해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전혀 다른 유형의 장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게 될 날이 곧 온다는 이야기다. 아직 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애플 글래스 같은 XR 뷰어(XR Viewer) 또는 XR 뷰어에 주목하는 것도 달라진 5G 경험을 채울 기대감 때문이다.(참고로 5G 밀리미터파의 기술적 특성과 가치는 ‘완전체 5G 향한 필수 영양분, 밀리미터파(mmwave)’에 정리해 놓았다.)

 

XR 뷰어에 거는 기대

안경처럼 쓰기만 하면 현재 공간 또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던 디스플레이 장치는 SF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터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러한 장치를 더 일찍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고, 지금도 그런 기회는 흔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XR 뷰어는 존재 자체가 귀할 만큼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 기존 가상 현실 헤드셋은 외부 컴퓨팅 장치가 필요 없지만, 모든 부품을 내장했기에 덩치가 클 수밖에 없었다.

XR 뷰어는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혼합 현실(MR) 등 기존에 존재했던 헤드셋 컴퓨팅 장치의 기능을 안경 형태로 간소화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즉, 굳이 안경 형태로 만들 게 아니라면 이미 나와 있는 가상 현실이나 증강 현실, 혼합 현실 헤드셋으로 관련 경험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XR 헤드셋 컴퓨팅 장치의 특징은 일상에서 물건을 만지듯이 두 손이나 컨트롤러로 디지털 아이템을 제어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평면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현실 또는 가상의 공간에 투영된 입체감 있는 사물을 손으로 만지거나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진 사람과 대화하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2.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홀로렌즈 하지만 컴퓨팅 부품을 최소화했음에도 여전히 머리에 써야 한다.

다만 기존의 헤드셋은 크고 무거워 이동하면서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XR 헤드셋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해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헤드셋은 디스플레이나 렌즈를 비롯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CPU와 GPU, 메모리, 네트워크 어댑터 같은 컴퓨팅 부품 및 센서, 카메라, 오디오 장치, 그리고 배터리 등을 내장하고 있다. 단순한 디스플레이 장치인 줄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 텐데, 사실상 하나의 컴퓨터나 다름 없다.

물론 해마다 헤드셋의 크기와 무게, 착용감을 개선한 제품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각 헤드셋은 무게와 크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성능도 나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결코 작지 않은 부품을 모두 통합하는 헤드셋 형태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려면 더 나은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각 부품의 크기를 더 줄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3. VR 헤드셋보다 훨씬 작아진 피코의 VR 글래스. 3자유도만 구현 가능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헤드셋의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인데다, 다른 방법으로 문제의 답을 찾는 시도가 나왔고 그 중 하나가 XR 뷰어다. XR 뷰어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기존 헤드셋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을 거의 대부분 제외한 제품이다. 특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부품을 최대한 분리하고 디스플레이 및 디스플레이용 프로세서, 외부 인식 센서, 오디오 장치 등 일부만 안경에 탑재한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나머지 주요 처리 환경을 외부로 분리한 만큼 XR 뷰어 단독으로 쓸 수 없는 어려움은 있지만, 헤드셋의 무게와 부피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5G 생태계와 교감할 수밖에 없는 XR 뷰어

기존 헤드셋에서 컴퓨팅 부품을 분리한 만큼 XR 뷰어는 휴대성이라는 장점을 확실하게 가질 수 있지만 고민도 남는다. XR 뷰어의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디스플레이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해줄 컴퓨팅 요소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PC처럼 모니터와 PC를 분리한 형태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단지 스마트폰처럼 휴대하기 쉽고 배터리의 효율성을 감안해야 하므로 강력한 컴퓨팅을 구현하긴 어려울 뿐이다. 다행히 5G 생태계에서 확산되는 엣지 컴퓨팅 환경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4. XR 헤드셋 컴퓨팅은 두 손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직관성이 뛰어난 컴퓨팅을 구현한다.(이미지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유튜브 캡쳐)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무선 망을 통한 전송된 데이터를 모아 처리하는 데이터 센터가 강화되고 규모도 커졌지만, 개인용 스마트 장치는 물론 각종 센서와 자율 주행 자동차, 로봇, 드론 등 다양화된 무선 장치의 증가로 폭증하는 무선 데이터를 수용하려면 기존 망이나 데이터 센터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게 됐다. 무엇보다 밀리미터파까지 확장한 5G는 저지연 및 전송 성능과 함께 다채로운 무선 장치가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지만, 밀리미터파 5G로 인해 폭증하게 될 무선 데이터를 데이터 센터에서 처리할 때 발생하는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좀더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고 서비스에 적용하는 엣지 컴퓨팅, 또는 엣지 클라우드도 빼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XR 뷰어가 많이 보급될수록 밀리미터파 5G와 엣지 컴퓨팅 환경이 더욱 밀접해질 수밖에 없는 주장을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XR 뷰어는 이름의 특성 상 데이터나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표시하는 장치라고 생각할 것이라서다. 하지만, XR 뷰어는 실제 공간 또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가진 장치다. XR 뷰어는 카메라 또는 라이다 같은 센서와 안구 추적, 마이크 등 여러 센서와 장치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즉, XR 뷰어 사용자의 공간, 또는 그 공간에서 하는 말이나 소리, 손짓 등 온갖 움직임을 데이터로 변환해 처리한 뒤 고도의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XR 뷰어 이용자가 많아지면 수집되는 데이터를 감안할 때 대량의 장치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빠른 전송을 위한 밀리미터파 5G는 거의 필수다.

5. 엣지 디바이스를 클라우드와 연동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전략.

물론 XR 뷰어 도입 초기는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 굳이 밀리미터파까지 확장된 5G나 엣지 컴퓨팅의 필요 여부는 다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두 가지 요소를 배제하고 제대로 된 능력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밀리미터파 5G를 구현하지 않은 환경에서 XR 뷰어를 쓰더라도 어느 정도 결과물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연의 결과를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이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하나의 가상 공간 안에 여러 사람이 참석하는 가상 원격 회의를 열거나 지금 진행 중인 야구나 축구 같은 프로 스포츠를 경기장에 가지 않고 수많은 이들과 함께 원격 응원에 참여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신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신호를 보내 실시간으로 동기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송 기술과 처리 기술 없이 불가능하다.

6. 이미 AR 또는 VR에서 실제 같은 사람의 모습을 표시하고 협업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스패시알 유튜브 캡쳐)

결국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위한 XR 뷰어 이용자가 늘어날 수록 그에 비례해 데이터 폭증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앞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존 3G 망으로 데이터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이후, 더 빠른 전송 속도와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LTE로 업그레이드해 안정을 찾았던 것처럼 XR 뷰어가 점차 대중화될 수록 더 많은 장치를 안정적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술의 요구는 더욱 도입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XR 뷰어를 위해 밀리미터파 5G 대역으로 확장하고 엣지 컴퓨팅으로 처리 성능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선택적 옵션이 아니라 이미 지난 스마트폰 시대를 거치면서 학습했던 경험의 결과인 것이다.

 

XR 뷰어 시대에 새 역할 확인할 5G 스마트폰

그런데 밀리미터파 5G의 구축과 엣지 클라우드를 애플 글래스 같은 XR 뷰어의 능력을 살릴 수 있다고 해도, 이용자가 갖춰야 할 게 한 가지를 더 있다. XR 뷰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수신할 수 있는 장치인 5G 스마트폰이다. 물론 5G 스마트폰은 XR 뷰어가 없어도 그 자체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5G 시대에 접어든 이후 스마트폰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아왔다. 왜 5G여야 하는지, 왜 밀리미터파를 지원해야 하는지 등 당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과 맞서는 중이다. 이는 단일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터라 더 이상 새로움을 찾을 수 없기도 하거니와 5G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7. 출시를 시작한 XR 뷰어 엔리얼(Nreal).

XR 뷰어와 만나는 5G 스마트폰은 그 자체만 핵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XR 뷰어를 위한 능력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작업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5G 스마트폰의 연결성이나 5G 망 품질은 XR 뷰어의 출현 이후에 이용자에게 전혀 다른 가치로 나타날 수 있다. 지금 5G를 쓰고 있는 이용자들이 크게 눈 여겨 보지 않은 지연 시간이나 초당 전송량을 높이기 위한 5G 기술과 주파수, 대역폭의 영향이 XR 뷰어 환경에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5G 상용화를 했음에도 아직 밀리미터파 대역으로 확장도 남아 있고, 5G 스마트폰이 이러한 기술 변화에 대비되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애플 글래스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줄 상징적인 제품일 수 있다는 의미다. 2022년에 출시한다는 문서의 등장으로 관심이 폭발한 XR 뷰어 계열인 애플 글래스를 어느 시점에 발표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애플 역시 5G 망을 지원하는 새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또는 비슷한 시점에서 이 제품을 공개할 것이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애플 글라스를 안경 형태로 개발하기까지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했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던 시간이 필요 했지만, 애플도 스마트폰의 경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강력한 컴퓨팅과 초고속 5G 망 환경을 고려한 준비를 해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8. 올해 대비를 시작한 XR 뷰어 및 지원 스마트폰, 이동통신사들.

흥미로운 것은 애플만이 XR 뷰어의 미래를 보여 줄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 글래스가 단연 주목을 받기는 해도 이미 비슷한 XR 뷰어를 내놓은 기업도 있고, 2021년을 목표로 다수의 제조사들이 비슷한 안경 형태의 XR 뷰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XR 뷰어를 연결할 수 있도록 5G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들도 함께 채비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연합에 5G 망을 서비스 하는 세계 여러 이통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형태는 매우 단순한 주변 장치로 보이는 XR 뷰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장치가 아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매우 복잡한 제품이다. 무엇보다 5G 스마트폰의 역할에 의문을 가졌던 수많은 이들에게 XR 뷰어와 조합은 그 의문부호를 제거하고 느낌표로 바꿀 좋은 한 수다. 비록 XR 뷰어를 쓰는 동안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수많은 기능을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XR 뷰어를 5G 밀리미터파에 연동시켜 새로운 이용자 경험으로 확장하는 연결 고리로써 비중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5G 스마트폰의 역할을 찾게 만들 XR 뷰어의 이야기는 먼 미래에 대한 예견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7월 2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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