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5G 향한 필수 영양분, 밀리미터파(mmwave)

얼마 전까지 드문드문 쓰이긴 했지만, 몇 년 전쯤 ‘LTE급’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쓰였던 적이 있다. 3G보다 빠른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그 빠른 속도를 빗대어 일을 빠르게 처리했을 때 흔하게 꺼냈던 말이었다. 그런데 5G 상용화를 한 지금 ‘5G급’이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한 듯하다. LTE때에 비하면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른 5G 서비스를 시작했는데도 그 반응은 뜨겁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5G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 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어쩌면 거의 비슷한 대답을 들을 듯하다. 그나마 나은 대답은 “잘 모르겠다”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LTE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품은 표현은 아직 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해 되는 부분은 있다. 아직 5G는 시행 초기이고 완벽하진 않다는 점이다.

원래 이동통신망 서비스는 항상 상업 서비스와 베타 테스트가 병행되는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고 시행 초반, 다양한 문제가 지적된다. 속도는 물론 안정성 등 여러 불안 요소에 대한 지적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비슷한 길을 따르고 있는 5G도 초반 평가는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5G가 언제쯤 LTE보다 눈에 띄는 성능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지 말하기는 어렵다. 이용자들은 저지연, 빠른 전송에 필요한 기술적 조건을 충족한 5G 스마트폰을 하나 둘씩 손에 쥐기 시작했지만, 밀리미터파(mmWave)라 부르는 고대역 주파수 스펙트럼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은 아직 갖춰지지 않아서다.

 

5G의 두 얼굴, 서브-6와 밀리미터파

이동통신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전파를 이용해 신호를 송수신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이 나올 때마다 항상 이동통신용 전파를 송수신하는 통로가 되는 주파수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흔히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에게 “나하고 주파수가 맞는데?”라고 말했던 것처럼 보내는 장치와 받는 장치가 서로 주파수를 맞춰야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무선 장치들은 이러한 주파수가 있어야 하고 이동통신도 이에 필요한 주파수가 있어야 한다.

5G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항상 서브-6(Sub-6)와 밀리미터파(mmWave)라는 두 용어가 따라 붙는다. 이 두 가지를 꼭 알 필요가 없으면 더 없이 좋으련만, 그래도 지금 이용자가 갖고 있는 5G 스마트폰의 처지를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고 있는 편이 나을 듯하다.

5G NR이 포함된 주파수 대역의 예상 변화(이미지 출처 | 에릭슨)

먼저 서브-6는 6GHz 이하의 주파수를 의미한다. 물론 6GHz 이하를 전부 5G용 주파수로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꼭 알 필요는 없으나) 중대역으로 분류되는 1GHz 이상 2.6GHz 이하 주파수와 3.5GHz 이상 6G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일부 주파수를 할당해 5G에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밀리미터파는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다. (주파수 특성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28GHz,  39GHz 등이 포함된 24GHz~52.5GHz 대역의 주파수를 5G 통신을 위해서 쓸 수 있도록 새로운 NR(New Radio) 범위를 명시했다. 더 즉각적이고 빠른 5G를 위해서 밀리미터파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좁은 국도 여러 개와 넓은 고속도로의 차이

5G NR은 이처럼 중 대역과 고 대역의 두 가지 주파수 대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지만, 현재 이 두 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대부분의 이통사들은 서브-6 대역에서만 작동하는 5G 설비를 구축하고 있고 이용자도 이 대역에서 전송된 5G 신호를 잡고 있다.

그런데 서브-6 대역만으로 5G 서비스가 충분하다면 밀리미터파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실 주파수에 따른 전파의 도달 거리를 따진다면 좀더 신호를 멀리 보낼 수 있는 서브 6 대역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5G가 저지연, 초고속, 대규모 접속을 염두에 둔 무선 통신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밀리미터파도 분명 필요하다.

이동통신망의 기존 스펙트럼은 더 차선은 더 늘릴 수 없는 도로와 같아서 5G는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새로운 도로를 추가로 만든다.(이미지 출처 : 퀄컴 코리아 영상 캡쳐)

지금 5G가 쓰고 있는 중대역 스펙트럼 상황은 더 차선을 만들 수 없는 도로나 다름 없다. 마치 두 도시를 오가는 수많은 자동차를 위해 좁은 2차선 국도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쓰는 셈이다. 폭이 좁은 차부터 넓은 대형 트레일러 등 차량이 더 늘어나면 도로를 더 넓히거나 차선을 넓혀야 하는 데, 도로 사이 사이에 용도가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 허물기도 어렵다. 즉, 쓰임새가 좋은 주파수를 방송, 통신, 군사, 교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눠서 쓰고 있으므로 스펙트럼을 더 쪼개고 쪼개도 5G를 위한 주파수를 분배하기 힘들다. 또한 워낙 주파수가 밀집되어 있어 주파수 중첩이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넓고 직선으로 뻗은 새 도로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전에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막고 있던 커다란 산과 수많은 건물을 피해 길을 냈다면, 오늘 날 새로운 기술과 장비로 터널을 뚫고 교각을 세워 이전보다 더 빠르게 다양하고 많은 차량이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넓은 길을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5G를 위한 밀리미터파는 새로 뚫은 고속 도로와 같다. 무엇보다 도로 폭으로 비유할 수 있는 채널 대역폭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면 10~20MHz의 대역폭으로 된 여러 중대역 주파수를 모아서 넓은 도로를 만들지 않고도 처음부터 50~400MHz에 이르는 더 넓은 대역폭의 통신 전용 도로를 만들 수 있다. 이전에는 군사용 또는 특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잘 쓰지 않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진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밀리미터파의 단점보다 강한 필요성

여기서 한 가지 돌아볼 점은 밀리미터파를 지금까지 이동통신에 쓰지 않았던 이유다. 이처럼 넓은 대역폭과 빠른 전송이 가능한 밀리미터파를 이동통신에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상 핵심적인 이유는 주파수 특성이다. 주파수는 긴 파장을 가질 수록 장애물을 피하거나 관통하는 성질이 강하다. 쉽게 말하면 가까운 곳에 방송국 송신 안테나가 없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FM 라디오나 AM 라디오 신호를 수신할 수 있을 만큼 멀리 전파된다. 산에 막혀도 회절을 통해 더 먼 거리까지 전송되고 품질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기존 기지국은 적은 안테나로 넓은 커버리지 안의 장치를 연결하는 반면, 5G는 세분화된 대량의 안테나 어레이를 통해 표적 형태로 수많은 장치의 신호를 주고 받는다.(이미지 출처 : IEEE 블로그)

하지만 주파수 대역이 높아지고 파장이 짧아질수록 전파의 도달 거리는 짧아지고 벽과 같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반사되어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하는 것이다. 더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중계하고, 지하처럼 통신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 지역마다 스몰셀이나 중계기를 설치해 도달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동통신용 주파수보다 더 높은 대역의 밀리미터파는 이러한 전파의 약점이 더 크게 나타난다. 비록 파장이 극도로 짧아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도 전파 도달 거리가 매우 짧아 손실이 높고 건축 자재나 날씨 같은 환경까지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사람에게 가로 막히기도 할 정도다. 마치 새 고속도로를 뚫기는 했는데, 차가 넘어갈 만큼 바람 심한 해안가 도로에 뚫은 셈이라고 할까?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밀리미터파를 이동통신용으로 쓰려는 이유는 있다. 앞서 이야기한 기존 주파수 자원의 한계를 돌아봐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데이터의 폭증 때문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무선 데이터를 쓰는 스마트폰 같은 컴퓨팅 장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물 인터넷 장치와 자동차, 로봇, 각종 방송 장비 등 온갖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장치들이 무선 연결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연결된 상황이다.

밀리미터파와 서브-6는 파장의 길이로 인해 같은 시간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다르다.(이미지 출처 : 퀄컴 코리아)

문제는 많은 무선 장치가 연결될 수록 한정된 주파수 자원 안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망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장치들이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만큼 손실은 불가피하기에 더 많은 주파수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기존 자원은 이미 말한 대로 한계가 온 것이다.

또 하나는 전파의 특성이다. 지금까지는 밀리미터파 특성의 약점만 봤다면 그 반대의 특징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파장이 짧아 안테나 및 기기의 소형, 경량화가 가능한 점, 여유 있는 대역폭으로 정보량을 대량 전송할 수 있는 점, 주파수 재 사용율이 높은 점 등 장점을 살펴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데이터의 전송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파장이 짧아 그 이전보다 동일한 양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한다. 결국 밀리미터파를 쓰기 위해선 더 촘촘한 기지국과 스몰셀을 구축하는 것과 아울러 전파 다중입출력 시스템인 매시브 미모(Massive MIMO)나 지향성 신호 전송 기술인 빔포밍(Beamforming), 동적 안테나 배치를 통한 빔스티어링 같은 기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워 밀리미터파를 쓸모있게 만들고 있다.

소니와 버라이존, NBC는 방송 장비에 5G 스마트폰을 연결한 뒤 밀리미터파 5G 망으로 NFL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실험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이용자들이 최근 구매한 5G 스마트폰은 이미 밀리미터파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밀리미터파 상용화를 한 미국은 이러한 스마트폰을 고화질 방송 중계에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CES 2020에서 소니는 NFL 경기장에서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퀄컴 5G 모뎀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연결한 고화질 방송 카메라의 촬영 영상을 버라이즌의 밀리미터파 5G 망을 통해 NBC 방송국으로 거의 지연 없이 4K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술 증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밀리미터파 5G 중계가 현실화되면 이용자는 현장과 거의 시차가 없는 고화질 중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5G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선 서브-6 대역 뿐만 아니라 밀리미터파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서브-6 대역을 활용해 5G의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고 장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밀리미터파 없이 5G를 완전체라 말하긴 너무 이른 시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와 당신이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5G는 언제쯤 완전체로 경험하게 될지 그것이 궁금하다면 ‘밀리미터파’의 적용 시점을 확인하시라.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5 Comments

  1. 나강수
    2020년 7월 23일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한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지금 LTE 제품을 사용중입니다.
    아이폰12의 제품중 5.4인치는 sub-5Gh 이고 6.1인치 제품은 mmWave 제품이라고 합니다. 만약 제가 아이폰 12 6.1인치 제품을 구입하고 LTE유심을 꽂으면 작동이 안되나요?
    그리고 국내 5G제품들은 어느 종류의 주파수제품들인가요?
    진심으로 궁금하여 검색하여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답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hitsol
      2020년 7월 23일
      Reply

      안녕하세요.
      현재 mmWave 서비스는 미국에서 N260(37~40GHz)과 N261(27.5~28.35GHz) 대역에 AT&T와 버라이존, T모바일이 구축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 출시되는 일부 5G 폰은 밀리미터파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한국 이동통신사들이 아직 mmWave 망을 구축한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은 이동통신사가 밀리미터파 망 구축 또는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밀리미터파 기술을 쓸 수 없고,
      국내에 출시된 5G 스마트폰 가운데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제품은 최근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출시되는 5G 스마트폰은 하위 호환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LTE 심을 꽂으면 LTE로 작동합니다.
      고맙습니다.

  2. Sienna IM
    2022년 6월 14일
    Reply

    통신사들의 분위기는 mmWave는 전파 차단 문제로 실제적인 효용이 안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투자를 더해서 더 많은 중계기와 스몰셀을 설치하면 되는거 아니냐하는 것은
    사업성에 대한 근본 문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쉬운문제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하신대로 Data Traffic의 수급문제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면 LTE+ sub6로는 부족한 시점을 언제로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 시점이 늦어지게 되면 사실 6G나 위성통신등으로 Jump up가능성도 있지 않을까해서 의견을 문의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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