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LTE 시대, 지켜질 이용자와 버려질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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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TE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이것은 어차피 시기가 문제였을 뿐, 이 바닥에서는 이미 흔하게 퍼져 있던 예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제한으로 인해 피해도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 무조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 알맹이의 부실 여부도 세세히 따지고 싶지 않다. 때가 안 좋지만, 지금 이것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한다. 단지 그것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이통3사가 돌아가며 좌판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방어하기 위한 창과 방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센 놈보다 약한 놈이 먼저 시작하고 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도 어찌보면 나쁜 게 아니다. 늘 약한 놈들에게 “너희들이 먼저 좀 질러봐”라며 옆구리 쿡쿡 찔렀던 이들에게도 반가울 것이고, 이통사 내부에서도 무제한의 적용 시기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일 것이다. 이런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 새삼스러울리 없지만, 생각보다 일찍 무제한이란 최후의 무기를 일찍 꺼내들고 전투에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흥미로운 게다. 그 영토 전쟁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용자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고.


무제한 요금제에 호감을 보일 이들은 다량의 이용자들인 것은 맞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들이야 말로 이통사들이 오랫 동안 잡아두고 싶어하는 이용자다. 겉으로는 1%도 안되는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을 다 잡아먹는다며 소리 높여 비난하지만, 어차피 다른 이용자가 소비하지 않는 주파수를 적극적으로 써 주는 이들이야 말로 주파수로 장사하는 이통사에게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단지 3G 때의 학습 효과가 있던 터라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값을 팍 올려 받기로 한 것뿐이다. 그것은 여러 모로 잘 판단한 일이라고 본다. 어디까지나 사업적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이통사의 요금제 설정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을 주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주파수의 낭비, 이동 통신 품질의 저하를 걱정하는 그 말도 다 맞다. 그렇다고 그 이유에 동조하며 무작정 비난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렇게 비싼 요금을 내고 무제한 LTE를 쓰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의 슬픈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 LTE 무제한 요금제는 이동통신의 빈부 격차를 더 실감케 한다. 한달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가볍게 10만 원이 넘는 요금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없는 이통 이용자를 가려내는 요금제가 될 것이라서다. 꼭 무제한이 필요하다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무제한 요금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훨씬 쉽고 결과적으로 그 요금제에 접근할 수 없는 이용자들은 이통사의 관심 대상에서 소외된다. 이통사들도 무제한에만 초점을 맞출 뿐 나머지 고객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꼭 잡아 놓지 않아도 되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이통사의 마음이 이 요금제에 슬쩍 드러나 있다. 문득 “다들 왜 이래요? 이통요금 10만 원도 안내는 것처럼?”이라는 예전 개콘 어느 프로의 유행어가 떠오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는 관점이 이렇다 보니 무제한 요금제 못지 않게 괘씸한 정책이 있다. SKT의 ‘착한 기변’ 프로그램이다. SKT의 착한 기변은 18개월 이상 이용한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단말기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얼핏보면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제도를 필요하다고 여겨 왔다. 그런데 여기에 붙은 조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TE 62 요금제 이상, LTE 팅 42(청소년) 이상 고객이어야 한다. 나머지 요금제는 10년, 아니 100년을 써도 소용 없다. 이 정도면 착하지 않냐고? 그래, 착하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정책이 왜 갑자기 튀어 나왔는지 길게 말 안해도 알 것이다. 타 이통사의 무제한 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토실토실한 집토끼를 잡아두려는 수작이다. SKT가 곧 영업 정지에 들어가는 마당에 이통사의 ARPU를 올려주는 요금제로 꼽히는 LTE62 이상의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를 붙잡아둬야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것을 내놓고 밖으로는 장기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척한다. 모양새만 그렇다. 자세히 보라. 모든 고객에게 다 혜택을 주지 않는다. 나머지는 국물도 없다. 차등화를 두지도 않는다. 그러니 필요 없어도 LTE62 정도는 써야 이통사에게 관리받는 급에 들어간다는 말일 게다. 돈 되는 고객이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게다.  
 
요금제 선택은 이용자의 몫이지만,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참 씁쓸하다. 한동안 번갈아가며 두 이통사가 공격하고 한 이통사가 막는 현실에서 다양한 서비스 전술이 나오기를 바랐는데, 무제한 요금제가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지켜야 할 소비자와 버려질 소비자만 나눠지는 모양새라서다. 모두를 지키는 데 힘을 빼는 게 아니라 꼭 지켜야 할 것만 지키는 데 전력을 투입하는 셈. 그들 입장에서 사업은 사업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게다. 그런 질문은 대꾸해주고 싶은 마음도, 가치도 없다. 다만 한달에 10만원쯤 이통사에 군자금을 대줄 만큼 이동통신의 소비력이 강하지 않은 이용자는 그 이통사의 고객이 아닌가 되묻고 싶을 뿐이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이통 전장을 이리저리 떠도는 피난민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은 이통사가 버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말고 무슨 이유가 또 있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One Comment

  1. 아주 마음에 드는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너무 멋진 인테리어에 크림 파스타 맛도 아주 기가 막히다 그것 뿐인가? 내가 원하는 때 항상 예약이 가능했고 애들에 부모님까지 다 모시고 가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바로 서비스가 가능했다 지인에게 추천해주니 이런 좋은 곳을 알려줘서 고맙다며 자기는 이집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너무 마음에 든단다 그들 역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며 그곳의 매니아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식당 오너가 욕심을 부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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