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맥스, 인텔의 노림수

며칠 전 인텔과 KT가 와이브로에 관한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KT 와이브로의 변신, 달라지는 인텔 노트북)을 전했습니다. 이 협력으로 인해 제품과 소비자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설명했지만, 사실 이번 협력을 통해서 인텔이 얻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습니다. 무엇보다 4세대 이통 통신 시장에서 보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왜 인텔에게 와이맥스가 필요했는가?


인텔이 지금까지 가장 큰 힘을 보여주는 영역은 다름 아닌 개인용 컴퓨터 분야입니다. 소형 모바일 장치나 가전 시장으로도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역시 개인용 컴퓨팅 시장이지요. 개인용 컴퓨팅 중에서도 노트북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컴퓨팅은 물론 앞으로 더욱 소형화되는 모바일 컴퓨팅 장치에서 쓸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는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텔 입장에서는 자사 기술을 쓰는 제품이 만들어졌을 때 쓸 수 있다면 어떤 망이든 상관 없지만, 그것이 인텔이 관여된 전체 컴퓨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망을 이용하는 대가가 비싸 제품의 제조와 구매 등 컴퓨팅 생태계의 한 축을 위협했을 때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인텔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텔에게는 이러한 위협이 되는 싹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나의 망에 의존하는 종전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것만으로 큰 위협이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LTE와 경쟁에서 1차적 목표를 이룬 것과 동시에 와이맥스의 확대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4세대 이통망의 경쟁, 인텔의 역할


며칠 전 인텔과 KT가 협력하기로 했던 와이브로는 인텔이 주도한 와이맥스와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둘다 IEEE 802.16e라는 기술 표준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대역폭이 다른 탓에 호환성이 없었을 뿐이었지요. KT가 와이브로의 대역폭을 조정해 와이맥스와 호환성을 갖추게 됨으로써 국산 와이브로가 시장적 고립을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지금까지 와이맥스에 대해 알려진 것은 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LTE(Long Term Evolution)와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와이맥스와 LTE도 핵심 기술에서는 유사점이 많지만, 어쨌거나 둘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다른 길을 걷는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4세대 이동통신용으로 어떤 것을 쓸 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지요. 지금 3G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규모 이통사들 중 LTE로 옮겨가겠다고 밝힌 업체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LTE가 외형적인 승리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텔은 이미 4세대 이동통신 경쟁을 하면서 소기의 목표을 달성했으므로 이후의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4세대 이통망 경쟁의 목표라 함은 LTE의 독점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사실 인텔이 와이맥스를 지금까지 밀어붙인 이유는 향후 고속 모바일 네트워크인 4세대 이동 통신 시장에서 LTE만 살아남았을 때 전체 IT 생태계에 미칠 만만치 않은 파장을 막자는 것이었죠. 와이맥스와 경쟁하는 동안 LTE 진영의 자세가 낮아진 것을 보면 인텔은 뜻하는 바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의 분리를 시도한다


그동안 와이맥스도 수많은 나라에 씨앗을 뿌렸습니다. 문제는 ‘4세대 이통 시장은 LTE가 대세’라는 인식에서 와이맥스를 어떻게 분리시키느냐는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이맥스, LTE, 3G 칩셋의 부품 단가. 와이맥스는 LTE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인텔이 하고 있는 일이 지금의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휴대폰, 스마트폰 등 휴대 단말기에 필요한 4세대 네트워크와 별개로 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컴퓨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따로 설정하는 작업이지요. 한마디로 LTE를 휴대폰, 스마트폰의 4세대 데이터 통신망으로 정의하고 노트북을 비롯한 모바일 컴퓨팅 네트워크는 와이맥스라고 선을 긋는 것입니다.


남은 문제는 와이맥스망. 인텔이 모바일 컴퓨팅 장치를 만들 수 있는 A to Z의 부품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망이 없으면 그 의미가 없습니다. 인텔이 여러 국가의 통신 업체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와이맥스, 와이브로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망 확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LTE와 확실하게 선을 그으려면 그와 비교할 만큼 망을 깔아야 하는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늘고 있습니다. 독자적이었던 우리나라도 바뀌었고요. 인텔은 그 망을 확대하는 데 더 많이 투자를 할 것이고, 소비자는 와이맥스 노트북으로 어디에서나 모바일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텔의 와이맥스도 LTE와 시장 주도권을 두고 싸우기만 하는 경쟁 기술이 아닌, 모바일 컴퓨팅을 위한 4세대 이동통신으로서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1 Comments

  1. 2010년 10월 2일
    Reply

    인텔이 KT와 손을 잡은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네요…어찌됐든 지금의 환경변화가
    인텔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겠지요.

    • 칫솔
      2010년 10월 2일
      Reply

      환경이 변화되더라도 그들의 사업 환경이 변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

  2. 2010년 10월 2일
    Reply

    인텔이 여러 회사들을 계속적으로 인수하면서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군요.
    인수 회사에 점령군을 보내지 않는 정책으로 변할 정도로
    마인드가 바뀐 걸 보면 다급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역시 인텔이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

    • 칫솔
      2010년 10월 3일
      Reply

      와이맥스는 명백한 투자지요. 망 사업은 인텔이 특정 인수해서 운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쨌든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생태계에 맞춰 DNA를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 아는 게 인텔이 아닐까 싶네요. ^^

  3. 2010년 10월 3일
    Reply

    인텔이 요새 미고와 인텔 마켓 등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데 아직은 인텔다운 성공을 거둔 것이 없이 견제구라든가 유인구로만 쓰는 듯 합니다. 와이맥스도 결국은 주력이 아니라 그냥 대안 정도로 보는 것인데 인텔 입장에서야 실익이 많지만 이용당하는 입장에서는 생존과 고립 극복 외에 더 이상의 희망이 있을까 라는 의문은 듭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칫솔
      2010년 10월 3일
      Reply

      미고와 앱업 센터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시간이 되면 따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지요. 다만 LTE나 와이맥스나 기타 데이터 통신망은 모두 늘어나는 모바일 데이터 수요를 분산해야 하는 대안적 측면이 강합니다. 와이맥스만이 대안이 아니라 모두가 대안이라는 것, 이것이 인텔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4. ㄴㄹㄴ
    2010년 10월 3일
    Reply

    와이맥스라는게 한국의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 아닌가요?

    용어가 다른것같아서 혼란스럽네요

    • 칫솔
      2010년 10월 3일
      Reply

      혼란이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와이맥스는 한국의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동일 표준 규격을 기반으로 각자 상업적 기술로 발전시킨 것일 뿐입니다. 각국별 서비스 사업자가 누구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와이맥스, 또는 와이브로로 불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5. 2010년 10월 3일
    Reply

    꽤 의미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터망의 분리. 스마트폰과 타블릿이 아닌 넷북, 노트북만을 위한 데이터망.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차후 소형 모바일 장치용 인텔 칩셋이 출하되면 그 때는 인텔 망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잡겠죠. ^^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넵, 고맙습니다. ^^

  6. 2010년 10월 4일
    Reply

    예전에는 무선이 인체에 해롭니 머니 했는데
    이제는 그런 논의 자체도 무시된채 고속 무선 통신망들이 늘어서는 세상이 되었네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무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한쪽에서는 연구를 계속 진행중에 있을 겁니다. ^^

  7. 사각하늘
    2010년 10월 4일
    Reply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음성통신은 주기능이 아닌 부가기능 신세로 전락할 것은 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가 되겠냐겠죠. 설령 LTE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와이브로 진영이 밀려나서 없어지지만 않고 그 규모를 유지하기만 해도 최종적으는 와이브로 혹은 이후에 나올지모를 그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통신망에 흡수되겠죠. 그러므로 제 생각은 만약에 여기서 LTE에 밀려서 와이브로 시장이 죽어버린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선 정말 아까운거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와이브로, 와이맥스 둘다포함해서 우리나라 업체가 가지고 있는관련 특허가 LTE관련 특허수 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놓치기 정말 아깝죠.
    이통사도 이런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느끼고 있겠지만(모를리가 없겠지요), 문제는 아무래도 통화량 위주의 과금체계가 중심이 되는 3G망을 활용한 통신방식에 비해 고수익을 내기가 쉽지않다는데 있겠죠. 망구축에 드는 비용이 좀 절감된다는 점도 무시못할테고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언젠가는 현재의 이통사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겁니다. 적어도 현재와 같은 전화통화가 중심이 되는 사업은요. 그 시점이 되면 그런 때를 미리 대비하여 사업방식을 전환한 업체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업체들은 엄청 고생을 하겠지요. 망하기도 할것이고요.
    뭐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어쨌든 제가 우려하는건 계속 국내 이통사들이 통화중심망에만 그리고 그 관련사업에만 미련을 갖는다면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번에 ceatec2010에서 삼성이 와이맥스2 관련 솔루션에 대한 시연을 했는 모양이더군요. 내년 하반기에 관련 제품들을 양산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통신속도도 스펙상으론 lte보다 높은것 같더군요.
    관련기사는 아래 링크로 가시면 있습니다.
    http://www.engadget.com/2010/10/04/samsung-showing-off-330mbps-wimax-2-mobile-broadband-over-at-cea/
    전자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과 인텔이 와이맥스 시장에 계속 투자하는게 그나마 명맥을 유지시켜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봅니다.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아.. 위에서 설명을 드리지 않은 것이 와이맥스 로드맵이었는데요. 802.16m으로 발전하면 지금 LTE보다도 속도 면에서는 더욱 경쟁력 있는 망이 될 겁니다. 이미 그렇게 가려는 업체들도 보이고요.
      긴 설명 고맙습니다. ^^

    • 2010년 10월 30일
      Reply

      ㅠㅠ 와이브로(와이맥스)가 주도권 지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감합니다

      음성통신위주로하다가 망합니다.

      이건 과거 PC통신 시절을 봐도알수있죠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PC통신은

      초고속인터넷이 등장하는데도

      자기네 서비스를 고수하다가

      전부 망해버렸죠.

  8. 하노의
    2010년 10월 6일
    Reply

    어디에서나 의도없는 관심은 있을수 없고 투자는 말할것도 없죠.. 사실상 LTE가 주도적인 분위기로 가고 있지만, WiMax쪽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보이는게,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참여를 한다는 점이네요.. 투하자본이 막대한 만큼 어쩌면 사할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막상 잘된다면 그 과실을 독차지 하는거는 그 참여기업들이네요.. 그만큼 기술선도와 표준화라는것이 중요한 것이니까요..앞으로의 귀추가 기대됩니다.

    • 칫솔
      2010년 10월 7일
      Reply

      기업들의 참여도 그렇고 최근 IT가 발전한 국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점이 고무적인 듯 싶더군요. 아무튼 이러한 투자가 이용자 편의성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9. 2010년 10월 7일
    Reply

    4g는 WiMAX, 곧 Wibro가 선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굳이 PC진영과 나누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ISM밴드의 주파수 낭비, 중계장비낭비죠.) 이미 안드로이드도 테더링이 대세가 되어버리는 시점에서 망효율성면에서 같은 방식이 더 좋죠.
    Wibro에 우리쪽 지적재산권도 끼어있는만큼 잘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 칫솔
      2010년 10월 7일
      Reply

      와이브로와 LTE는 ISM 밴드 대역이 아닌데요. 아무튼 이번을 계기고 와이브로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