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따로 머리 따로 노는 소니 마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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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 COM-2. PSP라는 걸출한 효자 상품에 비하면 애물딱지였던  마일로(mylo)의 후속작이다. ‘환영받지 못한 마일로’라는 부제를 달고 내쳐질 줄 알았던 마일로를 업그레이드해 내놓다니 소니도 제법 배짱있는 짓거리를 하기는 했다. 이왕 업그레이드 하는 김에 몸을 제대로 만들어 내놓으려고 한 모양인지 장난스럽게 만들었던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한 눈에 야물게 보이게끔 만들어 놓았다. 일단 호감이 가는 겉모양과 아울러 몇몇 기능이 내 호기심에 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고, 결국 주문한 검정색 마일로 COM-2를 지난 주에 받았다.


마일로 COM-2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깔끔하면서도 단단한 그 몸 때문은 아니다. 번지르르한 생김새보다는 휴대 인터넷을 위한 재주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태에서 스카이프나 구글 토크 등으로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 있고, RSS에 등록한 글을 읽고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풀 브라우징까지 한다. 음악과 동영상을 즐기고 사진을 찍거나 감상할 수도 있다.  마일로 COM-2는 인터넷을 통한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나 역시 인터넷을 이용하는 여러 재주에 끌려 마일로 2를 고른 것이다.


일단 보는 만족도는 좋다. 틀은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이 매끄럽게 다듬었고, 장치를 켜는 순간 왼쪽과 오른쪽 끝 테두리에 작동 상태를 알리는 연두색과 파란색 LED가 켜지며 주인을 반긴다. 8.9cm(3.5인치) 밖에 되지 않는 800×480의 와이드 화면 덕분에 글자와 이미지가 더욱 또렷하게 느껴진다. 터치스크린을 썼음에도 뿌옇게 보이는 필름 현상이 없어 더욱 깨끗하게 보인다. 화면 부분을 위로 올리면 아래에 키보드가 나타나는 슬라이드 구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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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 2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뽀샵' 카메라다.
마일로 2를 켰을 때 뜨는 것은 리눅스 기반 위에 얹은 큐토피아라는 인터페이스다. 마일로 1에서도 이미 쓰던 것이라 큰 차이는 없어 보이고 상하좌우 메뉴를 옮겨 다니도록 되어 있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포인트 스틱과 슬라이드 키보드 외에도 화면 주변에 있는 6개의 터치 버튼을 이용해 메인 메뉴에서 서브 메뉴로, 서브에서 메인으로, 그 밖의 옵션을 바로 설정할 수 있다. 무선 랜 연결도 매끄럽고 WEP와 WPA 보안 옵션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맥도널드 핫스팟 존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만 오갈 때의 움직임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마일로 2에 있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다보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지배 당한다. 한글이 안나온다는 불편함보다 하드웨어적인 마인드가 앞서는 기업으로서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적화에 미진했다는 티가 곳곳에서 노출된다.


인터넷 관련 기능에 대한 만족도는 뒤로 하고 가장 큰 문제는 메모리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마일로 2는 휴대 장치치고는 제법 많은 128MB의 램을 꽂아 놓았다. 그런데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띄운 상태에서 스카이프를 실행하지 못한다. 원래 멀티 태스킹이 안되는 게 아니다.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띄운 상태에서는 스카이프가 돌아간다. 기가 막힌 것은 두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도 30MB도 차지 하지 않는데 메모리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더 이상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가 없는 상태에서는 웹브라우저를 띄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시스템 자체에 한글이 없어 한글 제목으로 된 mp3나 동영상 파일 모두 깨져 나온다. 우리나라 블로그나 웹사이트의 한글 역시 나오지 않는다.


메모리 문제를 잊고 각 기능만 하나씩 실행했을 때 대부분은 쓸만하다. 스카이프 통화 음질이나 문자 전송도 나쁘지 않았고, 수화 부분을 귀에 대면 전화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 등록해 둔 RSS 글도 잘 긁어왔고 웹브라우저 역시 영어권에서는 제법 잘 작동한 데다 유투브에 접속해서 동영상도 볼 수 있었고 플래시까지 다 표시했다. 하지만 굼뜬 표시 속도와 스크롤 때문에 답답하고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게 불편하다. 한글 사이트에만 들어가면 메모리 부족 에러를 띄우면서 표시를 하다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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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쓸 수 있는 메모리가 부족하니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닫으라는 메시지가 종종 뜬다.
음악이나 동영상 플레이어는 평범하다. EQ를 빼면 음악을 좀더 신나게 즐기는 재주도 없고, 동영상 화질은 깨끗하지만 탐색 기능이 약해 그저 그렇다. 그나마 사진을 찍고 이를 보는 재주는 흥미롭다. 13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아 1,280×1,024 크기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데, 노출 보정과 디지털 줌을 쓸 수 잇다. 인물을 화사하게 찍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간단한 회전, 잘라내기 같은 편집을 할 수 있고, 사진 위에 직접 낙서도 할 수 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넘겨 볼 때도 자연스럽게 다음 사진을 표시하는 효과가 있어 재미있다. 마일로 2는 엉뚱하게도 카메라 기능만 강력하다. 키보드로 문서를 작성하고 파일을 복사하거나 이동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메뉴를 고를 때 쓰라고 만든 왼쪽 포인트 스틱은 웹브라우저 안에서 탭키의 역할을 하도록 했지만, 별로 실용성은 없다. 차라리 브라우저 안에 커서를 넣어 이를 다룰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마일로 2는 위젯을 추가할 수 있지만, 그 수가 별로 없다.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데 게임 역시 설치가 안된다. 되는 것도 많고 된다는 것도 많은 데, 제대로 굴러가는 게 별로 없다.


소통을 하라고 만든 장치인 마일로 COM-2. 장치와 소통하는 것조차 답답하고 힘든데, 다른 이와 소통을 하는 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CPU  i.MX31L(ARM1136JF-S) 532MHz
  128MB
화면 8.9cm(3.5인치) 800×480 터치 스크린
무선 랜  802.11b/g(11/54Mbps)
재생 파일  음악 MP3, WMA, AAC, ATRAC
                동영상 MPEG4 SP/ASP, AVC Baseline
                사진 JPEG, PNG, BMP
저장장치 내부 1GB 플래시/외부 메모리 스틱 듀오(최대8GB)
PC 연결  USB(미니B), USB 충전됨
카메라  130만화소 (1,280x,1024)
크기/무게 130.8×64.6×20.7mm/193g
전원  3.7V 1200mAh리튬 이온 밧데리
작동 시간 음악 20시간, 비디오 7시간, 인터넷 통화 6시간

점수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6 Comments

  1.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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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받으셨군요….부럽네요..
    미국에서 사용은 좋을듯한데..저에게 넘겨주심이..(제가 미쳤어요. 이해해주세요)
    한글지원안되는건…ㅡ_ㅡ…

    • 2008년 2월 27일
      Reply

      받다니요. 샀답니다. 배송비만 아꼈지요. ^^
      미국에서 쓰기에도 그저 그럴 듯 싶어요. 너무 느려서…

    • 2008년 2월 27일
      Reply

      헛..사신거군요..
      속도가 아이폰보다 느린가요?

    •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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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브라우징 속도는 현재까지 아이폰을 능가하는 것을 못봤어요. 하지만 무선 랜을 통핸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완성도는 마일로가 더 낫지요.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지요. ^^

  2. 역시 손휘는...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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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휘의 가장큰 문제점은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 물건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는것이며 그다음 문제점은 펌웨어의 개발이 매우 허접스럽다는 것이다… psp 만봐도 그렇죠 쩝;; 정작 정식 펌웨어 보다는 커스텀 펌웨어의 기능이 월등하다는것, 아얄쉘이나 홈브류 같은건 손휘에서 만들생각은 있었는지…마일로도 인기좀 끌면 유저들이 개발한 커펌이 대세일듯^^

    •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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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휘라고 하시는군요. 전 손희라고 부릅니다만.. ^^
      소니는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너무 빨리 취해 버린 듯한 인상을 주고는 하는데, 마일로 2도 그런 듯 싶네요.
      참고로 PSP와 마일로는 소니라는 가문은 같지만, 태생이 좀 다릅니다. PSP가 작은 집(SCE) 태생이다보니 관리도 다르답니다.

  3. 2008년 2월 27일
    Reply

    속도와 궁합이 문제였군요…좀더 기다려야 할지, 그냥 미니노트북을 사야할런지요? ^L^

    • 2008년 2월 27일
      Reply

      두뇌를 효율적으로 쓸 수만 있어도 괜찮은 데 말입니다. 이게 하드웨어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겠지요.
      그나저나 미니 노트북을 기다려야 한다면 하반기까지 기다리시는 게 바람직하리라 봅니다. ^^

    •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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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럼 하반기에 지를 준비를 ㅎㅎ ^L^

    •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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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3월 초에 열리는 세빗을 통해 올해 나올 미니 노트북의 윤곽을 보실 수 있으실테니 그 정보를 보시고 결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4. 2008년 2월 27일
    Reply

    내부의 웹브라우저도 엿같고.. 한글출력도 안되는 손휘는..?
    참 병맛 나는군요

    •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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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출력이야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니 그렇다쳐도 메모리 관리 문제는 좀 심각하다는.. ^^

  5. 소니제품 대부분이 그런 것같음
    2008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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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웨어 스펙은 상당히 괜찮은데,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가 못받쳐주는 느낌이 있죠. 노트북이나 mp3(ac3인가..)플레이어 제품은 특히나 심함.

    • 2008년 2월 27일
      Reply

      지금 소니에게 필요한 건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지요. 하드웨어에 쓰는 신경을 1/5만 소프트웨어에 투자해도 소니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겁니다.

  6. 질문있는데요
    2010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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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미국에서 마일로2를 사서 들어왔는데요
    인터넷,전화연결 을 할수있는지요?
    hotspot database는 업데이트 시켜야하는걸로 알고있는데요
    방법좀 가르쳐주세요ㅠ

    • 칫솔
      2010년 8월 9일
      Reply

      저도 국내에서 시도하다가 실패한 기능입니다.
      잘 안 되는 듯 싶던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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