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4 출시 연기, 왜 애플은 입을 안 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말, ‘쫘악쫘악~’ 내리는 장마비가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혔지만, 온라인은 오히려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지난 주 스티브 잡스의 안테나 게이트 발표 이후 아이폰 4 국내 출시가 연기된 사실이 전해지자 지난 주 일요일 KT가 아이폰 4 출시와 관련한 짤막한 PR 성명을 냈기 때문이지요.



KT는 당초 7월 중에 아이폰4를 출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식승인을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1-2개월 내에 아이폰4를 출시하게 될 예정입니다.
아이폰4에 관한 정보는 애플 홈페이지(
http://www.apple.com/kr/iphone/) 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 다음 내용은 애플에서 KT로 전달된 PR Statement 입니다.
 
Initially KT was scheduled to launch iPhone 4 in July.
However, because it is taking longer to prepare for regulatory approval, KT will now launch iPhone 4 in the coming months.
For more information on iPhone 4 please visit
www.apple.com/iphone.


☞ Statement 영문 공개는 KT-애플간의 양사의 공동 입장을 설명드리기 위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온 직후 아이폰 4 출시가 지연된 것을 두고 KT에 대해 비난을 보내는 이들이 많더군요. 수많은 음모론도 많았지만, 그런 음모론을 둘째치고 업무 진행 절차를 따졌을 때 KT가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것은 지나친 부분이 있더군요.


아이폰 4 인증 요청 주체는 KT가 아니다


아이폰 4의 전파 인증 요청을 KT가 해야 하느냐, 애플이 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방통위가 이통사든 제조사든 누구나 승인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전파 인증을 비롯한 수많은 행정 절차를 요청하는 업체는 제조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KT가 수입 당사자라면 당연히 KT가 승인을 받는 게 맞지만, 아이폰의 국내 수입 업체는 공식적으로 애플입니다. 제품의 수입과 통관 등을 애플이 책임져야 하므로 이에 대한 형식 승인 요청은 애플이 하는 게 맞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파는 데 문제가 없는 제품임을 수입 당사자가 정부로부터 승인 받아 들여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KT가 모든 행정 절차를 밟아 승인을 받았는데, 애플이 해당 모델의 이름을 바꾸거나 조금이라도 인증 받았던 제품과 다른 형식의 제품을 들여온다면 이 승인은 무의미한 게 됩니다. 때문에 KT가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 애플은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나? 그것이 의문 아닌가?


사실 KT가 아이폰 4를 들여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분명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폰 4를 발표하는 당일 7월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되었다는 것만 해도 저는 애플 코리아보다 그동안 아이폰 3GS를 판매했던 KT가 더 많이 노력했던 결과였다고 했지요. 다만 이번 애플 발표에서 한국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적잖이 실망한 이들이 그 분노의 감정을 폭발시켰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파 인증을 비롯한 모든 형식 승인은 KT와 상관 없이 제조사가 합니다. KT가 대행은 할 수 있지만, 그 주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란 것이지요. 또한 일부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통사의 망 연동 테스트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방통위가 밝힌 대로(http://bit.ly/dfSjMU) 애플은 그 어떤 서류도 접수시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국내 출시를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거나 다른 이유로 지연시켰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애플이 국내 출시 준비를 해 놓은 뒤 KT가 망연동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겨서 출시를 연기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말 그대로 애플 뿐만 아니라 KT에도 책임을 물려야 하는 상황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만큼은 아닙니다. 형식 승인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애플에 그 책임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KT에 이유를 대라는 건 벙어리에게 말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


지금 KT에게 7월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는 그 이유를 대라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위 PR 성명을 보듯이 KT는 스스로 그 어떤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저 PR 성명 역시 애플에서 나온 것을 KT가 받아서 대중들에게 전달했을 뿐입니다. 왜 KT는 말을 못할까요? 외국계 업체와 일을 해본 이들이라면 알만한 일이겠지만, 공식적인 발표나 모든 언급은 철저하게 제한됩니다. 만약 말 한마디라도 실수를 한다면 계약이 파기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폰 4를 들여와야 하는 KT로서는 보나마나 벙어리 냉가슴 앓는 상황일겁니다. 할말은 정말 많은 데 계약 조건으로 인해 말은 못하겠고, 애플이라는 입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데 도통 입을 열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런데도 KT에게 이실직고를 하라며 다그치는 지금 상황이 더 황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입을 열어야 한다


이번 문제를 망 연동 문제와 엮는 기사도 보이지만, 사실 망 연동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대로 인증 요청은 망 연동 없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개인 인증 할 때 망 연동 안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망 연동을 하는 이유는 이 제품을 팔아야 하는 KT 입장에서 품질 시험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애플이 미리 아이폰 4를 보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발표 뒤에야 제품을 받아 망 연동 테스트에 들어갔을 텐데, 망 연동 시험에만 짧으면 한 달, 길게 두 달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는 형식 승인과 상관 없이 판매할 제품이 해당 이통사 망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으로 이 테스트가 제대로 안되면 이통사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 수 없습니다. 망 연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와 협의해 문제 수정 후 제품을 출시하는 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려고 KT가 노력을 다했을 것이라는 것은 보나마나한 일입니다. ‘제 코가 석자’인 KT가 지금 무엇을 가리겠습니까?


결국 이번 문제의 당사자는 KT가 아니라 애플입니다. 6월 9일 아이폰 4 발표 이후 무려 한달 반이 지났는데도 형식 승인을 받지 않은 이유를 애플이 밝혀야 합니다. 그것을 정부 탓인양 돌린 이유도 밝혀야 합니다. 아이폰 4를 유통하기로 한 KT가 다 뒤집어 쓰고 넘어갈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논란만 부채질 해놓고 뒤로 쏙 빠져 있을 셈인가요? 지금이 상황에 대해서 입을 여는 쪽은 애플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일 겁니다.


덧붙임 #


이럴 때 기사에 등장하는 KT 고위 관계자가 누군지 참 궁금하네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0 Comments

  1. 2010년 7월 19일
    Reply

    에휴 정말 안타깝네요.
    아이폰4 출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KT 입장에서도 정말 속터질만한 상황이라 이해는 됩니다. ㅡ,.ㅡ;

    • 칫솔
      2010년 7월 19일
      Reply

      KT는 이해가 된다쳐도 애플은 뭐하는지 모르겠더군요.

  2. 2010년 7월 19일
    Reply

    정말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 칫솔
      2010년 7월 19일
      Reply

      그러게요. 서둘러 조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3. 2010년 7월 19일
    Reply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4’의 한국 출시가 연기됐습니다. ‘아이폰4’를 유통할 것으로 알려진 KT는 애플의 발표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KT는 1~2개월 내에 제품이 출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짧막한 논평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1~2개월 뒤에도 ‘아이폰4’의 국내 판매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KT의 의지가 아니라 애플의 의지입니다. 스마트폰은 무선인터넷 매출 확대를 노리는 통신사의 중요한 접점입니다. 아…

  4. hak
    2010년 7월 19일
    Reply

    KT에서 망연동 테스트 끝나면 애플에 우리 테스트 끝났다 우리가 팔거니까 들여와라 하면
    그때 전파인증 받는거 아닌가요? 살사람도 없는데 전파인증을 왜 하겠어요,, 제 추측입니다.

    • 칫솔
      2010년 7월 19일
      Reply

      망연동 테스트와 전파 인증은 상관 없음을 글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살 사람이 없어도 팔 계획이 있다면 전파인증을 할 수도 있겠지요.

  5. 2010년 7월 19일
    Reply

    아이폰4 출시 연기 관련 KT 공식입장 지난 17일, 애플의 공식 회견에서 아이폰4 2차 발매국가 중 대한민국만 제외된다는 쇼킹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에 KT 표현명 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4 출시 연기소식에 당황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늦어도 19일 월요일 이전에 회사의 공식채널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아이폰4 출시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고객님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며 입자을 밝힌바 있습니다. 이에 아이..

  6. 2010년 7월 19일
    Reply

    좋은글 보고 잘 배워갑니다 ^^

    • 칫솔
      2010년 7월 20일
      Reply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나중에 러브드웹님과 함께 뵈었으면 좋겠네요 ^^

  7. 2010년 7월 19일
    Reply

    참 대단한 기업이예요.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정부 승인 어쩌고 하니 말이죠.
    잡스는 안티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어요.
    신도는 만들어 낼 망정 다수로부터의 존경은 힘들 것 같아요.

    • 칫솔
      2010년 7월 20일
      Reply

      그래도 그를 우러러보는 수많은 이들의 교주 아니겠습니까~ ^^

  8. 2010년 7월 19일
    Reply

    애플입장에서는 3gs때도 그랬듯이 한국은 그다지 관심 밖인듯… 공공연히 우리가 한국기업이었으면 좋겠냐~ 라는 발언을 해서 살짝 자존심 긁는 발언을 한것도 보면 말이죠.

    • 칫솔
      2010년 7월 20일
      Reply

      자존심보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발언이던데요? ^^

  9. 2010년 7월 19일
    Reply

    지난 토요일(7/17)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열린 소위 “안테나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에서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어제 포스팅으로 자세히 얘기했습니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우리도 인간이라 완벽하지 않다. 좀 봐달라”였지만 스티브 잡스 특유의 자존심이 애플의 앞길을 가시밭길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자회견에서 그냥 처음 얘기한데로 “자신들은 완벽하지 않다 (We’re not perfec..

  10. 2010년 7월 19일
    Reply

    이미 지난 포스트에서도 애플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2일이 지난 지금 다시한번 기자회견 영상을 보고 곱씹어보고 다시한번 정리해봅니다. 1. 스티브 잡스의 기분이 안좋아 보이더군요. 처음엔 아이폰4 안테나 송으로 시작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발표가 진행될수록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이폰4 안테나게이트를 이렇게 크게 만든 언론에 대한 불쾌감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상이 언론이다 보니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느낌입..

  11. 2010년 7월 19일
    Reply

    안녕하세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애플… 제품은 멋진데… 우리나라를 대하는 자세는 정말 최악인거 같아요~
    애플 제품 살때마다 저런 자세를 생각하면 돈 쓰는게 아까울때가 있죠~

    • 칫솔
      2010년 7월 20일
      Reply

      솔직히 많이 아깝죠~ ^^

  12. 2010년 7월 19일
    Reply

    뭔가 승승장구하는 애플에게도 아이폰4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죠…

    • 칫솔
      2010년 7월 20일
      Reply

      아마 이번은 봐주고 넘어가는 소비자들에게 잠재적인 평가 요소로 남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말씀대로 다음에 못하면 나쁜 방향이 되겠죠. ^^

  13. 2010년 7월 20일
    Reply

    갈수록 애플이 밉보이는 듯 해요.

    • 칫솔
      2010년 7월 21일
      Reply

      뭐.. 어제 오늘 일인가요? ^^

  14. inrock
    2010년 7월 20일
    Reply

    실제로 정부 탓이 아닌데도 정부 탓인양 잡스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씀인가요?

    • 칫솔
      2010년 7월 21일
      Reply

      정부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애플이 입을 열어야지요. 정부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15. 제가알기론
    2010년 7월 20일
    Reply

    제가알기론 인증요청 자체가아니라 인증요청전 준비테스트에서 kt가 오랜시간을 소비했다고 말했지요… 이거 끝나면 애플에서 신청넣는거구요. 한마디로 KT자체테스트 및 기타 잡일 끝 -> 애플은 신청만 넣기. 전 이걸로 알고있는데 말이죠.

    • 칫솔
      2010년 7월 21일
      Reply

      위 글에서 썼듯이 망 연동 테스트와 전파인증은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 아닙니다.

  16. 알쿤
    2010년 7월 21일
    Reply

    사람들이 KT를 욕하는 이유를 잘 못 이해하신 것 같네요. 애플이 형식 승인 절차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는 하나, 결국 국내에서 판매 마케팅을 하는 것은 KT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국내 독점 판매 기업인 KT가 애플과 방통위 혹은 정부와 중개자 역할을 한다거나 아니면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지요. 하지만, 실제로 KT는 약 2달 전부터 아이폰4 판매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소비자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연기된 상황에서 애플이 입을 열어야 한다구요. 물론 애플 또한 책임이 있겠지만, 독점 판매 기업으로서 그렇게 행동하는 처사가 소비자로서는 못 마땅한 것입니다. 그 얘기는 마치 애플과 자신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은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이니 제품 하자 문제는 모두 제조사 책임이라고 떠 넘기는 무책임한 기업으로 자신들을 포장(?)하는 것으로 받아드려집니다. 소비자가 정답입니다. 한, 둘의 악성 댓글이 아니라 지금은 소비자 집단의 아우성임을 알아야 합니다.

    • 칫솔
      2010년 7월 21일
      Reply

      알쿤님께서 하신 말씀을 이해는 하나 위에서 KT가 왜 말을 하지 못하는가도 설명드렸습니다.

  17. 왜kt가욕먹는지
    2010년 7월 21일
    Reply

    잘생각해보면 kt는 광고만 할줄알지 다른건 아무것도 하는게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죠.. 7월내 출시한다는 말은 그리 잘해대고 현수막까지 걸어놓더니 이제와서 말할 처지가 못된다니요.. 그동안 허위광고한거 죄송하다는말 한마디도 애플에 허락받아야합디까?
    분명 19일 이전까지 공식입장 발표한다해놓고 애플이 전해준 PR Statement 번역하면 그게 공식입장인가요?
    애플이 잘못했건 kt가 잘못했건 이건정말 납득하기 힘드네요

    • 칫솔
      2010년 7월 21일
      Reply

      그 현수막, KT 혼자 걸었다고 보시나요? 그 현수막에 들어간 사진의 저작권은 애플입니다. 그것을 가져다 현수막을 만들어도 좋다는 승인은 애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PR 성명이 현재 양사의 공식 입장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