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서 드러난 국내 가상 현실 게임들의 현재

지난 글에서 모바일 가상 현실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 쓸만한 모바일 앱의 등장을 기대했던 스마트폰의 초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관련 컨텐츠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마 분야를 세세히 나눠보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먼저 흥행하게 될 분야의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일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먼저 접하게 될 컨텐츠는 성인물을 제외하면 보나마나 또 게임일 것이다. 어려운 장치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는 데 게임만한 것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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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편하게 즐길 수 있던 오큘러스 부스.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때문에 초기 가상 현실 시장도 게임이 이끌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실제 수많은 전시회에서 많은 이들이 가상 현실 게임들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는 상황이라 이는 예상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가상 현실 장치의 대중화에 나선 오큘러스도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서 다양한 게임으로 많은 이들에게 가상 현실의 묘미를 경험케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해 아주 좁은 공간에서 제품을 시연했던 오큘러스의 올해 부스는 커졌고 제법 모양새도 갖췄는데, 커진 부스 크기만큼 가상 현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오큘러스 부스에서 많은 이들이 체험했던 가상 현실 게임들은 제법 알려진, 상당한 완숙미를 자랑하는 게임들로 누구나 한번 써보면 “와~”라는 탄성을 지를 만한 제대로 만든 컨텐츠들이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스타에 있던 모든 가상 현실 게임이 이처럼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사실 지스타에는 몇몇 대학생들의 가상 현실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앞서 나온 상용 제품에 비하면 완성도는 미흡하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만든 것이지만, 졸업 작품의 의미를 담은 게임도 있고 나름의 개발 스토리를 가진 게임들도 있지만 현실은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지난 해에는 1개 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발품 좀 팔았더니 5개나 볼 수 있던 게 소득이라면 소득일 지도 모른다. 이 중에 산학 협력을 통해 상용화를 눈앞에 둔 것도 하나 있는 것다는 걸 확인한 건 다행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상용화를 염두에 둔 제품을 제외하고 국내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들은 느낌이 엇비슷하다. 대부분이 로봇의 조종석에 앉아서 즐기는 게임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을 썼느냐에 따라 완성도는 다르긴 하다.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의 차이도 느껴지고 게임을 즐길 때의 재미나 3D의 입체감의 수준도 모두 천양지차다. 대체로 6개월~1년 사이에 만든 게임이지만 기획과 그래픽 담당만 둔 채 프로그래머 없이 게임을 만든 팀도 있다. 공개된 코드를 조합했다고 하나 노력이 없다면 이만한 결과도 내지는 못했을 터. 국내 VR 관련 교육의 현실은 딱 거기까지로 보인다.

반면 국내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지스타에 부스를 마련한 외국 대학교의 게임 데모도 인상적이다. 아직 게임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는데, 처음부터 상업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그런지 다른 게임보다 완성도는 높다. 지스타에는 6개월 정도 작업한 FPS 게임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현업에서 활동하던 개발자들이 교수로 재직 중이라 불필요한 코드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란다. 물론 프로토타입 수준이라 실제 상업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전문 커리큘럼의 도입이 얼마나 차이를 보여주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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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학에서 만든 가상 현실 게임. 광원까지 활용해 좀더 표현력을 높였다
상용화를 눈앞에 둔 가상 현실 게임은 조금 새롭다. 단순한 데스크톱용 게임이 아니라 체감형 게임기로 개발해서다. 레이싱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제법 높아 보이지만, 무엇보다 모터 보트를 타고 그 위에서 조종하는 느낌을 살리려 한 것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더구나 나홀로 모터 보트를 타고 달리는 게 아니라 4명이 각자 모터 보트를 타고 동시에 대결을 벌이는 멀티 플레이어 게임이다. 지스타에는 공간이 좁이 한 대의 보트만 설치해 놓은 점이 다소 아쉽다고 해야 할까?

비록 지스타 곳곳을 돌아다녀야만 이 같은 가상 현실 장치와 게임을 볼 수 있긴 했어도 이처럼 많은 가상 현실 컨텐츠를 본 것은 외국 전시회가 아닌 국내에서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물론 지스타에 있던 모든 가상 현실 게임을 더해도 이곳에 나와 있는 대규모 게임들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단순 제작이든 상업화든 도전적 실험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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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용화를 진행 중이지만, 보트의 크기가 다소 커 보인다.
그러나 가상 현실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지스타에서 확인한 것과 별개로 이 분위기를 이끌어갈 추진 동력이 그리 마땅치 않았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상 가상 현실을 주도하고 있는 오큘러스가 지난 해보다 넓은 부스를 마련했다 하나 전체 가상 현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점이나, 모바일용 가상 현실 하드웨어를 만들면서 정작 가상 현실 컨텐츠의 투자에 소극적인 제조 업체에 절망하는 젊은 개발자들이 내쉬는 한숨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크게 들린 적도 없는 듯하다. 한층 늘어난 가상 현실 게임들이 조금 위안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마도 전문적인 교육과 투자 없으면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작품들을 보게 될 것은 뻔해서다. 내년 이 때쯤 또 이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대로 될지는 모를 일이다.

덧붙임 #

이 글은 에코노베이션에 기고했던 글을 옮긴 것으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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