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언제까지 인텔 바지 가랑이만 붙잡고 늘어질텐가?

1. 지난 초여름, 한국 HP 회의실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한 적이 있다. 기억은 가물하지만 올해에 선보일 11대의 노트북, 특히 비즈니스 제품군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자리였다. 이날이 의미 있던 이유는 HP가 종전에 쓰던 노트북 모델 번호를 모두 바꿨다는 사실과 더불어 AMD를 쓴 비즈니스 노트북이 더 늘었다는 사실이다. 11개 모델 중 3개 모델이 AMD를 넣은 노트북이었다.


HP의 신형 비즈니스 노트북 모델 중 25%가 AMD였다.


2. 이날 발표회에는 AMD 코리아 관계자가 나와 HP의 AMD 비즈니스 노트북 출시를 축하하면서 올 하반기 인텔 모바일 플랫폼 산타로사에 대응할 AMD의 카이트 리프레시를 소개했다. 인텔이 CPU와 메인보드 칩셋, 무선랜을 결합한 플랫폼 제품을 내놓았던 것처럼 AMD도 카이트 리프레시를 통해 똑같은 행보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성 자체는 거의 산타로사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인 부분도 있고 인텔이 터보 메모리라 부르는 롭슨에 비교할 수 있는 파이톤과 HDMI 출력, 차세대 802.11n을 3T3R로 송수신하는 등 AMD의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발표된 카이트 리프레시 노트북을 본 적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이날 AMD는 인텔 코어 2 듀오와 같은 브랜딩 사업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AMD 플랫폼 또는 CPU를 넣은 노트북에는 오른쪽 그림과 같은 브랜드 로고를 붙인다는 것이다. AMD는 노트북 성능에 맞춰 금, 은, 동으로 된 브랜드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했다. 일부 AMD 노트북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고, 얼마 전에 발표한 HP 올인원 PC IQ770에도 붙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은색일 뿐 금색 스티커는 아니었다. 당시에도 금색 스티커 만큼은 실제 금으로 도금할지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갔다. AMD를 넣어 만든 프리미엄 노트북만큼은 그 정도 투자를 할만하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스티커 비용을 AMD가 보조하는 것으로 안다.


4. 어제 AMD의 토마스 맥코이 부사장이 방한해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떡이떡이님 블로그에 들어가니 이와 관련한 두 개의 글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시길…


“인텔 독점 없었다면 AMD 점유율 35~40%” (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298)
“‘딱 걸렸어’ 인텔 對 AMD 또 반독점 분쟁”(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299)


5. 이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 맥코이 부사장 기자 간담회를 보면서 AMD 수뇌부들 모두가 지금 인텔 꼬랑지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다. 2005년인지 지난 해인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우리나라를 비공개 방문했던 핵터 루이즈 회장 역시 몇몇 기자들 앞에서 같은 소리를 하고 돌아갔다. 어제 방문한 맥코이 부사장과 별다른 말 아니었다. 이들이 한국까지 찾아와서 똑같은 소리를 내뱉는 것은 인텔 독점에 관한 공정위 조사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건 다들 아는 얘기다.


그런데.. “정상적인 독점 상황이라면 (인텔이) 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유효한 경쟁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텔이 시장개발 기금(MDF)이나 리베이트를 뿌리고 있다고 본다.”.. 라는 말..


세상에 정상적인 독점이란 게 어디있을까? 독점이란 것 자체가 비정상인데 말이다. 경쟁자가 없어 시장 전체를 장악하든, 경쟁자보다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든 간에 독점은 그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런데 독점 시장은 매우 재미있는 행태를 낳는다.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도 그렇지만, 대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린 업체들의 행동을 경쟁 업체가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이다. 어떤 시장이든 경쟁자보다 우위를 지키기 위해, 또는 독점 업체의 파이를 빼앗기 위한 경쟁자들은 언제나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그 자체가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CPU 업계의 리베이트가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일 수 있다. 규모의 차이일 뿐이지 AMD도 같은 리베이트 제도를 운영하면서 내뱉을 말이 아니니까.

물론 AMD도 할말은 있다. 기업 규모 1/10짜리가 시장의 보호가 없으면 이 독점을 깨기 어렵다는 논리 말이다. AMD는 인텔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는데, 공정하지 않은 시장 정책이 이를 방해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독점을 못 깬다는 것이지 AMD가 밀린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면 동정심이라도 생길텐데, 그저 내 떡이 적으니 더 많은 떡을 먹게 해달라는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더 많은 떡을 먹을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빨리 빼앗아 먹을 수 없어서 생긴 조바심이 엿보여 오히려 애처롭게만 보인다.


난 AMD가 인텔의 바지 가랑이만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이 싫다. 과거에 충분히 경쟁할만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눈여겨 보는 때는 2006년 여름 이전이다. 지난해 여름 인텔 코어 2 듀오가 나오기 전 1년 동안 AMD가 불꽃을 태우던 시기를 말이다. 인텔보다 빠르게 전력대비 성능이 좋은 64비트 CPU와 듀얼 코어 CPU를 출시하고, 시스템 버스를 개선하면서 서버 시장과 일반 소매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을 빼앗았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무려 2%나 인텔의 점유율을 낮추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인텔 점유율이  80%까지 내려간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인텔의 위기 의식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코어 2 듀오라는 단 한 번의 역전타를 맞은 뒤에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ATi 인수 같은 어수선한 기업 분위기 등으로 정작 코어 2 듀오를 능가할만한 혁신적인 코어나 제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며칠 전 시연한 서버용 네이티브 쿼드 코어는 AMD가 그토록 염원하는 소비자 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제품이기에 소비자 시장에서 코어 2 듀오를 밀어낼만한 혁신은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데스크톱 또는 노트북용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코어의 혁신에 덧붙여야 할 것이 있다. AMD라는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문제다. 무엇보다 AMD는 브랜드 마케팅에 인색하다. ‘인텔 인사이드’, ‘센트리노’, ‘코어 2 듀오’ 같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텔에 비해 AMD는 이 같은 브랜드가 없다(난 센트리노 시절 지하철 광고 도배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이유는 PC 업체의 홍보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텔 부품을 넣어 이 브랜드를 살린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 PC 업체는 이미 반쯤 홍보를 한 셈으로 여길 수 있어서다(물론 여기에 광고 리베이트 문제가 끼어들 여지는 있다). AMD가 인텔을 벤치마킹하고 배워야 할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신뢰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거의 유일한 초대형 파트너인 HP가 일부 모델에 AMD CPU를 선택한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스테이시 울프 HP 디자인 이사도 “동급 인텔 CPU에 비해 AMD CPU가 좀더 싸고 이는 기업에게 가격적 이득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을 미뤄보면, 적어도 AMD는 인텔보다 좀더 나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HP가 AMD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쌓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AMD 자체가 기업의 신뢰를 받는 데 이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지고 AMD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도록 만드는 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AMD의 노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게 인텔을 공격해 떨어지는 떡고물을 기대하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9 Comments

  1. 200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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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D는 그나마 있던 프로게임팀도 쫒아내버린 판이니 별로 홍보의 의지가 없는 듯….

    • 2007년 8월 28일
      Reply

      겜단 운영의 최대 단점은 애슬론 같은 부품 브랜드를 알리기보다는 AMD를 알리려 했다는 것이었지요. 오히려 없애는 게 여러모로 낫습니다. 겜단보다는 인지도를 높여야 할 브랜드부터 선택하고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2. 2007년 8월 28일
    Reply

    AMD는 맨날 ‘ATi 그래픽카드 소스 공개를 한다 (리눅스 최악의 그래픽 카드 1위가 바로 ATi. 꽂으면 GUI가 실행이 안됩니다 -ㅅ- 그래서 저번 5월 달에 소스 공개를 한다면서 아직까지도 안하고 있죠). 인텔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낸다.’라고 말만… 그렇게 하는데… 진짜 망하려고 그러는지, 요즘 하는 짓이 영 시원찮아 보입니다…

    • 2007년 8월 28일
      Reply

      뭐.. 망하기야 하겠어요? 잘하면(?) 삼성이 꿀껏할지도.. ^^

  3. 2007년 8월 28일
    Reply

    2900xt uvd제외….안습.ㅠㅠ 변명은 더 안습 ㅠㅠ

    • 2007년 8월 28일
      Reply

      옐님 댓글을 보면서 저도 안습이에요~ ㅜ.ㅠ

  4. RUSH
    2007년 8월 29일
    Reply

    2900xt 사양보고 저도 주춤;
    먼 미래를 보고 CPU에 VGA코어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려는건지도 모르지만.
    저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ㅡㅡ;

    ATI가 Xx00-> X1x00 ->HD2x00 으로 가면서 어째 그래픽 성능은 그냥 계속 그자리였지 싶습니다.

    용지 잘 받으셨는지요:)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품 보내드리고 지난 주에 연락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__)
    이번 분기에 활용할 소모품 구비해 두었습니다 13×19용지 여분 충분히 있으니 A4(tray에 있습니다, 약 20장)나 13×19용지 부족분 말씀 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P IPG, 김원유

    • 2007년 8월 30일
      Reply

      ㅎㅎ 네.. 잘 받았습니다. ^^

  5. 2007년 8월 31일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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