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워치5 프로, 클래식이란 산을 넘지 못하다

그 이전에도 사전 정보를 갖고 있긴 했지만, 갤럭시 워치5 시리즈가 정식으로 공개되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하나는 갤럭시 워치4를 쓰는 입장에서 갤럭시 워치5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클래식을 갤럭시 워치 5 프로로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제품을 실제 겪은 게 아니라 발표 당시에 잠깐 가졌던 짐작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결국 갤럭시 워치5 프로를 고르는 데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갤럭시 워치4와 워치4 클래식을 모두 쓰던 내 입장에서 볼 때 갤럭시 워치5 프로만 조금 다른 종류처럼 비쳐진 것이다.

실제 출시 직후부터 두달 가까이 쓰고 있는 갤럭시 워치5 프로에서 갤럭시 워치4 클래식를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의 꽃이 아직도 피진 않는다. 기본 모델보다 고급형이라는 제품 성격만 빼면 기어 S2 시리즈부터 갤럭시 워치까지 이어진 전통을 버린 모양새가 썩 달갑진 않아서다.

그렇다고 갤럭시 워치5 프로의 만듦새가 딱히 나쁘다거나 눈에 띄게 흠잡을 게 있는 건 아니다. 본체 자체는 평평한 화면만 밋밋하게 보이는 갤럭시 워치5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티타늄 재질로 된 본체는 옆에서 볼 땐 확실히 두꺼워 보이나, 단단하고 매끄러운 만듦새 덕분에 드러내 놓고 다닐 맛은 난다. 또한 화면보다 본체 외부 테두리가 더 놓은 터라 정면으로 부딪치지만 않으면 화면이 상할 위험을 조금 낮췄다. 오른쪽에 있는 두 사각 버튼에 빨강과 검정으로 색상을 구분해 놓은 건 이전 세대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전 베젤을 없앤 갤럭시 워치5 프로는 클래식과 다른 기구의 기능성이 여러 모로 아쉽다. 워치4 클래식을 포함한 상당수 갤럭시 워치에 있던 회전 베젤이 없는 영향을 바로 느낄 수 있어서다. 회전 베젤은 갤럭시 워치만 볼 수 있는 상징적 요소지만, 회전 베젤이 가진 느낌과 편리함도 무시하긴 어렵다. 워치 위젯 페이지를 전환하거나 메뉴, 또는 긴 문자가 포함된 글을 탐색하기 위해 돌릴 때마다 물리적으로 툭툭 걸리는 느낌을 살린 물리적 회전 베젤의 편리함을 찾기 어렵다.

본체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검정 베젤을 문지르면 위젯이 전환되거나 위아래로 스크롤할 수 있다.

물론 갤럭시 워치5 프로가 회전 베젤 같은 기능까지 뺀건 아니다.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워치5의 터치 베젤을 갤럭시 워치5 프로도 쓸 수 있다. 갤럭시 워치5의 화면과 바깥쪽 본체 사이에 있는 안쪽 화면 테두리를 문지르면 회전 베젤처럼 위젯을 넘기거나 문자를 위 아래로 빠르게 옮길 수는 있다.

단지 터치 영역이 너무 좁아 화면도 함께 문지를 수밖에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 부분에 문지른 흔적이 남는다. 햅틱 피드백 진동을 넣었다 해도 실제 회전 베젤을 돌릴 때와 같은 느낌을 조작하는 손가락에 전달하진 못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식을 잇는 후속 모델이 아닌 회전 베젤 유무에 따른 또 하나의 고급형 갤럭시 워치 시리즈로 이 제품을 분류한다면, 전통적으로 클래식 같은 회전 베젤을 써왔던 이들이 갈아탈 만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차고 풀기 좋은 자석 버클이지만, 실리콘이 두껍고 무겁다.

더구나 갤럭시 워치5 프로가 본체를 깔끔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하면 기본 실리콘 시계줄은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본체도 두꺼운데 손쉽게 풀 수 있게 만든 두꺼운 자석식 티타늄 버클로 된 실리콘 시계줄을 담기 위해 더 두꺼운 패키지를 만드는 효과만 있었을 뿐이다. 여기에 무겁기까지 한데, 이 실리콘 줄의 무게만 29g이다. 워치5 프로 본체 무게가 46g이니 줄만 바꿔도 갤럭시 워치5 프로를 훨씬 가볍게 차고 다닐 수 있다. 무엇보다 더 비싼 고급 스마트워치를 지향하는 갤럭시 워치5 프로에서 시계줄이 주는 독창적인 매력을 찾을 수 없는 건 슬픈 일이다.

갤럭시 워치5 프로의 기능은 솔직히 말하면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심전도, 혈압 같은 기능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체지방, 수면 측정도 똑같다. 기능 위주로 선택한다면 이전 세대 스마트워치를 선택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정도다. 다만 발표 당시 체온을 재는 온도 센서가 이번 갤럭시 워치5 프로에 포함돼 있다고 했으나 관련 기능이 없다.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앱이나 방법이 전혀 없다. 하드웨어는 있다고 했는데, 쓸 방법이 없으니 지금은 있으나 마나다.

갤럭시 워치4 클래식(왼쪽)과 갤럭시 워치5 프로(오른쪽)의 바닥 센서 모양

센서 부분도 생김새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높이는 살짝 다르다. 이전 갤럭시 워치4나 클래식 바닥은 거의 본체와 같은 높이였던 반면, 갤럭시 워치5 프로는 살짝 돌출된 형태다. 아마도 살갗에 닿는 센서의 밀착도를 높이려는 시도일 것으로 추측되나, 이전 세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말할 만큼 결과가 달라지는 건 거의 없었다.

사실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GPS의 개선이지만, 이 점도 이전 세대보다 달라진 점은 없다. 갤럭시 워치5 프로 LTE 모델에 내장된 A-GPS, GLONASS, GALILEO, BDS도 사실 이전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고, 성능도 거의 비슷하다. 4~5층 수준의 높지 않은 건물 사이의 이면 도로를 따라 걸은 뒤 나중에 경로를 확인해 보면 역시 도로를 따라 완전한 경로를 그려내지 못한다. 도심에서는 제 역할을 못하는 대신 건물이 없거나 탁 트인 곳에서 GPS는 이전 세대처럼 경로를 잘 추적했다.

줄만 바꿨을 뿐인데 훨씬 가벼워지는 갤럭시 워치5 프로

갤럭시 워치5 프로에서 이전 세대보다 확실하게 나아진 건 배터리다. 두꺼운 본체에 내장된 590mAh 배터리는 그래도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를 끄고 일상에서 알림을 받으면서 가끔 시간을 확인하고, 간단한 건강 확인 및 수면 측정을 하는 수준으로 쓴다면 3일은 너끈히 작동한다. 물론 무선 이어버드로 저장해 놓은 음악을 들으면서 GPS를 켜고 야외 운동을 할 때는 그럴 수 없다는 건 잘 알 것이다.

배터리 용량이 늘었으니 충전 시간도 늘어났을 거라 생각할 텐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10W 무선 충전으로 바꾼 덕에 충전 시간이 그나마 늘진 않았다. 사실 충전 시간은 이전 세대 갤럭시 워치와 비슷하다.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라면 여전히 1시간 40분 이상 충전해야 한다.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감안하면 충전 속도가 빨라진 건 맞지만, 충전 시간이 그대로라 체감 변화는 없다.

지난 해 웨어OS3로 갈아 탔던 갤럭시 워치4 시리즈에 이어 갤럭시 워치5 프로 역시 3.5 버전을 올린 웨어OS를 얹어 출시했지만, 갤럭시 워치의 원 UI에 변화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쓰는 방법에 별다른 차이는 없다. 갤럭시 웨어를 통한 연결 방법도 같고, 여전히 갤럭시 계열의 스마트폰이 아니면 삼성 헬스 모니터링을 설치할 수 없어 심전도와 혈압 측정은 어렵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우회하는 방법이 찾을 수 있으나 상당한 보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쨌거나 그런 위험을 피해 갤럭시 스마트폰에 연동해 두달여 동안 써본 갤럭시 워치5 프로는 깔끔하고 반듯한 만듦새를 마음에 들어 하다가도, 이용하는 지금까지 붙인 의문부호가 한둘이 아니다. 그 중 핵심은 갤럭시 워치5 프로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싶은 거다. 만약 스타일이 갤럭시 워치5 프로의 전부라면 그것도 나름 이유겠지만, 솔직히 말해 스마트 워치의 기능을 쓰는 데 있어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반듯한 스타일로 따지면 거친 야외용으로 쓰는 것도 그렇고, 기능 측면만 따지면 갤럭시 워치5라는 가격에서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 그렇다고 배터리나 GPS에서 월등한 성능을 보여준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혹시 갤럭시 워치5 프로만 가진 특별한 가치가 물리적 회전 베젤을 가진 갤럭시 워치4 클래식을 그리워 하도록 만든 건가?’라고. 그렇다면 갤럭시 워치5 프로는 제 역할을 한 것 같다. 다음엔 반드시 회전 베젤이 있는 녀석을 고르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

덧붙임 #

이 글은 2022년 10월 25일에 공개됐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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