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커넥트 2022에서 팔짱 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속내

2022년 10월 11일 새벽 2시(한국 시간 기준)에 진행된 메타 커넥트 2022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메타가 내놓을 새로운 혼합 현실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 프로였다. 앞서 제원과 관련된 소문을 정리한 프리뷰에서 어떤 특징을 가진 하드웨어가 될 것인지 살펴보기도 했는데, 디스플레이 픽셀 같은 일부의 차이를 빼면 소문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퀘스트 프로 제원(공식)
디스플레이 픽셀 | 눈당 1,800×1,920(분리된 LCD 2장 사용)
화면 재생율 | 72Hz, 90Hz
광학 | 팬케이크 렌즈
시야각(FoV) | 가로 106도× 세로 96도
광학 조절 | 연속 IPD 조절 가능
IPD 조절 범위 | 55–75mm
프로세서 | 스냅드래곤 XR2+ 1세대
램 | 12GB
저장 공간 | 256GB
연결 단자 | USB-C
무게 | 722g
배터리 시간 |1~2시간
헤드셋 트래킹 | 인사이드 아웃 방식
컨트롤러 트래킹 | 인사이드 아웃 방식
표정 추적 | 가능(눈과 얼굴)
카메라 구성 | 외부 5개, 내부 5개
오디오 | 헤드스트랩 스피커, 듀얼 3.5mm 오디오 단자
마이크 | 내장
패스스루 뷰 | 가능
가격 | 219만 원(부가세, 관세 포함)

메타 퀘스트 프로

아직 퀘스트 프로를 직접 접한 게 아닌 만큼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는 이달 말까지 제품 평가는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자. 이 이야기를 미뤄도 될 만큼 메타 커넥트 2022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있어서다. 그 중 하나는 아바타 다리에 관한 것이다. 이번 메타 커넥트 2022를 3D 가상 공간인 메타 호라이즌 월드에서 시청한 것이 다행인 점은 다리를 가진 마크 주커버그 아바타를 현장(?)에서 봤기 때문이다. 아직 다리 없는 아바타를 써야 하는 나 같은 참석자들에게 다리가 움직이는 주커버그 아바타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리를 움직이던 주커버그 아바타는 행사를 위해 모션 캡처와 그래픽 작업을 통해 완성한 것이다. 아직 실시간으로 다리를 추적해 이를 아바타에 적용하는 단계는 아닌데, 그만큼 아바타 다리를 표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헤드셋 만으로 다리를 추적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책상에 앉는 것처럼 하반신이 가려지면 다리를 추적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를 더 해야 한다. 다리와 관련해 다음 메타 커넥트에서 더 발전된 소식을 들고 오길 기다려야 할 듯 싶다.

다리가 없는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호라이즌 월드에서 다리를 가진 아바타의 출현은 정말 흥미롭다.

다리를 가진 아바타도 재미있는 내용이었지만, 메타가 퀘스트 프로를 소개한 뒤 바로 이어진 생산성 관련 발표도 생각보다 더 놀랄 만한 내용이었다. 제품 사용성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생산성 도구에 관한 발표는 제품을 써야 할 사람이 누군지 가리키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가 퀘스트 프로를 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발표에 따르면 적어도 기업 또는 원격으로 업무를 보는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을 좀더 명확하게 밝힌 것이라서다.

사실 메타는 오큘러스 시절 퀘스트나 퀘스트2를 업무용으로 활용케 하려는 의지를 갖고 오피스 컴퓨팅을 위한 인피니트 오피스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키보드, 마우스 같은 컨트롤러를 진짜처럼 표현하고, 실제 책상을 가상 공간에서 추가해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업무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한 인피니트 오피스 환경은 개인 일정 및 회의용으로 만든 워크룸에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가상 공간과 물리 현실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협업하는 메타 매직 룸 컨셉

이처럼 가상 현실 안에서 업무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기본 요소는 모두 갖추긴 했으나, 이를 활용해 진짜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컴퓨팅 파워가 약한 헤드셋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벗어날 수 없는 데다, 쓸만한 업무용 도구가 없던 탓이다. 회의 일정 같은 작업이나 브라우저를 통한 몇 가지 오피스 작업은 할 수 있으나 PC나 모바일 만큼 편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은 만들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가상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협업하는 수준도 공간을 활용하는 창의성보다 기존의 원격 회의를 대체하는 정도였다.

이런 배경을 보면 메타가 커넥트 2022에서 선보인 생산성 도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헤드셋을 착용한 이용자와 아닌 이용자 모두 가상 공간에 모여 협업할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을 확장한 것이라서다. 2023년에 등장 예정인 프로젝트 매직 룸(Magic Room)은 3D 개체를 화이보드로 가져와 헤드셋 착용자끼리, 또는 착용하지 않은 사람까지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도구로써 역할을 부여한다. 매직 룸은 호라이즌 워크룸에 적용되어 원격 회의의 개념을 더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2023년에 공개될 오토데스크 설계 검토 도구

여기에 건설이나 사물처럼 다채로운 3D 개체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여 좀더 편하게 설계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오토데스크의 설계 검토 도구도 준비 중이다. 오토데스크는 이 도구를 2023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어도비도 3D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의 협업 디자인에 필요한 어도비 서브스탠스 3D 모델러를 내놓기로 했다. 가상 공간에서 3D로 만든 개체 또는 작품을 여러 사람이 함께 검토하는 형태라는 점을 빼면 아직 정보가 너무 적다.

퀘스트를 기반으로 한 가상 공간 속 생산성 생태계에 오토데스크와 어도비의 참여를 끌어낸 것은 메타가 오랜 기간 공들인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메타 커넥트 2022에서 더 깊이 있게 내용을 다루진 않았다. 어쩌면 두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특정 도구와 퀘스트를 활용한 협업 개념으로 접근하다보니 완성도 측면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어도비가 내놓을 가상 공간 협업 도구인 어도비 서브스탠스 3D 모델러

비록 오토데스크와 어도비의 생산성 도구에 대한 부족한 설명이 실망을 안겨 줬지만, 다행이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더 무게감 있게 다룬 이야기가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룡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 커넥트 2022 이전까지 메타의 경쟁자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앞서 메타가 가상 환경 안에서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인피니트 오피스를 구현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결합이 가장 시급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독자적인 혼합 현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던 상황이라서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는 가상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외에도 원격 영상으로 접속하는 사람과 함께 회의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타 커넥트 2022에서 발표한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해석을 낳을 만한 일이다. 특히 가상 환경 안에서 작동하는 오피스 앱을 공급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윈도와 팀즈, XBOX 게임 등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 상품을 퀘스트 플랫폼에 이식하는 수준으로 폭넓게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은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거래를 포함한 것처럼 보인다.

이 파트너십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마이크로 팀즈를 메타 호라이즌 워크룸과 결합해 가상 공간에 참여한 이용자와 물리 현실에서 접속한 이용자들이 통화와 채팅, 공동 작업을 원활하게 만든다. 오피스 365를 대신하는 새 이름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 365 및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윈도 365의 기능도 3D 공간으로 가져와 가상 공간에서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활용한 PC 작업까지 그대로 활용케 한다.

가상 공간 밖에 있는 사람도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활용하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보안 또는 조직을 다루는 기업 관리자를 위해 애저 액티브 디렉토리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튠(Intune)도 퀘스트 프로 또는 다른 퀘스트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X클라우드가 퀘스트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데모 이미지까지 공개함으로써 거의 모든 마이크로소프트 핵심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퀘스트 플랫폼에 공급하려는 서비스 종류가 예상보다 더 넓다는 점은 메타만 긍정적인 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때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XR 분야의 경쟁자였지만, 지금 상황에 따라 두 기업이 시소를 타며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다.

일단 XR 분야 하드웨어 경쟁은 사실 메타 퀘스트 플랫폼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따라 잡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증강 현실에 가까운 혼합 현실 장치인 홀로렌즈 시리즈로 시장을 확장하려 애썼지만, 너무 비싼 나머지 대중화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나마 미 육군과 IVAS(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 프로젝트를 위한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는 군에서 특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서 대중적 플랫폼으로써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도 홀로렌즈 사업부에서 활동하던 전문 인력이 이탈하고, 이 부서를 이끌어 온 임원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조직마저 서피스 제품군을 담당하는 경험 및 장치 사업부로 이동시키면서 시간과 인력을 낭비했다. 이 모든 건 대중화를 못해 장치 플랫폼 구축 실패에 따른 결과지만, XR 부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일찍 투입할 수 없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x클라우드 게이밍도 퀘스트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메타는 가격을 낮춘 퀘스트2로 VR 하드웨어 보급을 늘린 덕분에 대중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메타가 초기 생태계 목표로 삼은 1천만 대 이상 보급은 이미 달성했음을 확인하는 근거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메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게임이나 운동 같은 특정 영역만 크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 영역의 활성은 초기 확장을 위해 메타에서 의도한 측면도 있지만, 퀘스트 플랫폼을 활용하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메타의 또다른 숙제가 된 것이다.

결국 하드웨어 플랫폼을 갖춘 메타와 자사 서비스 플랫폼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난 건 양쪽 모두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전략적이면서 현실적인 선택이다. 메타는 퀘스트 플랫폼에서 부족한 생산성 및 다양성 부족을 보완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산성 도구를 퀘스트 플랫폼에 공급함으로써 초기 XR 분야의 생산성 실험과 시장 선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서다.

물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홀로렌즈보다 훨씬 싼 가격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비싼 메타 퀘스트 프로를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더 도입할지 알 수 없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퀘스트 프로가 아닌 기존 퀘스트 플랫폼 이용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은 가상 세계와 결합한 생산성을 추구하는 경쟁사보다 우위를 갖게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이미 가상 현실에서 생산성 문제를 경험한 메타와 XR로 생산성 확장을 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나 앞으로 XR 분야에서 다투게 될 다른 기업들보다 생산성과 관련된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 것이라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협업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XR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기업과 이용자가 먼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덧붙임 #

이 글은 2022년 10월 18일에 공개됐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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