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워치4, 캐주얼 스마트워치의 효율을 보여주다

돌이켜 보면 삼성의 캐주얼 스마트워치들은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기어 스포츠, 갤럭시 워치 액티브 등 캐주얼 스마트워치는 가볍고 쉽게 쓸 수 있는 공통점을 가졌으면서도 만듦새나 기능, 패키지에서 돋보이진 않았다. 물론 실제 써 본 뒤 기대보다 나은 평가를 내릴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나 갤럭시 워치 등 주류 제품군의 틈새를 메웠던 삼성의 캐주얼 스마트워치는 이를 쓰려는 이용자의 의지라는 가혹한 조건을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갤럭시 워치4는 삼성 캐주얼 스마트워치의 보이지 않는 허들을 없앤 첫 제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주류 제품군과 다른 시기에 발표하고 다른 이름으로 부른 과거와 달리, 캐주얼 스마트워치를 주류 제품군으로써 같은 이름, 같은 시기에 출시한 셈이니까. 그만큼 더 힘을 받은 갤럭시 워치4(블루투스 버전)와 한 달 넘게 지내고 얻은 결론을 하나씩 펼쳐본다.

패키지부터 달라진 캐주얼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4가 갤럭시 워치 액티브 1, 2(이하 액티브 시리즈)와 같은 성격의 제품이라는 점은 두 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좀더 가볍고 단순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워치라는 측면에서 갤럭시 워치4는 그 성격을 그대로 옮겨 담은 제품이라서다.

하지만 앞서 액티브 시리즈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게 만든 건 본체보다 패키지였다. 고급화된 재질, 구성품을 특색있게 배치했던 갤럭시 워치와 180도 달랐던 탓이다. 단 1g의 감동도 담지 않은 평범하고 지루한 육면체 패키지는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 따윈 일찌감치 접게 했다.

다행하게도 갤럭시 워치4는 액티브 시절의 패키지를 쓰지 않는다. 갤럭시 워치3부터 채택한 직사각형 패키지를 도입했다. 함께 출시한 갤럭시 워치 클래식 패키지도 똑같다. 패키지에 들어 있는 구성품은 액티브 시리즈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지라도 패키지 겉을 꾸민 이미지나 단처럼 나타나는 내부 구성품의 배열은 좀더 체계적이었다. 열려던 지갑을 닫게 만드는 최악의 마력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사라졌다.

단조롭지만 질리진 않는…
갤럭시 워치4는 액티브 시리즈처럼 회전 베젤이 없다. 장치를 구성하는 복잡한 요소를 걷어내고 직관적 조작을 극대화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모양새는 매우 단조롭다. 시계 화면만 도드라진 형태다. 더구나 화면 주변부가 부드럽게 구부러진 곡면 유리를 쓴 액티브와 완전히 다르다. 갤럭시 워치4는 화면 주변부를 사선으로 잘라낸 탓에 더 평평하고 딱딱해 보였다.

그나마 액티브 시리즈에 비하면 갤럭시 워치4의 모양새는 훨씬 낫다. 본체의 양옆을 따라 상하 러그까지 이어지는 꾸밈새가 좋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붉고 검은 띠를 두는 직사각형 버튼도 흥미롭다. 화려하진 않아도 눈길이 닿는 곳마다 신경 쓴 흔적을 여럿 볼 수 있다. 다만 러그와 본체 사이를 가리도록 재단된 불소 코팅된 기본 고무 시계줄은 분명 재미있는 시도였으나 격을 올리진 못했다.

그래서 좀 걱정은 됐다. 단조로움이 독이 돼 너무 지루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한 달 이상 차고 다닌 지금 지루하다는 결론까지 도달하진 않고 있다.

물론 약간의 변화를 주기는 했다. 기본 고무 시계줄 대신 가죽 시계줄로 바꿨고, 스페이서로 러그 부분의 빈 공간을 감췄다. 갤럭시 워치4에서 가장 장난스러운 요소를 정리한 순간 캐주얼한 느낌이 싸그리 증발한 것만 같았다. 이렇게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갤럭시 워치4를 질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첫 웨어 플랫폼을 능숙하게 다루다
갤럭시 워치4, 워치4 클래식에 타이젠 대신 새로운 웨어 플랫폼을 채택한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몇 가지가 우려되긴 했다. 그 중에서도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종전 웨어OS 시절의 완전 다른 조작 방식, 타이젠 시절 구입한 콘텐츠나 앱을 활용할 수 없는 여건에 따른 불편이었다.

구글 플레이를 비롯해 구글 서비스가 추가된 갤럭시 워치4

그런데 타이젠 갤럭시 워치에서 웨어 플랫폼의 갤럭시 워치4로 넘어온 이들은 연결 및 조작에 대해 불편하지 않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삼성 웨어러블로 연결하는 과정이나 웨어 플랫폼에 얹은 원UI가 타이젠 시절 쓰던 것과 거의 비슷해서다. 위젯 페이지, 알림 확인, 온갖 터치 제스처까지 그대로다. 물론 다른 점은 있다. 설치된 앱을 모아 놓은 별도의 앱 페이지만 없다. 시계 화면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설치된 앱이 나타나는 구조만 바뀐 것이다. 아주 다른 것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가장 원하지 않는 그림인 셈이다.

웨어 플랫폼에서 기존 타이젠 시절의 시계 화면과 앱은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깔끔하게 포기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타이젠 기반 갤럭시 워치를 오랫동안 써온 만큼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갤럭시 워치4의 유튜브 뮤직을 실행. 환경에 맞는 음악 모음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그나마 웨어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기존에 없던 앱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구글 지도와 뮤직 같은 앱에 다양한 음악 스트리밍, 운동 도우미 등 타이젠 시절 만나기 힘든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찾는 게 쉬워졌다. 뭐, 앱마다 사용성이 기대 이상일 때도 있고 이하일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더 나은 현실을 위해 과거의 자산을 버려야만 했다는 점은 아직도 씁쓸하다.

가볍게 내 몸을 확인하다
스마트워치에 건강 우리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재주를 더 담는 흐름은 갤럭시 워치4에도 이어졌다. 이미 오래 전 시작된 수면 측정은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나 밴드의 기본 기능이 됐고, 갤럭시 워치3와 액티브는 심전도와 혈압, 혈중 산소 수치를 측정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갤럭시 워치4는 종전에 반영된 기능 외에 체지방 분석 기능을 새롭게 더했다. 우리 몸의 체지방량과 골격근량, BMI, 체수분 등을 분석하는 기능이다. 몸 상태를 더 쉽게 알 수 있는 재주가 더해진 것은 내 건강을 관리하는 데 매우 쓸모 있다.

갤럭시 워치4에 새로 추가된 BMI 측정 기능

다만 이 모든 기능을 매일 쓰진 않았다. 아직 몸에 이상을 느낄 시기가 아니라는 막연한 자신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다 생각날 때 한 번씩 쓰기는 했다. 때론 한 손가락으로, 때론 두 손가락을 갤럭시 워치4 오른쪽 버튼에 대고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는 그 자체는 흥미로웠다.

그런데 거의 매일 쓴 기능이 딱 하나 있다. 수면 측정이다. 사실 수면 측정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차고 자는 걸 반기는 편은 아니었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면 불편을 느껴서다. 스마트워치의 무게나 줄의 조임이나 땀 참 등 여러 이유들이 편안한 잠을 방해했던 탓이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4는 그나마 차고 잘 만했다. 첫째, 가벼워서, 둘째, 더 편안한 줄로 바꾼 때문이다. 갤럭시 워치4가 코골이를 측정하는 새 기능을 담았지만, 그건 내게 중요했던 이유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말 잘 자고 있었는지 알아볼 가장 쉬운 방법이 이 것 뿐이라서다. 그만큼 갤럭시 워치4는 편안한 스마트워치다.

한 가지 알아 둬야 할 점은 여전히 심전도와 혈압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한 상태에서 측정할 수 있다. 웨어 플랫폼으로 바뀌었으나 이 두 측정 기능만큼은 별도로 만들어진 헬스 모니터링 앱을 써야 한다. 해당 앱은 삼성에서 독점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는 쓸 수 없다.

여전히 미흡한 위치 정확도와 배터리 충전 속도
종전 타이젠 갤럭시 워치는 그래도 이틀 정도는 무난한 배터리 성능을 갖고 있었다. 허나 웨어 플랫폼으로 바꾼 갤럭시 워치4의 배터리가 예전 만할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터리 성능은 어떤 이용 환경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별다른 조작 없이 하루 종일 찬 채로 생활하고 수면 측정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살펴봤다.

갤럭시 워치4는 배터리 재충전 없이 이틀은 버틴다. 물론 이용 빈도에 따라 이보다 조금 모자를 수도 있고, 이를 넘길 수도 있다. 그래도 일반적인 시계로써 쓴다면 이틀 안팎은 된다는 의미다. 여러 앱을 다운로드 하거나, GPS를 쓰거나 블루투스 이어 버즈를 연결해 저장된 음악을 들으면 작동 시간은 급격히 짧아진다.

무선 어댑터를 이용한 배터리 충전 시간은 15% 잔량에서 시작할 때 1시간 40분 이상 걸린다. 이는 이전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서 나아진 게 없다. 충전 시간을 좀더 줄였으면 하는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GPS의 정확도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스트라바(Strava) 걷기 모드에서 위치를 기록한 뒤 업로드된 위치 정보를 열어 보면 내가 걸었던 경로를 이탈한 그래프를 보게 된다. 기지국을 통한 보정을 하지 않는 블루투스 모델이긴 해도 경로에서 크게 이탈한 기록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수준이다.

스트라바에 기록된 위치 정보. 길을 따라 움직였음에도 길이 아닌 곳을 걸은 것처럼 기록이 남았다

갤럭시 워치4도 액티브처럼 화면 주변을 감싸는 둥근 테두리를 문지르면 회전 베젤처럼 좌우로 위젯을 전환하거나 상하 스크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활성화해도 쓰기 싫었다. 오작동이 심해서다. 베젤을 문지를 때 곧바로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이 느렸다. 상대적으로 액티브 시리즈가 베젤 터치 반응만큼은 더 나은 측면이 있다.

효율성 높은 캐주얼 스마트워치의 자리에 서다
지난 한 달 넘게 갤럭시 워치4와 워치4 클래식을 함께 써 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스마트워치는 장점과 단점을 서로 맞바꾸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갤럭시 워치4는 함께 공개된 워치4 클래식에 비하면 단조롭다. 때문에 스타일에서 더 낫다는 표현은 쓰긴 어렵다. 가끔 갤럭시 워치4의 단순함이 끌릴 때도 있으나 스타일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꾸민다 한들 원본 불변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비교 우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전 베젤을 없앤 만큼 조작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무엇보다 더 가볍다. 갤럭시 워치4 클래식과 똑같은 고급 기능을 담았음에도 더 가볍고 편하다. 스타일을 제외한 가격과 기능성 등 효율 측면만 보면 워치4 클래식보다 낫다.

이런 의미를 담아 낸 것만으로도 갤럭시 워치4는 부여된 역할을 해낸 셈이다. 비록 심각하게 봐야 할 단점이 아직도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워치4는 건강 관련 고급 기능을 담은 효율적인 스마트워치 모델에서 탈락시키긴 아까운 캐주얼 스마트워치인 것은 틀림없다.

덧붙임 #

이 글은 2022년 1월 17일에 공개됐습니다.

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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